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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중립적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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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08 21:14:40      수정 : 2019-03-25 15:00:11

“나는 천사를 그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세기 사실주의 미술의 대표적 화가인 구스타브 쿠르베가 남긴 말이다. 그는 작품의 창작이란 감정이나 상상력을 통한 미화보다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이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객관적으로 나타내려 했으며, 지식인이나 귀족을 대상으로 했던 추상적인 미의 이념보다 구체적인 현실의 묘사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 했다.

 

그의 작품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쿠르베는 자신의 예술에 관한 입장을 압축적으로 나타냈다. 화면 왼쪽에는 상인, 창녀, 노동자, 거리의 악사, 평범한 여인 등 당시 하층민의 모습을 나타냈다. 반대편 화면 오른쪽에는 이들을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당시 상류층을 그렸는데, 보들레르 같은 지식인과 샹플뢰리, 브뤼아스 같은 비평가와 화상들이 있다. 이것으로 산업혁명 이후 사회적·경제적으로 양분된 계층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려 했다. 화면 중앙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쿠르베가 보이는데, 자기 그림이 양분된 사회계층의 중간적 위치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표현한다는 것임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자신의 모습 옆에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 벌거벗은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을 암시하는 자연풍경과 누드 여인을 그려 넣어 이 그림의 중립적인 시각을 강조했다.

 

어느 시대든 어느 사회든 대립과 갈등은 있었다. 원인도 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의견 차이, 사회 문화적 취향의 차이 등 다양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느냐에 따라 그 시대나 사회가 발전하기도 하고 침체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 우리도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 갈등을 공존과 조화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중립적 시각의 중재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끼리끼리 문화가 극복되고, 갈등을 넘어 보다 발전된 미래로 향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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