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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태영 “의미있는 작품으로 데뷔 감사한 일 실존인물 연기, 해도 해도 갈증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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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3 21:35:08 수정 : 2019-03-13 21: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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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서 유관순 오빠役 / 연극무대서 뛰다 스크린 도전 / “11월 찍은 옥중 만세운동 장면 / 너무 몰입해 추운 줄도 몰랐죠”
박스 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 선생을 열연한 배우 심태영. HM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작품이 뜻깊은 작품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 영화가 가진 기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참 감사하죠.”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 선생을 열연한 배우 심태영(27)은 영화 속 진중한 모습 그대로였다. 인터뷰 내내 진지했다.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이 묻어났다. 연극배우인 그는 이 영화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태영은 대중의 관심을 다소 부담스러워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관심과 박수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서대문형무소 여옥사의) 8호실 수인들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한 발짝 정도 뒤에 있는 게 좋아요. 우리가 알아야 하고 기억해야 하는 역사의 순간이 많습니다.”

 

100만 관객 돌파 소감에 대해서도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조민호 감독은 그를 2차례 만나 대화를 나눈 뒤 낙점했다. 그는 “영화에 출연할 줄 몰랐다”며 “(출연이 결정됐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감이 작지 않았기 때문.

 

“해도 해도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실존 인물이라 더 조심스러웠죠. 목이 계속 말랐습니다. 그 인물이 쉬었던 숨을 조금이라도 더 닮아가고 싶었습니다. 당시 햇빛의 조도, 바람의 질감도요.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방향을 찾아 나갔어요. 면회 장면의 대사는 감독님과 고아성 배우, 김새벽 배우, 그리고 제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그는 그렇게 배역에 몰입했다. 3·1운동 1주년을 맞아 옥중에서 만세 운동을 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장면을 지난해 11월에 찍었는데 그날따라 춥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땀이 나고 햇볕이 너무 뜨거웠어요. (다른 배우들과) 다 같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데 그 여섯 글자,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악에 받쳐서 목이 쉴 정도로 그 장면을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선연하다. 그는 “뭐 하나를 계속 보다가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과 같다”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다. 그는 “항상 빨리 가서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싶었다”며 “보고 싶은 얼굴들”이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한때 시인을 꿈꿨다. 학창 시절 집에서 조용히 시를 쓰곤 했다. 입시 스트레스를 이겨 내는 그만의 방법이었다. 소질도 있었다.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혼자서 시를 쓰다 보니 냉소적이고 염세주의적으로 변해 갔습니다. 시를 쓰는 게 저를 제 안에 가두는 일인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제 밖으로 꺼내고 표현하는 일을 고민하다 대학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죠.”

 

동아방송예술대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2017년 8월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사팔뜨기 선문답’으로 대학로 무대에 처음 섰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기회가 왔을 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는 게 그의 꿈. 그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되뇌었다.

 

“연극과 영화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를 표현한다는 본질은 같죠. 매 순간 처음처럼, 운명과 우연이란 도마 위에 내던져진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연기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을 예견할 수 없으니까요. 이번 작품을 통해 좀 더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획사뿐 아니라 극단에도 소속돼 있어요. 연극과 영화, 둘 다 할 생각입니다.”

 

연극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빌 배우 심태영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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