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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독수리 폐지…한발 물러선 한·미, 北과 대화끈 유지 [뉴스분석]

입력 : 2019-03-04 06:00:00 수정 : 2019-03-03 23: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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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종료 / UFG와 함께 3대 연합훈련 꼽혀 / 北, 그동안 합동훈련에 강력 반발 / 한·미 한발 물러서며 대화끈 유지 / “훈련 폐지 리스크 커… 보완 시급”
3일 한·미 국방 당국의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 및 독수리훈련(FE:FoalEagle) 종료 결정은 북한 비핵화 결단을 앞당기기 위한 ‘당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KR연습과 FE는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한·미 연합군이 이를 방어하고, 반격하는 훈련으로 지난해 유예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함께 3대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힌다. 이러한 대규모 훈련에 명칭을 변경·축소하겠다는 방침은 북한이 그간 예민하게 반응하던 연합군사훈련에서 한·미 양국이 한발 물러나면서 재협상 및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비핵화 결단의 마중물 될까

KR연습과 FE 중단 결정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한·미 국방 당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일부 연합훈련을 유예 조치했다. KR연습과 FE에 대해서도 이미 훈련 변경·조정하는 방안으로 사전에 의견을 조율했고, 2차 북·미회담 결과에 따라 세부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종적인 종료 결정 배경에는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국은 두번째 담판에서 비핵화와 제재완화 조치의 입장차 등으로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하면서 회담은 결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고 양국이 차후 협상 여지를 모두 닫은 것은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라며 “우리는 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두 나라 사이에 수십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훈련 종료 방침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에 대한 견인책일 뿐 아니라 자칫 장기화할 수 있는 북·미 사이의 냉각기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양국의 국방 당국이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관련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했던 건 수억 달러를 매번 훈련마다 지출했기 때문”이라며 “그 돈을 한국으로부터 받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돈을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합훈련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꺼내면서 이중 효과를 누린 것이지만, 이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연습(FE)에 참여한 해병대 군인들이 경북 포항 해안가에 상륙해 내륙으로 행군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3년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 연습에서 한·미 양국군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군사 작전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위태세 약화·일방적 무장해제 우려도

KR연습과 FE 종료로 연합 방위태세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훈련의 경우 사실상 우리 군과 미군의 연대급 이상 병력이 유일하게 손발을 맞출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대대급 이하의 소규모 부대 연합훈련은 상시로 진행되고 ‘작전개념 예행연습’(ROC-Drill)과 통신훈련, 전술토의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훈련의 질과 양적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앞두고, 군 지휘부가 미군과 함께 큰 훈련을 치러보는 경험을 쌓을 수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면서 “소규모 훈련으로도 장점이 있겠지만 부대 간 통합 지휘 등의 부분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 이행 합의 도출이 지연되면서 한·미가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는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일방적 무장해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방위력 유지 측면에서 일방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데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나아가 이번 결정이 주한미군의 위상이나 입지, 역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한·미동맹 의미와 한·미관계의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도 후환이 될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분담금 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행여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경우 이렇게 축소했던 부분들을 그때 다시 원상복귀시킬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연합훈련은 어떻게 되나

대표적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의 명칭이 사리지고 규모가 축소되면서 나머지 연합훈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그동안 한·미 양국은 KR훈련과 FE 등 연합훈련을 통해 군사 작전계획을 검증하고 지휘통제능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대잠수함전 훈련, 탐색 구조훈련, 대규모 항공훈련인 맥스선더 등을 통해 연합작전의 상호 운용성을 향상시켰다.

연합훈련은 그동안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북한이 가장 먼저 중단을 요구해온 첫 번째 과제다. 한·미 간에는 훈련 차원에서 진행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 기간 준전시 상황에 돌입해 사실상 국가 전체가 비상사태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최근 경제 발전에 올인하며 군 병력을 경제·산업 현장으로 보내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껄끄러운 문제였다.

지난 5월에는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2018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시키기도 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날 결정된 두 훈련 외에도 오는 5월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3대 연합훈련 중 하나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지난해 훈련이 유예됐지만 올해 훈련 재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군사지휘소 및 정부 차원의 대규모 연습인 UFG도 축소되면 사실상 주요 한·미 연합훈련이 모두 축소되는 셈이다.
2017년 3월 한반도 동남쪽 공해상에서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미국 제3함대 소속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에서 F-18 호닛이 착륙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밖에도 12월에 열리는 양국 공군의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도 관심사다. 2017년 스텔스기인 F-22랩터, F-35 등 200대가 넘는 항공기가 총동원되면서 북한이 강하게 비판했던 훈련이다. 이 밖에도 북한의 서북도서 국지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연 19차례 이상 실시한 케이맵(KMEP) 훈련도 지난해 유예됐는데 현재의 북·미 관계가 진행된다면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미 공군의 각 전투비행대대가 참가하는 쌍매훈련도 지난해에 이어 유예될지 관심사다.

국방부 관계자는 “KR과 FE 외에 다른 훈련들은 한·미 협의를 통해 훈련의 유예나 축소 등을 결정하게 된다”며 “현재는 두 훈련 외에 다른 훈련의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우·조병욱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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