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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스텔스기 보유국 됐다…"정비 문제" 우려도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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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9 11:31:57 수정 : 2019-03-29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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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 한국으로 출발한 F-35A 전투기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전투기와 폭격기에 의한 항공작전이 활발했던 2차 세계대전 이후, 하늘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적보다 우세한 항공전력을 확보해 적의 방해를 받지 않고 군사작전을 수행하려면 강력한 성능을 지닌 전투기를 도입해야 한다. 해당 국가가 어떤 전투기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가 그 나라의 공군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이유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앞다투어 공군력을 증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공군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29일 청주 공군기지에 2대가 들어온 F-35A 스텔스 전투기다. 적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과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갖춰 ‘먼저 보고 먼저 쏘면서 안전하게 철수하는’ 작전을 가능케 하는 전투기다.

 

공군은 올해 안에 10여대를 국내로 들여온 후 2021년까지 40대를 도입, 운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스텔스기 국내 인도’라는 의미있는 행사를 로키(Low-key)로 진행한 것을 놓고 ‘북한 눈치보기’ 논란이 일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창정비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어 스텔스기 운용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를 이륙해 한국으로 이동하는 F-35A 전투기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미국과 동맹국 하늘 지키는 ‘보급형 스텔스’

 

F-35는 미국 공군이 운용중인 F-22의 스텔스 성능을 보편화한 전투기다. F-22가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면, F-35는 염가형 중저가 스마트폰에 해당된다.

 

1990년대에 등장한 F-22는 폭격 능력만 갖췄던 F-117과 달리 공중전 능력에 중점을 둔 스텔스 전투기였다. 지금도 레이더 포착이 쉽지 않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스텔스 성능을 갖췄지만, 운영유지비를 포함한 단가가 3억6000만달러(437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 187대만 생산됐다. 

 

하지만 스텔스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는 미 공군의 요구는 변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뛰어든 것도 미국을 초조하게 했다. 이에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 군대를 스텔스 전투기로 무장시켜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는 구상을 하게 된다. 이같은 구상은 F-35 개발로 현실화된다.

 

F-35A 1호기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소재 록히드마틴 공장을 이륙해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F-35의 스텔스 성능은 외부에 돌출물이 없도록 설계된 동체와 레이더 흡수 재료에 기반한다.  금속 골프공 크기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F-35의 레이더 반사 면적은 적 레이더를 사실상 무력화한다. 여기에 적의 전자정찰이나 열탐지 시도에 맞서 설계에 적외선 탐지율을 낮추는 기술을 적용했다. F-35에 장착된 AN/APG-81 레이더는 저피탐 전파를 발산해, 적의 전자정찰을 회피한다.

 

F-35는 지상공격과 공중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다. 많은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조종사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조종석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F-35는 전투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조종석을 혁신했다. 기존의 조종석에 있던 기계식 계기판과 다기능 디스플레이(MFD) 대신 터치 스크린 방식이 적용된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전방 시현 장치(HUD)는 통합 헬멧 시현기로 대체됐다.

 

F-35는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는 것을 피하고자 무장과 연료를 동체 내부에 탑재한다.  AIM-120C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통합정밀직격탄(JDAM)을 각각 2발씩 동체 내부 무장창에 탑재한다. 소구경 폭탄(SDB) 8발도 장착할 수 있다. 최신형 표적획득 및 추적장비인 광전자표적장비(EOTS)와 접근하는 공중 목표물 식별을 위한 적외선 센서도 있다. 

 

현재 F-35는 개발에 참여한 미국, 영국,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등이 도입을 진행중이며, 이스라엘과 한국, 일본, 벨기에는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대당 가격은 공군형인 F-35A 기준으로 8900만달러(약 1012억원)지만 2020년대부터 생산량이 늘어나면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효과 발휘하기까지 ‘산넘어 산’

 

F-35A가 한국에 도착함으로서 우리나라는 스텔스 전투기와 더불어 공중급유기, 조기경보통제기, 무인정찰기 등을 함께 운용하는 전략공군의 지위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 F-4 전투기를 도입, 가시거리 밖 공중전과 정밀폭격 능력 등을 확보해 한국 공군의 전략적 지위를 높였고, 2000년대 F-15K 전투기가 들어오면서 장거리 정밀유도폭격 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면, F-35A는 5세대 공군의 핵심인 스텔스 능력 확보를 통해 한국 공군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F-35A가 들어온다 해도 실질적인 전략적 효과를 거두려면 적지 않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F-35A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원 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는 기존 F-15K 등과 비교할 때, 적 레이더를 무력화할 전자전 등의 수요가 다소 적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스텔스 전투기를 잡아내는 레이더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스텔스 성능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적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전자전 공격체계와 함께 24시간 한반도 남부 공역 감시가 가능하도록 조기경보통제기 2대 추가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창정비나 교육 등을 감안하면 현재 운용중인 조기경보통제기 4대로는 부족하다”며 “2대 이상의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비예산 증가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군은 F-35A 20대 추가 도입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 재정여건과 한반도 정세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도입하기로 한 40대의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전력지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미국 공군 정비사가 태블릿PC를 이용해 F-35A를 정비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하지만 전자장비 탑재 비중이 늘어나면서 정비비용 폭증으로 고심하는 선진국 군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군용기 외주 정비비 중 해외 의존율이 F-16은 76%, F-15K는 94%, E-737은 100%로 3개 기종 평균이 86%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F-35의 경우 사태가 심각하다. 수명기간 20년에 대당 운영비가 2500억원, 1년에 125억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며 “국내 업체에 떨어지는 정비비는 고작 150억원 정도로, 99% 해외의존이다. (예산이) 얼마나 해외로 유출되지는 추산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2025년경에 국방부의 국방중기계획에 책정한 우리 군의 항공장비 해외 정비비가 2020년에 5464억원에서 2023년에 8942억원으로 폭증하고 2025년 이후에는 상시정비를 받아야 하는 F-35 정비 등을 포함하면 1조5000억원 규모로 대폭 늘어난다. 전투기에 탑재될 전자장비의 성능개량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 또 추가된다“고 우려했다.

 

F-35A 도입은 한반도 주변국들의 스텔스 전투기 확보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추세를 따라가는 형태로는 전력 격차를 메우기 힘들다. F-35A와 더불어 비대칭전력을 통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이유다. 군 당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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