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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4월 방북할까?… 북·미 결렬에 고심깊은 중국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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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3 11:29:45 수정 : 2019-03-23 16: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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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놓고 중국 측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해 시 주석의 ‘4월 방북설’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비핵화 논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노이 대화 결렬 직후 북·미간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어 시 주석의 방북이 자칫 미국을 또다시 자극할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이 강력하게 제재 고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줄 선물도 마땅치 않다는 것도 중국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시진핑 방북 어디까지 논의됐나? 4월 방북 사실상 합의했던 듯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월 8일 베이징에서 있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식 방문해 달라’고 초청하자 시 주석이 이를 수락하고 그 계획을 통보했다”고 이틀 뒤인 10일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초청과 시 주석의 수락, 계획 통보에 주목하면서 사실상 시 주석이 방문 시기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한 현지 소식통은 “노동신문의 보도로 볼 때 지난해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과 올해 초 한 차례 방중을 통해 시 주석에게 방북을 요청했으며 양측이 이미 시 주석의 방북 시기를 구체화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노동신문 보도와 같은 날인 10일 시 주석의 북한 방문 계획에 대해 “그런 소식이 있으면 바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루캉(陸慷)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언제 북한을 방문하느냐’는 질문에 “우린 조선(북한) 측과 고위층 교류를 강화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길 원한다”며 이같이 답한 바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은 합의됐고, 시기는 대략 4월 정도로 관측이 됐다. 하노이 북·미대화가 성공한다면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급진전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국회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월 14일 “시 주석이 오는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북한과 중국은 시 주석이 4월에 평양을 방문하기로 대체적인 합의에 이르렀다”며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지난 1월 11일 국회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오는 4월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으로 예정된 것 같고, 아마 5월에는 시 주석이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이 매우 많이 있어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이어 4번째 역대 최고 지도자 방문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지금까지 역대 4번째 중국 최고 지도자 방북이 된다.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이후 4번째다. 앞서 시 주석은 2008년 6월 17~19일 국가부주석 취임 후 북한을 방문했다. 2012년 최고 지도자에 오른 이후에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다. 시  따라서 주석 방북이 성사되면 시 주석 개인적으로는 10년 만의 재방북이며,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북은 후 전 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후 전 주석이 2005년 10월 방북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북은 없었다. 

 

앞서 문화대혁명 이후 1978년 정권을 잡은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중국 공산당 부주석은 그해 북한 정권수립 30주년 경축 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했다. 덩샤오핑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시절인 1982년 4월에도 방북해 김일성 전 주석의 60회 생일을 축하했다. 장 전 국가주석도 당 총서기 자격으로 1990년 3월 김일성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그리고 2001년 9월 3∼5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2005년 10월 후 전 주석도 방북했다. 중국은 2001년 장 전 주석과 2005년 후 전 주석이 방북 당시 일주일 전 공식 발표를 하고, 관련국 공관에도 공식 발표 사흘 전에 사전 통보를 했다..   

 

◆시진핑 방북 파장은…. 동북아 역학 구도에 핵심 변수 관측   

 

시 주석 방북은 동북아 역학 구도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비핵화 논의는 하노이 북·미 회담이 결렬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더욱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에서 북한 측 인력이 철수하는 등 강경 대응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북한다면 사실상 북한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 및 논의 내용, 합의 발표문 등은 즉각적으로 현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서 시 주석의 방북을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어 대대적인 선전과 홍보가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과의 밀착 행보가 미국을 자극하는 것보다 더 국가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 선행해야지만 성사될 수 있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논의에 반드시 개입하겠다는 중국 측의 의지를 또다시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까지 남북·미 주도 비핵화 논의에 개입할 명분을 찾고 있었다. 지난해 6월 1차 싱가포르 대화에서는 리커창 총리 전용기를 김 위원장에게 빌려줬다. 이번 하노이 대화에서는 철길과 기관차를 제공했다. 북한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을 강력히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시 주석의 방북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흔들 수 있는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 양측이 상당 기간 냉각기와 물밑 접촉을 거쳐 다시 대화 재개를 모색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화 1주년이 되는 6월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노이 대화가 결렬됐지만 이번 대화를 통해 양측이 상대방의 마지노선을 파악한 것은 성과라는 지적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실패 자체로 볼 수 없다”며 “회담 재개 시 양 측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이번 회담의 긍정 부분을 설명했다. 중국으로선 적당한 시기 시 주석 방북을 통해 대화 재개를 돕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중국 역할론을 재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민 깊어지는 중, 북·미 대화 결렬에 북에 안길 ‘선물 보따리’가 문제    

 

지난해 8월에도 시 주석의 ‘9월 방중설’이 제기된 바 있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시 주석의 방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 중국 정부 실무협의단이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지난해 8월 중국 정치지도자들의 비공개 회합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격론 끝에 시 주석 방북이 결정됐지만, 시점은 유동적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시 주석이 9월 9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지난해 8월 18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 주석은 방북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하면서 북·미 관계가 다시 꼬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미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은 중국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 상황도 지난해 9월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2차 북·미회담은 결렬된 상태다. 시 주석이 방북한다면 미국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시 주석 방북은 중국 최고 지도자의 14년 만의 방문이다. 북한에 줄 선물 보따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2001년 장 전 주석 방북 때는 식량 20만t과 디젤유 3만t(3528만ℓ)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2005년 후 전 주석 당시 방북에서도 중국은 20억 달러 상당 원조를 해준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유엔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측이 북한에 줄 선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규모 경협 등을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인 데다, 인도적 지원도 제한적이다. 또다른 한 현지 소식통은 “중국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위치에 있다. 북·미간 대화가 꼬이면서 방북하기도, 그렇다고 작년처럼 방북을 미루기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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