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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향·담향·메리퀸 세계인 입맛 잡았다

입력 : 2019-03-21 02:00:00 수정 : 2019-03-20 2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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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종자산업 이끄는 담양군 / 군 농업기술센터 17년 노력 끝 개발 / 농가 로열티 부담 줄이고 소득 제고 / 원산지 유럽에 신품종 역수출 추진도

전남 담양은 더 이상 대나무 고장만이 아니다. 대나무보다 오히려 딸기 주산지로 더 명성을 얻고 있다. 담양군이 개발한 딸기 신품종은 죽향, 담향, 메리퀸 3종류다. 인력과 장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담양군 농업기술센터가 지난 17년간 피와 땀으로 일궈낸 결실이다. 대규모 육종 기관에서도 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을 지방의 농업기술센터가 이뤄낸 것이다.

담양이 개발한 신품종 딸기는 전국 400㏊ 면적에서 재배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 경매에서 최고 가격을 기록해 명품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일본 품종을 대체하면서 농가의 로열티 부담을 크게 덜었다. 담양군은 딸기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신품종을 역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 농업기술센터가 이룬 기적

완연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20일 담양군 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비닐하우스 10여동이 눈에 들어왔다. 딸기 육종의 산실인 시험포장이다. 시험포장에 다가가자 달콤하고 향긋한 딸기 향이 코끝을 스쳤다.

시험포장 안에는 종류와 크기, 색깔이 다른 다양한 딸기가 사람 허리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 딸기마다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힌 푯말들이 붙어있었다. 서로 다른 종들을 교배해 놓고 생육과정을 지켜보는, 아직은 ‘이름 없는 딸기’다. 신품종이 나오지 않으면 시험포장의 딸기들은 모두 폐기된다. 교배와 시험재배, 폐기가 반복되는 현장이다.

담양군이 딸기 신품종 개발에 나선 때는 2006년 무렵이다. 당시 전국 딸기 3대 주산지 담양, 충남 논산, 경남 밀양에서 재배하는 딸기 종자의 90%는 일본 품종인 ‘육보’였다. 하지만 일본이 로얄티 협상을 요구하면서 일본 품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일본의 로얄티 협상 요구는 서막에 불과했다.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2012년 모든 작물이 품종보호 대상으로 지정되면 딸기 농가는 연간 320억∼640억원의 로얄티를 지불해야 한다. 딸기 농가들은 로열티를 내고 나면 농사는 그야말로 헛수고가 될 게 뻔했다. 신품종 개발이 발등의 불로 다가온 것이다.

당시 최형식 담양군수는 기초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딸기 신품종 개발을 역점 시책에 포함하고 농업기술센터에 50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지난해까지 12년간 6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이때 발 벗고 나선 이가 농업기술센터 이철규 농업연구사다.

전남 담양군 이철규 연구관이 농업기술센터 시험포장에서 딸기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당시 농업기술센터 시험장에는 비닐하우스 2동이 전부였다. 이 연구사는 비닐하우스로 출퇴근했다. 주말과 공휴일도 없었다. 100품종의 유전자원을 확보한 그는 2만개의 종자를 채종하고 교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50개의 우수계통을 선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사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비닐하우스가 아니었다. 국가 시설에서도 하지 못하는 신품종을 지방의 농업기술센터에서 가능하겠느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자체 신품종 개발에 나선 지 7년만인 2012년 4월,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 담양 1호 ‘담향’과 담양 2호 ‘죽향’이 동시에 태어났다. 담향과 죽향은 기존 품종보다 조기 수확이 가능한 데다 과실 모양이 좋고 당도까지 높은 우수 품종이었다. 담향과 죽향에 대한 농가와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딸기 잎의 노화가 더딘 데다 꽃도 적어 노동력이 종전 품종보다 30%가량 절감됐다. 경매에서 최고 가격을 기록하면서 딸기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되자 재배면적이 늘었다. 죽향의 경우 2012년 20㏊에서 지난해 384㏊로 6년 만에 19배 늘었다. 신품종 개발 3년 만에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설향’을 대신하기에 충분했다.

담양군은 농업기술센터의 신품종 육성 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육종 시험포와 조직배양 증식 포가 7동 2500㎡로 확장되고 기본 묘 대량증식을 위한 폐쇄형 육묘 시스템을 구축했다. 딸기 종합실험실과 품종의 유연관계 분석 시스템, 유전자 검사를 통한 바이러스 진단 시설을 갖췄다.

담양군의 지원에 힘입은 농업기술센터는 담양 2호를 개발한 지 3년 만에 또 한 번의 기적을 일궈냈다. 2017년 4월 담양 3호인 신품종 ‘메리퀸’을 개발해 품종 출원했다.

◆딸기 본 고장 유럽에 종자를 팔다

죽향과 담향 딸기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담양군은 2016년 12월 죽향 딸기 16t을 홍콩에 수출했다. 10개들이 한 상자에 1만5000원에 팔렸다. 1개에 초콜릿보다 비싼 1500원에 판매한 것이다. 한 달간 2억3000만원 어치를 수출했다.

이 같은 세계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담양군은 담양 딸기의 세계 시장 진출을 향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종자 개발을 위한 골든씨드 프로젝트에 나선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신품종의 국제적인 홍보에 발품을 팔고 있다. 국제원예학회에 죽향 관련 연구 논문을 게재하고 한국식물육종학회의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담양 딸기를 소개했다. 또 죽향과 담향의 유럽 진출을 위한 품종 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에서 품종의 제조·증식·판매에 대한 독점적 품종 보호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딸기 종묘 수출로 매년 5억원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담양군은 세계적인 육종회사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플레보플렌트 육종회사와 공동으로 2013년 11월부터 네덜란드 국제인증묘 생산시스템 도입을 위한 기술 수행을 하고 있다. 딸기 품목에서는 국내 최초로 유럽과 베트남에 품종 출원과 등록을 마쳤다. 종묘 수출을 위한 해외 적응성도 시험 중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프랑스, 스리랑카에서 재배시험과 연수생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베트남, 스리랑카와 공동시험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로열티 수입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 최초로 2016∼2019년 2200만원의 로열티 수입을 올리게 된다. 또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담양 신품종이 일본 품종을 대체해 얻는 로열티 절감 효과는 397억원에 달한다.

담양군은 딸기 주산지에 이어 종자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담양군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딸기 신품종 명품화 재배단지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죽향과 담향, 메리퀸의 17개 작목반 18㏊에 재배단지를 선정하고 매년 우량계통 생산력 검정시험소를 5∼10개 지정하고 있다. 딸기 전문육묘단지와 우량묘 생산시범단지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담양=글·사진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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