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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후 외출해서 맛집 탐방…지금까지 이런 군대는 없었다 [이슈+]

입력 : 2019-03-26 18:44:28 수정 : 2019-03-27 1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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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병영생활 / 일과 끝나면 데이트·카톡 수다 … “제 남친 군대 있는 거 맞나요?” / 평일도 외출 나가 여친 만나고 전우들과 맛집 탐방·영화 관람 / 사회와 단절 대신 소통에 주력 / 통신3사 ‘병사용 요금제’ 확정 / 3만3000원에 데이터도 ‘무제한’ / 휴대전화 사용 요금 걱정 덜어

“남자친구에게 우스갯소리로 한 번씩 물어봐요. 진짜 군대에 있는 거 맞냐고, 나 몰래 외국 가 있거나 이런 거 아니냐고요.”

 

‘곰신’(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을 뜻하는 ‘고무신’을 줄인 말) 정현아(21)씨의 행복한 고백이다. 정씨는 매일 저녁 남자친구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면 간혹 고개를 갸우뚱한다. 남자친구가 입대하면 눈물에 글씨가 번진 편지를 써야 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다. 정씨가 그나마 애틋한 마음으로 편지를 쓴 때는 남자친구의 훈련소 시절뿐이었다. 정씨는 “평일 일과시간이 끝나거나 주말이 되면 남자친구와 몇 시간씩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며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내가 바로 전화를 걸곤 한다”고 웃어보였다. 연락을 계속하다 보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롱디’(원거리 연애·long distance) 커플보다 상황이 훨씬 낫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군입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거리감’이 크지 않다는 생각은 장병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기도 파주의 한 부대로 입대한 송명원(가명) 일병은 “사회와의 단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가나 외박·외출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두 번씩 허용되는 평일 외출을 할 수 있게 되면서다. 국방부는 지난달 1일부터 병사들이 평일에 일과 이후 부대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허용했다. 송 일병은 “외출을 하면 분대원들과 미리 휴대폰으로 검색해 놨던 인근 맛집을 찾아갈 수도 있고, PC방에 가서 함께 LOL(리그오브레전드)과 같은 온라인 게임도 할 수 있다”며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서적·물품 구입, 병원 진료도 가능하고, 여자친구가 찾아오면 만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일 외출로 주말에 여러 군부대 병사들이 몰려 각종 시설을 사용하는 데 기다려야 했던 불편함도 사라졌다. 평일에는 파리 날리다시피 했던 부대 주변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송 일병은 “선배나 어른들에게 들었던 예전의 군대 생활과 달리, 지금은 일과 이후에 어느 정도 자유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국방일보의 설문조사에서 ‘단결활동’, ‘맛집 탐방’ ‘온라인 게임’ 등을 일과 이후 활동으로 병사들이 선호했던 결과와 얼추 들어맞는다.

이런 변화에서 일부 드러나듯, 우리 군이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및 평일 외출 허용 등을 통해 사회와의 장벽을 차츰 낮추고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평일엔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주말엔 시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사회와의 단절이 군기로 여겨졌던 것에서 탈피해 병사들이 사회와의 단절감을 줄이자는 차원이다. 군 관계자는 “이 같은 변화 덕분에 과거 사회와의 단절에서 말미암은 탈영이나 자살, 혹은 부대 내 가혹행위 등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사 휴대전화 사용 전면 실시를 앞두고 과제 중 한 가지였던 요금문제도 해결됐다.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병사들에게 적용되는 전용 요금제를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현역 병사들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3만3000원이면 음성통화와 문자 송·수신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데이터의 경우 통신사별로 일일 사용량 등 일부 제한을 두고 사용량 소진 이후에는 속도가 느려지도록 제어된다.

국방부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한 ‘일과시간 후 휴대전화 사용’ 이후 제한된 시간만 사용하되 자기계발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요청되는 등 병영생활의 특성이 반영된 전용 요금제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와 함께 장병들이 입대 전에 사용하던 본인 단말기를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 25% 선택 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만원대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군대 문화의 변화를 마냥 반길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휴대전화 사용환경에도 뚜렷한 보안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보안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일선 부대의 한 지휘관은 “현재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는 정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이러한 부분을 앱으로 통제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 사용환경 변화가 사회와의 단절감이 극복된다는 장점에도 군의 기강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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