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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에서 장갑차까지’…동남아서 주목받는 국산 무기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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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5 09:39:37 수정 : 2019-03-15 10: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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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에 맞춘 무기들 제안하면서 상당한 실적 거둬/ 러시아· 유럽· 중국 공략 거세져 추가적 조치 필요 지적
공군 KA-1 전술통제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FA-50, KT-1, 블랙 폭스(Black Fox)…. 최근 몇 년 동안 동남아시아에 수출된 국산 무기들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해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국내 이슬람 급진주의 테러 조직 활동 등이 거듭되면서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앞다투어 군비 증강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세계 40대 무기 수입국 중 인도네시아(10위), 베트남(11위), 싱가포르(21위), 미얀마(36위)가 포함될 정도로 동남아의 군비 증강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의 군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의 방산업체들이 동남아에 몰려들면서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동남아 국가의 수요에 맞춘 무기들을 제안하면서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유럽, 중국 등의 동남아 시장 공략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국산 T-50i 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KAI 제공

◆항공기에 장갑차, 군함까지…“믿고 쓴다”

 

주요 국산 무기 중 동남아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항공기다. 항공기는 수백만개의 부품과 전자장비가 장착되는 첨단 무기로, 부가가치가 높다. SIPRI 자료에 따르면 2008~2017년 세계 무기거래액은 2780억달러였는데, 이 중 항공분야가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T-50 계열 항공기는 지금까지 64대가 수출됐다. 이 가운데 동남아 국가인 태국(12대), 필리핀(12대), 인도네시아(16대)가 전체 판매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T-50 계열 항공기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높은 선호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T-50을 경전투기로 개조한 FA-50 12대를 189억페소(4284억원)에 도입한 필리핀은 2017년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에 투입했다. FA-50은 IS 은신처에 정밀유도폭탄을 투하, 지상군의 공격을 지원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1월 T-50 제작사인 KAI와 기존에 도입한 T-50i 훈련기에 레이더와 기총을 장착하고 KT-1B 초등훈련기 3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AI는 수리온 헬기 24대와 FA-50 16대를 인도네시아에 추가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유럽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함정 분야 진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에는 고속정을 비롯한 소형함정에 국한됐으나, 현재는 호위함과 상륙함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해적 소탕작전 증가 등으로 함정 소요가 이어지는 것도 호재다.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 주변에 베트남 당국이 한국산 장갑차를 배치, 경호에 임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실제로 인도네시아가 2007~2011년 도입한 마카사르급 상륙함(LPD, 8400t급) 4척 중 2척은 한국 대선조선에서 건조됐다. 대선조선은 2003년 탄중 달펠레 상륙함(LPD, 1만1300t급)을 인도네시아에 판매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잠수함 3척을 구매했으며, 3척 추가 구매 가능성도 높다. 필리핀은 현대중공업에 인천급 호위함을 개량한 호위함 2척을 발주했다.

 

지상 분야에서는 장갑차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26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 하노이로 이동할 때 김 위원장 일행을 경호한 장갑차는 신정개발특장차가 만든 S-5 장갑차다. 

 

베트남 경찰은 2014년 10월 러시아, 이스라엘 업체 등과 비교한 뒤 S-5 장갑차 6대를 대당 47만달러(5억2500만원)에 구입했다. 수량은 적지만 러시아와 밀접한 베트남에 장갑차를 판매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가지 테러와 폭동 진압, 경호 등의 용도로 개발된 S-5 장갑차는 현대자동차 5t 트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찰용 장갑차다. 2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 시속 100㎞의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다이너마이트(TNT) 6.8㎏ 수준의 폭발을 막아낸다. 전파교란장치(JAMMER)와 12.7㎜ 기관총, 폐쇄회로(CC)TV와 서치라이트, 확성기 등을 장착한다. S-5 장갑차는 베트남 외에도 인도네시아(44대), 말레이시아(4대)에서 운용 중이다. 일본 도요타 랜드크루즈에 기반해 신정개발특장차가 제작한 S-3 장갑차도 2017년 인도네시아에 23대가 판매된 바 있다. 이외에도 한화디펜스(舊 두산DST)가 블랙폭스 장갑차 22대를 2011년 판매했다.

