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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안 사는 게 아닌 '못 사는' 거에요"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06 06:47:16 수정 : 2019-03-06 20: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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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증가하고, 매매거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자 아파트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2월 통계로는 처음으로 가격이 하락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9633건으로, 지난 1월(1만7795건)에 비해 10.3%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작년 2월(1만7549건)에 비해서도 11.9% 증가한 것으로, 월별 거래량으로는 2017년 2월(2만1470건) 이후 2년 만에 최대 수준입니다.

◆전세거래 증가 vs 매매거래 급감

최근 전월세 거래가 급증한 것은 매매거래 침체와 흐름을 같이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정부의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에 따른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서 집을 사지 않는 대신 전세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총 1563건으로,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는 매매 거래량이 작년 2월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요.

강남구의 경우 지난달 매매 신고건수가 총 70건으로, 작년 2월(767건) 9.1% 선입니다. 서초구는 지난달 거래량이 47건으로 작년 2월(534건)의 8.8%, 송파구는 77건으로 작년 2월(878건)의 8.7% 선에 그쳤습니다.

비(非)강남권도 대체로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강서구는 신고건수가 52건, 성동구는 36건, 용산구는 27건으로 작년 2월의 10% 미만이었는데요.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달 아파트나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매수자들이 쉽게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며 "집을 사려고 하던 무주택 수요도 다시 전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귀뜀했습니다.

실제 매매거래가 침체된 지역일수록 전세거래가 증가했는데요.

지난달 강남구 전세 거래량은 2105건으로 작년 2월(1994건)대비 5.6% 증가했고, 강동구는 805건으로 작년 동월 대비 16.9% 늘었습니다.

서초구는 지난해와 동일한 1292건이 신고됐고, 송파구는 9500여 가구의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으로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이 2642건을 기록하며 작년 2월(1066건)보다 58.6%가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매매 거래량이 55건에 그쳤던 동작구의 경우 전월세 거래량은 856건이 신고, 작년(644건) 대비 32.9% 증가했는데요.

◆2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18년 만에 처음

전월세 거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하락세는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25% 내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이 업체가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인데요.

보통 2월은 신학기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오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예외였습니다.

헬리오시티 등 새 아파트 입주 물량과 '갭(gap)투자자'가 내놓은 전세물건 증가로 서울지역 임대 공급이 늘어난 것이 전세시장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다만 지난 1월(-0.45%)에 비해 가격 하락 폭은 다소 둔화하는 모습입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강남권 전세시장 블랙홀이었던 헬리오시티 입주가 작년 말부터 두 달 이상 진행되면서 급전세가 빠지며 가격 낙폭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매는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셋값은 계절적 요인과 입주물량 증감에 따라 등락을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추락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엔 날개가 없다?

과거 시세 대비 수억원 떨어진 실거래건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집값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지는 모습입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9% 떨어져 16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2013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인데요. 한국감정원은 대출 규제, 세금 부담 등 다양한 하방 요인으로 매수세가 끊겨 집값이 내려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간 통계로만 보였던 집값 하락 분위기는 최근 들어 실거래가에서도 하나 둘씩 확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주택 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 이내여서 실거래를 직접 확인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1년 전 시세가 무너진 뒤에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호가가 얼마나 더 조정받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 주택형이 최근 16억5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 최고가(19억1000만원) 대비 2억6000만원 떨어진 시세인데요.

이 아파트는 정부의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부동산대책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1년 전 시세(17억~18억원)가 무너진 뒤에도 계속 떨어지고 있데요.

보통 급매물이 팔리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주택시장 침체가 극심해 집을 빨리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몰려 최저 거래가격 수준의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이 지난 1년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계속 하락하자 주택시장에선 2년 전 가격까지 내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요.

재건축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도 최근 2~3년간 단기 급등했던 것을 고려하면, 2년 전 시세와 현재 시세 간 격차는 아직 적지 않습니다.

◆"일부 투기꾼 때문에 낡은 집에서 녹물 더 마셔야 하나?"

한편 노후 건물 안전사고 우려 등 준공된지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 재건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대구 중구의 한 사우나 화재로 3명이 숨지고, 88명이 연기흡입 등 부상을 입었는데요. 화재가 발생한지 20여분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1977년 준공된 노후 건물이라 피해가 컸습니다.

소방당국은 "옛날 건물이다 보니 4층 이상으로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 설명했는데요.

불이 난 건물은 매년 두차례씩 민간업체에 맡겨 소방시설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최근 3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상인들은 수년 전부터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노후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노후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 자체가 어려운 노후단지가 적지 않은데요. 한 시민은 "불이 나면 소방차도 못 오고, 결국 그냥 뛰어내리라는 얘기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는 최근 치솟는 집값을 잡는다며 재건축 안전진단기준을 강화했는데요.

재건축사업 안전진단 평가 항목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주거환경' 배점은 40%에서 15%로 낮췄습니다. 붕괴위험이 있을 정도로 낡은 아파트만 아니면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많은 재건축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노후아파트를 재건축해 주거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는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는데요.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0년이 되면 전국 노후주택 375만호가 지어진지 30년을 초과하며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파트가 많이 올라간 1990년대에 건축된 551만9000호의 주택이 10년간 속속 30년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후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안전진단 강화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며 "준공년월이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을 통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위험에 노출된 노후아파트 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규제 방향이 재논의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재테크가 아닌 주택정비사업 측면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처럼 용적률을 늘려 자기 돈을 들이지 않은 채 단순 재테크 목적으로 진행하는 재건축은 규제해야 한다"면서도 "1대1 재건축을 유도하거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선량한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한 시민은 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로지 투자를 목적으로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매입한 투자자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오래 전부터 실거주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민들이 녹물 마시고, 불 나도 제대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에 살고 있는데 일부 투기꾼 때문에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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