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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에 수차례 2차 정상회담 취소 협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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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07 10:47:00 수정 : 2019-03-07 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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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수차례 미국에 정상회담 취소 협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인 26일 하노이 현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북·미 고위급 회담을 갖자고 제안하고, 몇 시간 동안 김 부위원장을 기다렸으나 끝내 김 부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CNN 방송은 6일(현지시간) 3명의 미국 정부 관리와 회담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정상회담 취소 협박

CNN은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정상회담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조절했다”면서 “미국과 북한 간 실무급 협상에서는 거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6일 전부터 하노이 현지에서 협상했으나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에 관해 거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트럼프-김정은 담판 장으로 공을 넘겼다는 것이다.

CNN은 “북한 측 관리들이 수차례에 걸쳐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었다”면서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북한이 전면적인 비핵화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지속해서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약 김 위원장이 북·미 간 실무급 회의에서 드러난 북한의 입장을 넘어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회담장에서 걸어 나올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오판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화로운 메트로폴 호텔로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러 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직접 얼굴을 맞대면 그의 ‘개인 외교’가 힘을 발휘해 김 위원장을 매혹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북한이 영변 핵 단지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2016년 이후 취해진 주요 경제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그런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무너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CNN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담은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마지막 순간에 북한 측이 미국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에 붙잡아 놓음으로써 그가 회담장을 나가지 못하도록 절체절명의 노력을 했지만, 무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북한의 냉대

CNN은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하노이로 떠나기 전에 이미 하노이 현지에 도착해 있었고,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북한의 수석 협상 대표인 김 부위원장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수 주일에 걸쳐 북·미 실무 협상이 있었지만, 미국이 희망한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기 전에 북한이 협상을 타결할 의지가 있는지 판단해보려고 했었다”고 전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을 제안한 뒤 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끝내 좌절감을 느끼며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 방송은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 측 카운터파트를 바람 맞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 결코 아니지만,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에 고위급 레벨에서 북한이 냉대한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고, 궁극적으로 2차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기대하는 승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불길한 시그널이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공동합의문 서명 결렬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노이=AP연합뉴스

◆북한의 최후 제안

북한은 그러나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인 28일 북·미 정상회담 막판에 결렬 사태를 막으려고 ‘아베 마리아’를 외치는 것과 같은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이 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영변 핵 단지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자는 북한 측 제안을 거부하고, 회담장에서 걸어 나왔다. 북한은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에서는 북한 측을 냉대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정상회담 막판에 최후의 카드를 던지는 변덕스러운 협상 스타일을 선보였다고 CNN이 전했다.

CNN은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회담이 끝나갈 무렵에 북한 측 대표단이 미국 측으로 달려왔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김 위원장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며 미국 대표단을 찾았다”고 했다. CNN은 “그 메시지는 영변 핵 단지 폐쇄를 조건으로 부분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는 최후의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협상 타결 시도

미국과 북한은 영변 핵 단지의 개념과 범위를 놓고 대립해왔고, 미국 측은 영변 핵 단지에 관한 미국의 정의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도록 북한에 요구했었다. CNN은 “최 부상이 그 답을 얻어내려고 김 위원장에게 달려갔고, 김 위원장은 영변 단지에 있는 모든 시설을 의미한다는 답을 주었다”고 전했다. CNN은 “최 부상이 그 답을 들고 왔을 때 미국 대표단은 이미 흥미를 잃었고, 협상을 재개할 생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 몇 시간 내에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영변 핵 단지 폐기에 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우리는 그것 이상을 원한다”면서 “왜냐면 여러분이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고, 쓰지 않았던 어떤 것을 우리가 찾아냈다”고 말했다.-

CNN은 “미국 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북한이 최종 순간에 손을 내민 것은 김 위원장이 협상을 타결하기를 열망했다는 신호라고 믿는다”면서 “그렇지만 미국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는 제안이었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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