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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육군박물관, 에티오피아 황제 머리카락 반환

입력 : 2019-03-27 14:58:36 수정 : 2019-03-27 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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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국립 육군박물관에서 열린 테오도로스 2세 에티오피아 제국 황제의 머리카락 반환 행사에서 저스틴 메이셰예프스키 육군박물관장(왼쪽)과 히루트 카사우 에티오피아 문화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약 150년 전 영국 군인이 반출해간 에티오피아 황제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의 예술 관련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는 에티오피아 제국 황제인 테오도로스 2세의 머리카락을 본국에 전달하는 행사가 전날 런던 소재 영국 국립 육군박물관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저스틴 메이셰예프스키 육군박물관장은 히루트 카사우 에티오피아 문화부 장관에게 테오도로스 2세의 머리카락 두 가닥이 담긴 상자를 전달했다. 황제의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는 오는 3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국립박물관으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테오도로스 2세의 머리카락은 1868년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난 마크달라 전투에서 영국의 종군 화가이자 군인인 프랭크 제임스 중위가 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국군은 에티오피아 제국의 마크달라 요새를 함락시켰고, 제국을 지배하던 테오도로스 2세는 스스로 숨을 끊었다. 제임스 중위는 숨진 황제의 초상화를 그렸다.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1959년 그의 후손이 테오도로스 2세의 머리카락 뭉치 2개를 영국 육군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중 하나(아래 사진)는 에티오피아 현지 언어로 적힌 문서(〃 〃)와 함께 봉인된 상태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반환 행사에 참여했던 페세아 샤웰 주영 에티오피아 대사는 “약 150년 전 영국군이 마크달라 요새에서 반출한 유물을 모두 돌려주기를 원한다”며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대영도서관을 비롯한 영국 내 모든 박물관에는 당시 원정부대가 마크달라 요새에서 가져간 유물이 모두 합쳐서 최소 1500점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에티오피아 황제 머리카락의 반환은 주영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지난해 4월 공식 요구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당시 영국 정부가 시행 중인 박물관 규정으로 보면 머리카락은 ‘인간의 유해’로 간주되지 않아 법적으로 반환할 의무는 없었다. 

 

그럼에도 육군박물관 자문위원회는 테오도로스 2세의 머리카락 반환이 외교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보고 반환을 제안했다. 이에 박물관 측은 지난 4일 반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에티오피아 정부는 반환받은 이 머리카락을 전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국립박물관에 있는 최고 보안시설에 보관한 뒤 북부 크와라에 있는 마하브레 셀라시의 수도원에 매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 뉴스페이퍼는 아울러 테오도로스 황제의 머리카락이 영국으로 넘어온 사연도 소개했다.

 

1868년 당시 영국군 원정 부대는 에티오피아에 붙잡힌 유럽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파견됐다. 이에 테오도로스 2세는 저항했으나 마크달라 전투에서 영국군의 유럽 무기 앞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결국 그는 앞서 영국과 관계가 좋을 때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한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원정부대 소속 화가이기도 한 제임스 중위가 테오도로스 2세의 사후 모습을 화폭에 담는 과정에서 무단으로 반출했고, 1959년 제임스 중위의 후손들은 그가 그린 수채화와 함께 육군박물관에 기부했다. 

 

마크달라 전투가 끝나고 영국군은 에티오피아 제국이 소유한 각종 보물과 기독교 물품을 약탈했는데, 이는 대부분 영국 내 여러 박물관으로 흘러갔다. 실제로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은 에티오피아 기독교 사제들이 썼던 황금관을 포함해 마크달라 요새에서 약탈한 유물 20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황금관에 대한 반환 요구에 임대를 제안했으나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대영 도서관도 마크달라 요새에서 가져간 기독교 문서의 필사본을 보유하고 있다.

 

장헤원 온라인 뉴스·정연준 인턴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영국 국립 육군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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