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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무임금노동, 가족 위한 엄마의 희생…뒤늦게 인정받는 집안일의 가치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26 05:00:00 수정 : 2019-03-25 13: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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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도 없이 매일 하는 반복적인 일에 정년퇴직도 없는, 그러나 돈을 받지는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집안일인데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같은 부담 때문에 결혼 자체를 망설이는 2030대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의식 전환 등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여성 한 명이 1년간 수행하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남성이 담당하는 가사노동 가치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청의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 보고서와 이에 기반을 둔 통계청의 분석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연간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여성이 1인당 1076만9000원, 남성이 1인당 346만9000원이었습니다.

 

여성이 수행하는 가사노동 가치가 1인 평균 기준 남성의 약 3.1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성별 구분 없이 계산할 경우 연간 가사노동 가치의 1인 평균은 710만8000원이었습니다.

 

가사노동 가치를 산출하는 조사 대상은 만 15세 이상 일반 가구원인데요.

 

다만 1인당 가사노동의 가치는 전체 가사노동 가치를 일반 가구원 수가 아닌 총인구로 나눠서 산출합니다. 성별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해당 성의 전체 가사노동 가치를 해당 성의 총인구로 나눠서 계산합니다.

 

여성 전체가 2014년 1년간 수행한 무급가사노동 가치는 272조4650억원으로, 같은 해 남성 전체의 가사노동 가치(88조2650억원)의 3배를 웃돌았습니다.

 

여성 가사노동의 가치는 1999년 115조8530억원, 2004년 155조1050억원, 2009년 206조87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남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29조1420억원, 46조1970억원, 63조7440억원으로 변동했는데요.

 

전체 여성 가사노동 가치를 남성 가사노동 가치로 나눈 값은 1999년 3.98, 2004년 3.36, 2009년 3.25, 2014년 3.09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가사노동 가치 중에 남성 가사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0.1%, 22.9%, 23.6%, 24.5%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 비중은 79.9%, 77.1%, 76.4%, 75.5%로 소폭 낮아졌는데요.

 

통계청은 "남자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사노동 비중이 증가하고, 여자는 음식준비, 미성년 돌보기 등에서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1999년과 2014년을 비교하면 15년새 여성 가사노동의 가치는 156조6120억원(135.2%) 늘었고, 남성 가사노동 가치는 59조1230억원(202.9%) 증가했습니다.

 

전체 남녀 가사노동 가치 비중 차이는 미혼자보다 기혼자가, 취업자보다 비취업자가 컸는데요.

 

2014년 미혼자의 가사노동 가치 중 남녀 비중은 각각 41.3%, 58.7%였고, 기혼자는 남녀 가치 비중이 23.0%, 77.0%였습니다.

 

같은해 취업자의 가사노동 가치 중 남녀 비중은 각각 38.0%, 62.0%였고, 비취업자는 남녀의 가치 비중이 각각 13.1%, 86.9%였습니다.

 

◆女 가사노동 가치, 男의 약 3.1배…1인 평균 710만8000원

 

전문가들은 육아나 집안일 등을 외부인으로 쓴다고 가정했을 경우 가사노동은 집계 이상의 비용이 나올 확률이 높다며 최근 일하는 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사 노동에 대한 가치는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집안일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이는 여성입니다.

 

무급 가사노동가치 총액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5.5%였는데요. 1999년 79.9%에서 지속해서 감소한 결과이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시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하루 중 가사분담에 할애하는 시간은 여성이 185분, 남성이 42분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사분담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도 큰데요. 이런 인식은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전통적일수록 심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사화과학연구원이 펴낸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시간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가 비전통적인 성 역할 가치관을 지닐수록 아내의 가사 노동 시간은 짧아지는 반면 남편은 길어지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설령 맞벌이 부부여도 여성이 지는 가사노동의 무게는 더 무거웠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액수는 56조8310억원으로, 여성에 비해 37조원 가량 적었습니다.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2014년 기준으로 남성은 40분, 여성은 194분으로 나타났는데요. 2004년에 비해 남성은 8분 증가했고, 여성은 14분 감소한 수치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가구의 형태가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것에서 맞벌이로 달라지고 있음에도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 2016년 기준 맞벌이가구는 전체의 44.9%에 달합니다. 2013년 42.9%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맞벌이 가구 내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맞벌이부부여도 가사노동 대부분 아내 몫…집안일 역할 분담 말로만?

 

손목저림 현상 등을 동반하는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3명 중 1명은 50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치인데 가사노동 후유증 등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부위의 뼈와 인대로 이루어지는 수근관(손목터널)에서 여러 원인으로 정중신경(팔의 말초신경 중 하나로 일부 손바닥의 감각과 손목, 손의 운동기능 담당)이 압박돼 발생하는 압박성 신경병증입니다. 엄지와 요측 손가락이 밤마다 아프고 감각이 무뎌지며 저린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3년 16만7455명에서 2017년 17만9797명으로 7.4% 증가했습니다.

 

특히 여성 환자가 13만6869명으로 남성 환자(4만2928명)보다 3.19배나 많았는데요.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환자가 전체의 37.8%인 6만8034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만6738명, 20.4%), 40대(3만1407명, 17.5%) 순이었습니다. 가장 환자가 많은 50대에선 여성이 5만6704명으로, 남성(1만1330명)보다 5배 이상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가사노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양육 수당이나 아이 돌봄 서비스 등 공공 가족 지원이 많은 국가일수록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 가사노동 가치 평가 수준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 돌보는 일에서 몸을 움직여 씻기고 먹이고 하는 부분만 산정한 것이어서 정서적인 감정노동은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재인식하게 하고, 성장·복지 정책 수립 및 평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사노동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점을 공고히 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도 정당한 대가를 받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지원 많을수록 女 가사노동 부담↓…여가부, 가사노동 경제적가치 평가지표 개발

 

앞서 정부는 평등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가사분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빨래, 청소, 음식 준비 등 무급 가사노동의 보이지 않는 값을 측정해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가계생산 보완지표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 보완안을 지난해 8월31일 오전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는데요. 건강가정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 범정부 차원의 가족정책 로드맵입니다.

 

제3차 계획이 2015년 수립됐으나 한부모가정·다문화가족·1인 가구 등 가족 및 가구형태가 다양해지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국민 가치관과 인식이 변화하는 정책환경을 반영해 새롭게 보완했습니다.

 

이번 제3차 기본계획은 ‘민주적 가족문화 조성’을 5대 정책과제의 하나로 새롭게 설정하고, 양성평등 관점에서 가족제도와 가족문화를 개선해 나가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평등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가사분담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빨래, 청소, 음식 준비 등 가사노동의 보이지 않는 값을 측정해 통계지표인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개발합니다.

 

결혼 생활에서 부부 재산관계의 평등 구현을 위한 부부재산제도 개선 연구에 착수하고, 자녀의 성·본 결정 협의 시점을 혼인신고 시에서 자녀출생 시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평등한 가족관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최근 구입 만족도가 높은 가전제품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신혼 부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가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 부부들이 주택자금 및 예식 비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결혼 준비 품목은 혼수(27.2%)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신혼부부들의 혼수가전 구매 트렌드도 크게 바뀌고 있는데요.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17년 혼수가전의 판매량 순위가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밥솥 순으로 예년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는 TV·건조기·냉장고·공기청정기·무선청소기 순으로 건조기가 TV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공기청정기와 무선청소기는 세탁기와 에어컨을 밀어내고 새롭게 순위에 등극했는데요.

 

롯데 측은 잦은 미세먼지 발생에 피해를 적극 줄이려는 움직임이 혼수가전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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