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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확산…이러고 애 낳으란 거냐 vs 부모 교육이 문제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23 05:00:00 수정 : 2019-03-23 1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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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선언하는 매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부모의 무개념적인 행태가 노키즈존 확산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공공장소에서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경험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경기연구원이 2016년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93.1%)이 '소란스러운 아이들이나 우는 아이들로 인해 불편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장소로는 카페나 음식점이 72.2%로 가장 많았는데요.

 

그렇다보니 상당수 알바생들은 어린이 동반 고객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 확산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최근 알바생 1268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과 웰컴키즈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는데요.

 

먼저 알바생들이 근무하고 있는 매장의 ‘노키즈존·웰컴키즈존 적용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별도의 제한·환영 없는 일반 매장(78.6%)’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어린이 동반 고객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 매장은 12.0%의 응답률로 2위에 올랐고, 최근 늘어나고 있는 웰컴키즈존 매장은 9.4%의 응답률을 기록했습니다.

 

다음으로 어린이 동반 고객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알바생의 84.3%가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4명 중 3명에 달하는 알바생이 어린이 동반 고객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는 가운데, 알바몬이 노키즈존에 대한 알바생들의 의견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알바생 60.0%가 노키즈존 매장 확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근무를 하며 어린이 동반 고객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는 알바생 그룹(64.3%)의 경우 그렇지 않은 그룹(37.2%)보다 ‘노키즈존 매장 확산을 찬성한다’는 답변이 높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음으로 노키즈존 매장 확산에 ‘반대한다(17.8%)’, ‘잘 모르겠다(22.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노키즈존 매장 확산에 찬성한다고 답한 알바생들은 그 이유로(복수응답),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어린이 동반 고객을 상대해봐서(60.4%)’, ‘아이 우는 소리 등을 불편해하는 손님이 많아서(40.2%)’, ‘아이들이 다칠 위험이 있어서(33.0%)’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카페나 음식점에서 기저귀를 갈고 그대로 두거나, 컵으로 아이 소변을 받는 등 일부 부모의 매너 없는 행동이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입니다.

 

매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책임이 업주에게 있다는 점도 노키즈존 확산 배경 중 하나입니다.

 

업주 입장에서는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하게 되고, 법도 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조는 직업행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해 업주의 영업방침은 업주의 고유한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노키즈존은 불법? “업주 영업방침은 고유의 기본권…함부로 침해해선 안돼”

 

아이와 보호자 손님을 받지 않는 영업점이 늘어나자 '노키즈존 지도'도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노키즈존이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입니다.

 

노키즈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이와 함께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부모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데요.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다는 한 여성은 최근 모 식당으로부터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페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막상 노키즈존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며 "한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를 찾으며 '자리 없나요?'라고 물어보니 그제야 종업원이 '아이들은 받지 않는다. 나가달라'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게 문 앞에도 노키즈존에 대한 벽보 등은 없었다"며 "노키즈존을 이해하긴 하지만 이렇게 당하니 기분이 너무 나쁘다. 전염병 환자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싸잡아 '벌레' 취급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글에 다른 엄마들 역시 댓글을 통해 노키즈존 가게를 서로 공유하는 한편 자신들의 노키즈존 경험담을 풀어놨는데요.

 

이들은 "아이 둘이 있는 나는 죄인 취급을 당하겠다", "아이들 안 받는 식당은 나중에 아이들이 커도 가지 않겠다", "점점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등 속상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업주 “아이 받지 않으니 나가주세요” vs 부모 “아이 데리고 온 게 죄인가요”

 

문제는 노키즈존 논란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한 혐오, 이른바 '맘충'(엄마(mom)와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맘충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일부 몰지각한 부모와 아이를 막기 위한 노키즈존이 아닌 '무조건 아이를 데리고 음식점 등을 찾는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혐오발언 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워킹맘은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분들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키즈존은 있어야 한다', '내 돈을 내고 조용한 곳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다'라는 이유에서이길 바란다"며 "'아이들을 혐오한다' '아무리 부모가 숨죽여 눈치를 봐도 일단 시끄러우니까 아이와 함께 있는 가족은 안 된다'는 이유로 노키즈존에 찬성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특히 노키즈존은 어린이라는 특정집단 전체를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간주하고 사전 차단한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도균 공존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노키즈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가령 흡연이 문제가 될 경우 흡연자 출입을 제한하는 게 아닌, 흡연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규제한다"며 "노키즈존은 구체적인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아이 전체를 통제와 배제의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식당들이 그간 선의로 제공해오던 ‘무료 아기밥’을 중단하고 유료 메뉴를 선보인다고 밝히면서 온라인과 SNS상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13세 이하 어린이 출입을 막은 한 식당 주인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면서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는데요.

 

모든 어린이나 보호자가 영업주나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데, 식당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일부 사례를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어린이·보호자가 타인에게 피해주는 게 아닌데 전면금지는 너무하다”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노키즈존 확대가 안 그래도 낮은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출산율 저하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노키즈존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하려는 사회적 노력에 반하는 흐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를 동반한 손님을 거부하는 영업점이 늘어나고, 아이를 동반하는 보호자가 거부의 대상이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부모들은 노키즈존이 늘어나면 아이 키우기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요.

 

노키즈존 논란은 어린이 부모, 영업주,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은 손님 가운데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실제 부모 중에서 노키즈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 육아 카페가 최근 회원 3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노키즈존 찬성 비율이 72.7%에 달했습니다.

 

영업주들이 좀 더 신중하게 노키즈존을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어린이나 보호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예스키즈존(Yes Kids Zone)'을 운영하는 식당, 아울렛, 백화점, 커피전문점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게 주인과 아이 동반 부모, 일반 고객 간 서로 배려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부모는 아이에게 공공장소 예절을 주지시키고,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키즈존 저출산 부추길 우려…‘개인-개인’ 이슈, 국가에서 법으로 강제하는 건 지양해야

 

박소정 주앤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 아닌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사업주들의 영업도 중요하다. 해당 사업장 안에서 지켜야 할 약속들과 배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공지와 안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키즈존이 생겨난 근본적인 이유가 ‘남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행동을 하는 아동’에게만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아동은 성인과 달리 침착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 순간적인 욕구를 참는 능력 등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아동이 남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행동을 했을 때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모’로 향하곤 하는데요.

 

아동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했을 때 요구되는 것은 그러한 행동에 대한 부모의 강경한 제지와 공공장소 예절 교육 강화입니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이 그러한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아동 자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가 불편하다고 해서 특정 집단 자체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다 보면 나도 어느 순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나 역시도 불편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접적인 차별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됐을 때 내게 불편함을 끼친다는 이유로 또 다른 집단을 차별하게 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요.

 

다만 식당이나 커피전문점 등에서 특정계층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서비스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사업주의 조치이며,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관공서가 아닌 개인 식당이 갖는 권리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개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 헌법의 주된 취지지만, 개인 대 개인 관계까지 확대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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