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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틀리고 이슬람국가서 건배…잇단 ‘외교적 결례’ 왜? [뉴스분석]

입력 : 2019-03-21 19:09:00 수정 : 2019-03-21 22: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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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부족 ‘예고된 참사’/ 동남아·아프리카 여전히 사각지대 / 영어에 의존 현지어 능력에 관대 / 특수 언어 교육 참여율도 제자리 / 靑 “해당국 문제제기 없어” 해명 / 외교인식·대응태도 또 도마 올라 / 인재풀 넘어 등용문 확대 목소리
지난 13일 오후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푸트라자야 총리 궁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마하티르 모하멧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하는 등 우리 정부의 ‘외교 결례’ 사례가 잇따라 지적되고 있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볼 게 아니라, 외교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는 사례로 삼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남방정책 대상지역 등 전문성 사각지대 존재”

외교부 내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은 ‘전문성 사각지대’로 꼽힌다. 한 전직 외교관은 “핵 비확산이라든가, 군축 같은 이슈 전문성, 소위 4강 지역 전문성은 어느 정도 정립이 됐지만 아직도 전문성과 상관없이 공관장이 배치되는 지역이 동남아와 아프리카”라고 지적했다. 외교 전문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이래 미·중·일·러 같은 4강 지역은 물론이고 중남미, 중동 지역도 최근에는 현지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배치되는 경향이지만 동남아와 아프리카는 여전히 전문성 면에서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동남아 지역의 경우 현지 고위관계자들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결성 이후 영어에 능통해졌다는 점 때문에 우리 외교 인력을 파견하면서 현지어 능력을 온전히 고려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는 게 외교부 안팎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정상외교 결례로 지적되는 사례도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 국왕과의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하고,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인니어로 인사한다거나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 캄보디아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대만 사진을 게재하는 등 일련의 사태가 모두 동남아 순방 중 발생했다. 브루나이 만찬의 건배사는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고 청와대는 이날 설명했지만, 현지 정서를 세밀하게 배려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립외교원에서 특수 언어 사용 지역 부임을 앞둔 외교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참여율이 높지는 않다. ‘외교 다변화’를 외교 정책의 한 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동남아를 주축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특히 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의 해명대로 현지 국가와 친밀함을 강조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현지어 인사말을 건넨 의도와 달리, 결례를 저지른 셈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현지공관이 모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현지 장관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뉴시스

◆“靑, 외교 분야 인식 여전히 미흡”

그럼에도 청와대의 외교 분야에 대한 인식과 대응 태도엔 문제가 제기된다. 청와대 고 부대변인은 전날 해당 사태를 해명하며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 전문가는 “세밀함이 무기인 정상외교 의전에서 직접적인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이 해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지 정부에서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우리 외교 당국이나 청와대의 설명치고는 궁색하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청와대는 실수 사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외교 분야에 대한 인식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전직 고위 외교관은 “문재인정부 주요국 대사 중 현지어로 파견국과 업무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며 “고시 출신 인재풀을 넘어 등용문을 넓히는 것과 전문성을 고려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고시 출신이 아닌 인재를 기용할 때는 전문성이 첫째 고려 지점이 돼야 하는데, 문재인정부의 주요국 대사 임명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됐다는 지적이다. 외교 선진국에서는 관료 출신이 아닌 인재를 주요국 대사에 임명할 땐 현지 역사나 언어를 전공한 교수 출신을 기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개편에서도 주요 현안에 대한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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