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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가해자 절반은 애인…“피해자 삶, 사건 전으로 되돌릴 방법 없다”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4-01 05:00:00 수정 : 2019-03-31 09: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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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연예인의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 파문이 가라 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 남성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졌는데요.

 

최근 30대 남성 4명이 동료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동료 여성들 비하 표현은 물론 여성들의 실명, 직장명, 신체적 특징을 거론하면서 성관계 여부까지 자세히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 검거인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2832명이었던 불법촬영물 피의자는 5년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543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피의자 중 96~98%가 남성이고,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는데요.

 

얼굴을 아는 이들로부터 당하는 피해도 2013년 338명에서 꾸준히 늘어 2017년 93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중에서 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44~48%)에 이르고 있습니다.

 

◆불법촬영물 피해 신고 꺼리는 편…개인간 은밀한 공유, 피해사실 인지하는 것도 쉽지않아

 

불법촬영물 피해는 실제 신고 건수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피해자가 신고하기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다 당사자가 피해를 알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정준영씨 사례처럼 메신저를 통해 촬영물을 공유하는 경우 내부자 외에는 피해사실을 인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연예인들의 이번 범행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데요.

 

대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신입생이나 학교 동료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던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최근 일부 교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 평가'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불법촬영물 범죄는 남성들의 적극적인 동조나 묵인 하에 이뤄집니다. 불법촬영물을 찍고 공유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 '남성성'을 인정받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런 문화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불법촬영 기소돼도 대부분 ‘벌금형’…피해자 고통 대비 처벌강도 낮다는 지적

 

불법촬영이 7년 사이 4배 이상 늘었는데도 구속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징역형을 선고받는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다 보니 불법촬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 통계를 보면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7년 새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로 입건돼도 구속수사를 받는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2017년 성폭력처벌법 14조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5437명 가운데 구속된 이는 119명(2.2%)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불구속 수사는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 은닉, 폐기는 물론 '2차 유포'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설령 불법촬영·유포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져도 징역형 등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영리 목적으로 불법촬영물을 유포할 경우 벌금형 없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현실은 법과 사뭇 달랐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2016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문 1866건을 분석한 결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5%에 그쳤습니다. 벌금형이 72%로 대부분이었습니다.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이들도 300만원 이하가 80%를 차지했는데요. 재판부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판결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좀비'처럼 유포되는 불법 촬영물로 평생 고통받는 것에 비해 여전히 처벌이 약하고, 추가적인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재유포자 처벌도 강화해야”…女 성적 대상화하는 건 범죄, ‘男성다움’ 아냐

 

전문가들은 최초는 물론 재유포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피해자들의 국선 변호를 전담하는 신진희 변호사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촬영을 하고 영상을 유포한 당사자에 대해서만 수사기관이 주로 처벌하는데, 해당 영상을 공유받은 이들이 재유포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유포 피의자들은 음란물을 공유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럴 때는 성폭력특별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으로만 처벌돼 가벼운 형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유랑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불법촬영물 공유는 인터넷 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 중심으로 나타날지 몰라도, ‘성적으로 대상화된 여성의 공유’라는 점에서 세대 문제가 아닌 남성연대의 문제”라며 “지금껏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이를 통해 남성성을 인정받으려고 한 잘못된 문화 전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도 불법촬영물 유포에 대해 “가장 나쁜 범죄행위 중 하나”라며 엄벌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박상기 법무부은 지난 1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19년 법무부 주요 업무계획’ 발표에서 “우리 사회 현안인 불법 영상물을 유통시키는 범죄는 영리 목적이든, 보복 목적이든 가장 나쁜 범죄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범죄 사실이) 확인이 된다면 그에 따라서 검찰에서 구형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지난해에도 불법 영상물 촬영·유포 행위를 철저히 수사한 뒤 엄벌하겠다고 수차례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는 지난해 5월 “불법으로 신체를 촬영하거나 영상물을 유포하는 범죄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불법 촬영·유포 사범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바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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