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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젠더자문관 협조 결재’ 의무화

입력 : 2019-03-25 06:00:00 수정 : 2019-03-24 23: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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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성평등 기본 조례 조항 신설 / 대상 부서도 6개→11개로 확대

#1. 이유식 만들기는 엄마만 알아야 할까. 2017년 서울시 시민건강국은 ‘먹거리 마스터플랜’ 계획안을 마련했다. ‘임산부 이유식 만들기 교육’이 눈에 띄었다. 문서를 받아본 서울시 김연주 젠더자문관은 의아했다. 육아는 부모가 함께해야 한다. 수많은 여성이 독박육아에 시달리다 일터를 떠나지 않는가. 그는 관련국에 ‘임산부’ 대신 ‘예비 부모’로 표현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2. 마스터플랜 중 걸리는 내용은 또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모니터링에 학생·주부를 참여시키자는 정책이었다. 가사노동 하면 주부, 주부 하면 보통 여성을 떠올린다. 이는 맞벌이여도 여성이 집안일을 떠안는 현실로 이어진다. ‘주부’를 ‘시민’으로 바꿨다. 먹을거리 실태조사 항목에는 성·연령을 넣으라고 조언했다.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여성, 맵고 짠 안주를 즐기는 남성의 식생활은 다를 수밖에 없고,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서울시의 ‘젠더 자문관 협조결재 제도’가 적용된 사례들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주요 정책 추진 때 성차별적 요소가 없는지, 남녀 차이가 균형 있게 반영됐는지 검토하는 ‘성인지 관점 반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대상 부서도 기존 6개 실·본부·국에서 11개로 늘린다.

 

서울시는 보다 성 평등한 정책을 위해 오는 7월 이런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성평등기본조례 13조에 ‘젠더 자문관에게 사업계획 수립 및 협조결재 전에 반드시 사전 협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조례 개정 전이라도 사전 협의를 권고할 방침이다.

 

대상 부서는 문화본부, 청년청, 주택건축본부, 서울혁신기획관, 도시공간개선단이 추가돼 11개로 확대됐다. 기존에는 복지정책실, 시민건강국, 안전총괄실, 소방재난본부, 노동민생정책관, 경제정책실 6곳이 대상이었다.

 

이 제도는 서울시가 2017년 4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했다. 성 평등을 중시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을 반영했다. 주요 분야인 복지, 안전, 일자리 정책이 평등한지, 성적 약자를 간과하지 않았는지 젠더 자문관이 사전에 살피도록 했다. 관습적으로 해오던 정책·표현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위한 제도다. 

 

시는 지난 2년간 이 제도의 실행률이 2.9%에 그쳤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의무화를 추진한다. 정책이 거의 완성될 즈음 서류가 제출돼 수정 사항 반영이 힘들었던 점도 보완할 방침이다. 젠더 자문관 협조결재 실적은 2017년 10건, 2018년 16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적용 대상은 70건이었지만, 이 중 2건만 결재가 올라왔다. 성인지 관점에서 검토를 거친 나머지 14건은 대상이 아니었던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제출한 정책이었다.

 

적용 부서 확대는 내달부터 실시된다. 시는 이번에 시민 관심도가 큰 주택 관련 부서, 시민과 직접 만나는 사업이 많은 문화본부를 새로 포함해 좀 더 체감할 수 있는 성 평등 정책을 만들 방침이다. 또 정례 간부회의, 대면설명 등을 통해 홍보하고 정기 모니터링과 우수 사례 공유를 통해 추진 실적을 점검하기로 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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