세계일보

검색
단점 찾기 급급한 사회… 상처받기 일쑤 / 욕설보다 칭찬 나눌 때 더 행복해져

상대방에 대한 반감이나 증오를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상징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낫지만 댓글, 유튜브 등의 언어 중에는 사회 전체에 대한 혐오감과 회의를 들게 만드는 것이 있다. 자신의 문제는 보지 않으려 하고 일단 상대방에 대해 지적하고 비난해야 본인이 훨씬 더 훌륭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생각이 다르면 편을 먹어서 비하, 조롱, 모욕, 저주, 협박을 일삼는 태도는 초등학교 때 교정됐어야 할 행동인데도, 보복이나 모욕이라도 당할까봐 대부분은 침묵하고 방관하고 만다.

목소리 큰 사람만 계속 떠드는 분위기 탓일까. 하지만 이제는 긍정적인 피드백보다는 부정적인 면만 열심히 지적하는 학교, 가정 등 사회 전체의 평가 방식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된 것 같다. 잘 할 때는 칭찬도 감사의 마음도 보여 주지 않다가 문제 일으킬 때만 겨우 관심을 보이니, 자녀가 사고라도 쳐야 부모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한 것은 아닌지. 학생의 장점은 읽어 주지 못하고 어떻게 하든 점수를 깎는 것이 선생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구성원의 실력을 쌓아 주고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기보다는 인사고과라는 이름으로 근태 관리와 실수 찾기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모두 살펴 볼 일이다.

이렇게 사회의 모든 평가가 단점 찾기에만 급급하게 된 데에는 물론 리더와 교육 탓이 크지만, 병적으로 막말만 하는 이들의 심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 가족과의 불화나 학대로 인해 따뜻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외로움, 믿었던 대상에게 배신당한 불신감 등 다양한 상처가 마음을 메마르고 불행하게 만든 것이니 상대를 포용할 여유가 없다. 자존감과 자기애가 심각하게 훼손당한 터라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남에 대한 평가도 나쁘다. 특별히 공격받거나 좌절한 적은 없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깊은 공허감 때문에 일단 화부터 내기도 한다. 그래야 덜 권태롭고, 인생도 의미 있어 보이고, 힘도 세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해 저주와 욕설과 협박을 일삼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열패감이나 불만이 깊이 똬리를 틀고 있다. 누구에게도 책임감이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삶,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살아 왔기에 죽더라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고립된 삶은 자해와 타해의 위험성도 높다.

실제로 숨어 있는 테러리스트나 사이코패스 중에는 왜곡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으로 자폐적인 삶을 사는 ‘외로운 늑대’가 많다. 혹시 지금 부정적인 코멘트나 막말만 쓰고 퍼 나르고 있거나,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누군가와의 싸움에만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있다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말과 글로 누군가를 격려하고 위로해 줄 때 얼마나 깊은 충만감이 찾아오는지, 도통 모르는 스스로를 참으로 안타깝고 애틋하게 여길 일이다. 상대방을 높이고 자신을 낮출 때,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헌신할 때, 욕설보다는 칭찬의 말을 나눌 때 인간은 자기 파괴적인 본능의 덫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우리는 과연 어떤 말과 행동으로 주변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이나미 서울대 병원 교수·정신건강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