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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패자 뿐인 카드 수수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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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5 00:09:27 수정 : 2019-03-15 0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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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입씨름을 벌인 건 지난달 22일이었다. 연말정산 결과에 낙담해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제로페이를 써볼까.’ 아내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시작이었다. 제로페이가 얼마나 황당한 콘셉트이고 어떻게 끝날 서비스인지 늘어놓자, 듣던 아내가 발끈했다.

“어떡하자고. (신용)카드 혜택도 없앤다는데”, “내년엔 더 토해내겠구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서로 정부를 ‘비난’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조현일 산업부 차장

14일 카드업계와 현대·기아자동차가 한달 반 동안 벌인 ‘수수료 대전’이 끝났다. 이 전쟁에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일까. 이번 사태는 지난 1월 말 이른바 ‘카드팀’ 10개사가 요율 0.1%포인트 이상 인상을 요구하고, 현대·기아차가 그 10분의 1인 0.01∼0.02%포인트 인상으로 맞서며 시작됐다.

계약은 수정하고 싶은 측이 사정 변경의 근거를 제시, 설득해 합의되면 수정되고 아니면 해지되는 것이 세상 상식이고 법률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타당한 근거’ 말이다(여신전문금융업법). 그래서 이번 일방의 무리수가 타방의 계약해지에 막힌 것은 순리이지, 갑을 논박을 벌일 일은 아니다. 더구나 정부, 여당은 카드팀을 지원사격해 논란을 샀다. 그들을 을로 칭하면 모르긴 해도 언짢을 일이다.

겉으로 보면 카드업계와 한 완성차 그룹 간 갈등이지만 속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소득주도성장’과 그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기로 하고. 다만 정부의 시장 개입, 관치 논란이 심히 우려스럽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절멸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그 대책으로 작년 11월 금융위원회가 영세·중소 가맹점(연 매출 500억원 이하)에 대한 수수료 인하책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연 7800억원의 수수료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혁신적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수수료를 없앤 게 아니니, 누군가는 져야 할 짐이다. 대신 정부는 카드업계가 대형 가맹점(〃 초과)에 요율을 인상할 수 있도록 퇴로를 내줬다. 요율 인상을 통보했던 카드업계가 현대·기아차의 근거 요구에 침묵하다 계약해지로 되치기를 당한 수수료 대전의 전말이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카드업계는 울상이다. 수익 보전은커녕 통신, 유통, 항공 등 대형 가맹점들과 줄협상을 앞두고 예봉이 꺾였다. 대형 가맹점 요율이 일반보다 낮은 ‘역진성’ 문제를 해소할 것이란 당국 취지도 무색해졌다. 현대차는 고정비 수백억원이 추가됐다. 정부, 여당을 누른 것처럼 비치는 건 부담이다.

소비자(국민)는 무슨 죄인가. 카드사 혜택 축소 움직임은 수익 악화를 이유로 더 빨라질 것이고 차량 가격엔 늘어난 고정비가 반영될 것이다. 가장 큰 패자는 정부다. 사태 진앙이 금융위라면, 진원엔 섣부른 개입, 갈등 예측 실패, 해결 역량 부족을 반복하는 정부가 있다. 선한 취지를 국민이 늘 믿고 공감해주길 원하는 걸까.

“왜 국민한테 물으란 건가. 지도자가 결심하면 따르는 것이야.”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식사 중 쏟아낸 말이다. 양쪽은 전혀 다른 리더십일텐데, 결과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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