 

파키스탄 공군의 JF-17 전투기. 저렴한 가격으로 적극적인 수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성능개량 없이는 수출 막힐 수도

 

국산 무기가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유럽과 중국, 인도 업체들이 동남아 무기도입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에서 밀려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말레이시아의 신형 전투기 도입 사업이다. 미국제 F/A-18과 러시아제 MIG-29, SU-30 전투기를 운용중인 말레이시아는 MIG-29의 노후화가 심해지자 2010년대 초부터 신형 전투기 18~36대 도입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유럽 에어버스의 타이푼, 프랑스 닷소의 라팔 등 최신 전투기가 거론됐으나 예산 부족으로 사업 지연이 거듭되면서 도입 규모를 10여대로 줄이고, 저렴한 소형 전투기를 구매해 기존의 호크 108과 MB-339CM 경전투기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말레이시아는 예산 문제로 유사시 제한적인 전투를 하면서 훈련용으로도 쓸 수 있는 기종을 원하고 있다. KAI의 FA-50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이유다. 한국 공군이 60대를 운용하고 있고, 이라크 등에 수출됐으며, 필리핀에서 실전에 투입된 경험을 갖고 있다. T-50 계열 항공기를 운용하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과 합동작전을 펼치기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올해 초 KAI에 제안요청서(RFI)를 보내는 등 FA-50 도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경쟁 기종으로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M-346, 인도 힌두스탄항공(HAL) 테자스, 러시아 야코블레프 YAK-130이 거론되지만, 파키스탄의 JF-17 전투기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기술개발을, 파키스탄이 생산을 맡아 제작된 JF-17은 MIG-21 전투기를 대체하는 시장을 노리고 만든 염가형 전투기다. 야간 공중전 등에서 제약이 있지만, 대당 가격이 2500만달러(284억원)에 불과할 정도가 저렴하다. 110대를 운용중인 파키스탄은 성능개량을 지속하면서 최대 250대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은 JF-17 블록3형을 말레이시아에 제안하고 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헬멧 조준경 등을 장착해 현대전에 걸맞는 수준의 성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FA-50과 JF-17을 비교하면, JF-17은 중국제 PL-12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파키스탄제 라드(RAAD) 순항미사일, 레이저 유도폭탄 등을 운용할 수 있다. 최대 공격거리가 300㎞ 이상이다. FA-50은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AGM-65D 단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한다. 최대 공격 거리가 20㎞에 불과하다. 가격도 JF-17보다 높은 3000만달러(340억원) 수준이다. 다만 JF-17에 탑재되는 러시아제 RD-93 엔진은 사후 관리와 유지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FA-50의 미국제 F404 엔진은 성능이 입증됐고, 말레이시아 공군 F/A-18과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경남 사천시 KAI 공장에서 FA-50 경전투기가 조립되고 있다. KAI 제공

말레이시아 전투기 도입 사업 기류가 급변하면서 국내에서는 무기의 성능을 높여 수출시장에 내놓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도 신뢰성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 무기 구매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제 무기는 가격이 높아 선뜻 구매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제 무기는 가격이 다소 높아도 중국제를 대신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된다. 하지만 종합적인 성능이 뒤지면 탈락할 수밖에 없다.

 

FA-50의 경우 사거리 60㎞인 유럽제 아스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나 사거리 400㎞인 타우러스 K-2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을 장착, 무장을 강화하고 레이더를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진다면 이슬람 국가를 포함한 제3세계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성능개량을 지속하지 않으면, 중국과 인도 등에 언제든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방산업계의 혁신작업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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