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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폭행으로 시작한 '버닝썬 게이트' 어디까지 올라가나 [이슈+]

입력 : 2019-03-08 11:05:39 수정 : 2019-03-08 19: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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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넘은 지금 '범죄 영화' 방불/ 클럽에서 마약거래, 성추행, 성접대 의혹까지/ 승리, 선그었지만 의혹 줄줄이/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할 경찰서 배제하고 서울 경찰청 직접 나서

시작은 단순 폭행 사건이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직원과 손님 간의 폭행이 발생했다는 신고 전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으레 유흥업소에서 일어날 법한, 전에도 수없이 걸려온 신고와 비슷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줄줄이 달리더니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사건이 돼버렸다.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클럽의 핵심 인사로 활동했던 데다 경찰과 클럽의 유착·뇌물수수 의혹에 ‘물뽕’ 등 마약·성폭력·성접대 의혹 등이 잇따르며 한 편의 ‘범죄 영화’를 방불케 했다. 클럽 ‘버닝썬(Burning Sun)’의 이름처럼 단순 폭행으로 봤던 사건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각종 의혹에 따라 강력 범죄의 종합판으로 활활 타오른 셈이다. 

 

 

MBC 뉴스데스크 캡처

◆단순폭행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 100일 넘은 지금 ‘범죄 영화’ 방불

 

사건은 지난해 11월24일 서울 강남구의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됐다. 이 클럽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운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해진 곳이다. 당시 클럽의 손님이었던 김모(28)씨는 클럽 직원과 시비가 붙으면서 주먹다짐이 오갔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어지는 경찰의 대응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을 부른 김씨가 ‘경찰이 피해자인 자신을 도리어 폭행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김씨는 12월14일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폭행 정황이 담긴 사진과 기록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경찰이 김씨를 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해 신고했다가 도리어 경찰에 입건되고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김모씨가 지난 2월 1일 오전 성추행과 업무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김씨가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뿐, 김씨를 폭행한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버닝썬 측은 김씨에 대한 직원들의 폭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씨가 손님들을 추행해서 시비 끝에 폭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이 김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클럽에서 마약거래, 성추행, 성접대 의혹까지

 

버닝썬에서의 폭행 사건이 성추행 의혹으로 번지면서, 이 클럽에서 이른바 ‘물뽕’(GHB)이 거래된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물뽕은 마약의 일종으로 술이나 음료수에 타서 마실 경우 기억을 잃게 된다. 하루 정도 지나면 체내에서 성분이 배출돼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종종 성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로 조사를 받으러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버닝썬이 클럽 내에서의 물뽕 사용을 사실상 묵인했고 일부 여성 고객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클럽 직원은 물뽕을 직접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버닝썬에서 VIP 고객들을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의혹을 받는 클럽의 엠디(MD·Merchandiser)인 ‘애나’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조사했다. 경찰이 애나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마약으로 의심되는 액체류가 다량 발견됐다.

 

그런데 애나는 앞서 김씨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 중 한명이었다. 애나가 마약 거래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김씨가 성추행을 했다’는 버닝썬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애나 외에도 버닝썬의 또 다른 직원은 과거 정치권 유력 인사의 사위에게 코카인과 필로폰 등을 판매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본인과 소속사의 ‘사실무근’이라는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성 접대와 마약 투약 의혹 등이 불거져 경찰에 재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리, “몰랐다”며 책임론 선그었지만 의혹 줄줄이···비판 여론 확산

 

당초 버닝썬 사건이 주목받게 된 것은 승리가 운영에 참여하는 클럽이라는 점에서였다. 실제 승리는 방송에 출연해 단순히 이름만 올려 놓은 게 아니고 버닝썬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하지만 승리는 사건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고 엿새 만에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은 제 역할이 아니었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승리는 “때마침 홍보를 담당하는 클럽 사내이사를 맡아 대외적으로 클럽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경영과 운영에)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처음부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승리의 소속사 대표인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고 당일인 (지난해) 11월 24일 승리는 현장에 새벽 3시까지 있었고, 해당 사고는 새벽 6시가 넘어서 일어난 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사내이사였던 승리가 사임한 것에 대해서는 “승리의 현역 입대가 3~4월로 코앞에 다가오면서 군 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함”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의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승리가 해외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관련된 카카오톡 기록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것이다. 승리는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의혹을 씻어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의혹과 관련한 승리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승리가 경찰에 자진 출석한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공연한 여성 대상 약물 범죄 처벌과 ***을 비롯한 클럽, 유흥업소와 경찰 간의 유착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 및 처벌을 하라’는 제목의 청원에 2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청원 게시자는 “사태의 핵심은 클럽과 유흥업소 운영 관리인들의 의도적 약물 사용이 의심되는 납치 및 폭행, 경찰 뇌물수수와 유착비리. 경찰의 경찰 엄무 수행 중 비리”라며 “전국적으로 유착관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제대로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찰, 유착·뇌물수수 의혹에 당혹…관할 경찰서 배제하고 서울경찰청 직접 나서

 

일부 경찰관이 버닝썬과 유착돼 돈을 받고 비호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경찰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사건 초기 수사를 담당한 강남경찰서의 엉성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민감한 시기에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기류가 읽히자 경찰 지휘부는 부랴부랴 지난달 24일 강남서를 수사에서 배제시키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를 투입했다. 주요 클럽을 중심으로 한 마약 범죄 수사에도 확대했고, 유착 의혹이 제기된 강남서 관계자 등을 상대로 감찰도 착수했다.

 

지난 6일에는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가 경찰에 두번째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화장품 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강씨는 회사의 홍보회사를 버닝썬에서 열고, 행사 당시 버닝썬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자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강씨는 버닝썬으로부터 금품거래를 부인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경찰관이 유흥업소와 유착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안(클럽 버닝썬 관련 의혹)은 정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유착된 부분이 나타난다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착문제는 경찰의 생존과도 연결이 돼 있는 것으로 근절하도록 할 것”이라며 “폭행 사건이 미제로 남아있는 (클럽) 아레나 건도 서울청 미제전담팀에서 수사하도록 했고, 수사를 해서 결과가 나온다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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