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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지원 여성단체' 김기덕 '3억원 역고소' 규탄

입력 : 2019-03-07 20:19:33 수정 : 2019-03-07 20: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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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영화 감독이 지난해 6월1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해 자신에게 제기된 성폭력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계 ‘미투'(ME TOO·위력에 의한 성폭력·성추행을 폭로하는 것) 운동을 통해 주요 가해자로 지목됐던 김기덕 영화 감독이 미투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과 연대하고 지원한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피해 증언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나 성찰도 없이 역고소로 대응하는 행보에 분노한다"며 "김 감독은 미투 운동에 대한  백래시(Backlash·사회 변화 운동에 대한 반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 감독은 지난달 12일 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감독 측은 "민우회가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된 김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선정 취소를 요청한 것 등이 불법 행위이며 이로 인해 이 영화의 해외 판매와 개봉이 어려워져 손해를 입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2017년 여배우 A씨가 자신을 강제 추행 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성폭력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고, 폭행 혐의에 대해서만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을 들어 민우회의 활동을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해에도 베를린과 시체스 등 지속적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초청받아 왔으며, 올해 또한 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며 "국제영화제라는 공간을 통해 자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손해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김 감독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영화감독 김기덕 3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규탄 기자회견'에서 강혜란(사진 맨 윗줄 왼쪽에서 두번째) 한국여성민우회 공동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강혜란 민우회 공동 대표는 지난달 12일 김 감독이 서울서부지법에 낸 소장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강 대표는 아울러 "우리는 피해자와 지원단체를 협박하는 김 감독에게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감독의 3억원 손해 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스스로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대표는 또 "피해의 목소리에 반성과 사과도 없이 역으로 고소하는 행위는 전형적이고도 익숙한 가해자들의 모습"이라며 "성폭력 가해자들의 한심한 행동을 완전히 복제한 듯한 김 감독의 행보가 매우 놀라울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우리는 피해자와 정의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의 박건식 PD가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해 김 감독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던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 또한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의 3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정면 비판했다. 

작년 3월과 8월 PD수첩은 '거장의 민낯 2부작'을 통해 김 감독과 배우 조재현을 둘러싼 성폭행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김 감독은 PD수첩 제작진과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A씨 등 여배우 2명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소송은 불기소 처분으로 처리됐다. 검찰은 피해자의 증언과 방송 내용을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이 지난해 3월과 8월 방송한 김기덕 영화 감독의 여배우 성폭행 의혹을 다룬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 스틸컷.

당시 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았던 박건식 PD는 "민우회가 한 일은 유바리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 김 감독 영화의 출품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낸 것에 불과하다"며 "의견 표현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고 밝혔다. 

더불어 "시민단체를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인권을 위한 이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와 탄압으로 볼 수 있다"고 민우회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김 감독의 주장에 반박했다.

박 PD는 또 "김 감독은 'PD수첩'에 명예훼손 뿐만 아니라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도 걸었었다"며 "이 역시 무혐의로 끝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송은 단순히 한두 사람의 증언이 아니라 광범위한 취재 끝에 충분한 제작 사유를 갖고 진행된다"고 김 감독과의 법적 분쟁에 대해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 PD는 "용기 있게 나선 배우 한 분이 있고, 강제 추행 혐의가 불기소됐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법적 소송을 할 게 아니라 과거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그 속에서 여성 인권 기여을 고민해야지 억 단위의 소송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탄압"이라고 김 감독의 행태를 비판했다. 

아래는 공대위의 기자회견문 전문

김기덕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다. 피해자의 편에서 연대하는 우리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는 2017년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김기덕 사건에 함께 대응해 왔다. 이는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 잡고, 모든 영화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활동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김기덕은 이러한 문제적 행위들을 사과하고 돌아보기는커녕 지원단체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우리는 수많은 피해 증언에 대해 한 마디의 사과나 성찰도 없이 역고소로 대응하고 있는 김기덕의 행보에 분노한다.

지난해에도 김기덕은 피해자와 MBC 'PD수첩을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과는 당연히 원고 패소였다. 검찰은 피해자의 증언과 방송의 내용이 허위 사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기덕은 거기에서 멈추어야 했다. 그러나 김기덕은 다시 한 번 진실을 덮으려는 그릇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덕의 행위는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한 반격이다. 우리는 2016년 '#OO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부터 2018 '#MeToo' 운동까지 이어지는 국면 속에서 수많은 가해자들의 도발을 경험하였다. 고은은 피해자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안희정은 피해자의 조력자에게 모해위증죄 고소를 하였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교소들은 피해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 가해자의 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감옥에 간 자도 있다. 이번 소송의 결과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기덕은 이번 소송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될 것이며 무고한 시민 단체를 공격한 후유증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명예가 누구에 의해 훼손되었는지 돌아보기를 권고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일말의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면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

수많은 가해자와 맞서고, 수많은 피해자의 편에 선 연대하는 우리들의 싸움은 이 정도로 멈춰지지 않는다. 김기덕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는 것이다.

2019년 3월 7일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뉴시스·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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