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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직장인들의 이유있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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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6 21:25:47 수정 : 2019-03-26 21: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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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0월의 세금’ 한숨 / 자영업자들 위한 혜택만 내놔 / 나라 곳간은 4년째 세수풍년 / 유리지갑 열려면 과세 형평을

누구에게 ‘13월의 월급’이었을지 모른다. 어떤 이에게는 ‘0월의 세금’이었다. 월급은 받지도 않았는데, 세금부터 떼이는 기분이었을 게다. 한 해 세금을 적게 냈으면 추징당하고, 많이 냈으면 환급받는 연례행사다. 그런데도 늘 환희와 한탄이 엇갈린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연말정산에서 직장인 3명 중 2명이 세금을 돌려받았다. 환급액은 평균 71만원. ‘연말정산 전투’에서 쓴맛을 본 패잔병의 신음이 주변에 생생한 체감 상황과 거리가 있다. 그래도 통계니 어느 정도 믿을 만하지 않겠나.

박희준 경제부장

직장인 3명 중 1명에게는 날벼락 같았을 것이다. 앞서 인용한 조사에서 평균 97만원을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연초부터 적자 가계부를 써야 하는 심정이 오죽했을까. 차라리 매달 세금을 많이 떼가고 연말정산 때 돌려줬으면 하는 조삼모사의 울분을 느꼈으리라.

71만원을 돌려받은 직장인들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커피 한잔 값이 부담일 정도로 직장인들 지갑은 얇다.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이라는 금융 당국의 발표를 체감하기란 쉽지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는 것도 먼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 젊은이들은 취직을 못해 아우성이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국민총소득이 늘었는데도 가계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소득이 늘어도 세금이나 이자 같은 부담이 늘 더 재빠르게 달아나 버리는 탓이다.

오늘도 직장인들은 ‘조용히’ 세금을 뜯기고 있다. 미국에서 어떤 물건에 9.99달러 가격표가 붙었다고 하더라도 10달러짜리 지폐로 절대 살 수 없다. 연방정부, 주정부 세금이 붙어 11달러, 12달러가 된다. 물건을 사면서 ‘무서운’ 과세를 목격한다. 물론 우리 영수증에도 10% 부가가치세가 자동으로 계산되어 찍힌다. 그렇다고 누가 1만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소비자 가격 9091원에 부가세 909원이 붙어 있다고 생각할까.

우리 과세 시스템은 가히 선진국 수준이다. 택시 탈 때 혹시 현금을 낸 기억이 있던가. 동네 슈퍼마켓도, 재래시장도 2,3000원이면 다 카드로 받는다. 카드 덕에 과세 기반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졌을 것이다. 악의적인 기업이라면 몰라도 이제 탈세를 꿈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직장인의 소득을 유리지갑이라고 한다.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떼어갈 수 있으니. 연차 있는 직장인이 내는 세금은 어지간한 자영업자보다 많다. 자영업자는 법인카드를 쓰면서 웬만한 비용을 경비로 처리해 버린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에게 세제혜택에 카드수수료율까지 알뜰히 챙겨준다. 수시로 골프 치고 외제차 굴리면서도 어지간한 직장인보다 세금을 덜 내는 자영업자가 수두룩하다.

직장인들은 울분을 터뜨린다. 연간 총급여액이 4000만원인 직장인 A가 카드 공제를 받으려면 총급여액의 25%인 1000만원을 써야 한다. 그것도 공제액은 25%를 초과하는 금액의 15%, 300만원 한도다. 그런 카드 공제 혜택마저 정부가 없애려고 했으니 직장인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계 살림은 팍팍한데 나라 곳간은 넘쳐 난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원. 예산보다 25조4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4년째 세수 풍년이다. 정부가 아무리 법인세, 양도소득세를 많이 걷어 그렇다고 설명해도, 직장인들은 제 지갑 털렸다고만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세금을 걷어 잘 쓰는 것 같지도 않다. 풀뽑기 같은 허드렛일 하는 공공일자리나 만들고, 줄여도 시원찮을 공무원 더 뽑겠다면서 공시족만 늘린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아동수당, 청년수당, 어르신수당에 ‘청년 지하철 할인’까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선심 경쟁을 벌인다.

그럴바에야 직장인들 세금혜택이나 늘려주는 게 낫다. 지금처럼 직장인들 유리지갑을 계속 열려면 정부는 최소한 자영업자 등과의 형평성 개선 등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야 한다. 유리지갑은 한번 깨지면 다시는 붙일 수 없다. 직장인이 아이들 학비 걱정 크게 하지 않고 내집 마련의 꿈을 꾸는 게 사람답게 사는 세상 아닌가. 직장인 A는 오늘도 5원을 벌기 위해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룰렛게임을 돌린다.

 

박희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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