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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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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9 23:43:02 수정 : 2019-03-19 23: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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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어제 김학의 전 법무차관 관련 의혹과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경찰관의 유착 의혹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두 장관의 공동 브리핑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 규명 지시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제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달라”고 했다. 김 전 차관 연루가 의심되는 ‘별장 성접대’ 사건은 성폭력처벌법상 ‘몰카’ 촬영, 성매매,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났다. 장씨 사건도 강요, 강제추행, 성매매 등의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나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이들 사건을 ‘권력형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고의적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고 했다.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은 형사사법체계를 흔드는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부분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고 수사가 완료됐는데도 일각의 의혹 제기를 빌미로 재수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시가 나오자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대검 진상조사단의 활동기간 연장 불가 입장을 뒤집고 2개월 더 연장했다. 4번째 연장이다. 적폐청산 놀음의 연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대통령이 나서고 장관들이 바람몰이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는 의혹을 피해갈 수 없다. 김 전 차관 사건을 꺼낸 것은 당시 법무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을 흠집내려는 기획수사에 착수하려는 것이라고 야당이 반발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황 대표 연루설을 제기하면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해야 한다고 몰아가고 있다. 이러니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 대변인’ 발언에 보복하기 위한 야당 탄압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시기와 내용면에서 부적절했다.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이면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면 될 일이다.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탄압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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