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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세입자 보호 조치 vs 임대료 오를 수도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03 05:00:00 수정 : 2019-02-27 15: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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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주택 임대차에 대해서도 실거래가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전월세 거래 정보가 한정됨에 따라 임대정책 수립과 세입자 보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그간 '지하'에 있던 주택 임대수입을 수면 위로 끌어내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인데요.

그간 우리나라 임대시장은 전세 형태가 전체 임대차 시장의 70∼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전세는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인 만큼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요구도 크지 않았는데요.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여윳돈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어나며 월세 비중이 전체의 30∼40%로 높아지고, 전셋값 상승으로 강남 등지에 수십억원대 고액 전세도 증가하면서 고액 보증금과 월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전월세 실거래 신고제' 논의…주택 임대수입 수면 위로?

정부는 그동안 전월세 정보를 세입자 확정일자와 월세 세액공제 자료에 의존해왔던 게 사실인데요.

정식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계약이 갱신된 경우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변경 내용을 3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지만, 임대사업자가 아닌 일반 임대인은 이런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확정일자를 받거나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는 경우가 제한적이어서 임대정보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21일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현재 서울에서 임대용으로 사용중인 주택 118만5000여가구 가운데 공부상으로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임대주택은 약 49만5000가구인 41.7%에 그치고 있습니다. 나머지 58.3%(69만가구)는 임대정보를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해 임대중인 주택 478만2000여가구 가운데 공부상 임대정보가 없는 주택이 약 378만7000가구로 7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보증금이 소액이어서 보증금 보호 필요성이 적은 경우나 반대로 보증금이 고액이어서 자금 출저 조사나 증여세를 추징 당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부가 이번에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런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 안정으로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 19일 한국주택학회가 진행한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에 찬성하는 참석자들의 의견이 많았는데요.

전월세 신고제 시행은 곧 '전월세 실명제' 도입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매매시장이 2006년 실거래가 제도 도입으로 다운계약서가 감소하고 양도세 탈루가 줄었듯, 신고제 도입으로 임대시장 투명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전월세 신고제, 사실상 '전월세 실명제' 도입하는 것…부동산시장 파장 상당할 듯

다만 그간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에 소극적이었던 정부가 최근 급진적인 과세 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임대인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부터는 과거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분리 과세가 시행되는 가운데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될 경우 세원 파악과 세금 부과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본격 가동한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으로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는 다주택자 주택 소유 현황을 파악해 과세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국세청도 정확한 임대료 파악이 어렵고, 세금 탈루 의심 주택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 등 인력과 물리적 시간·노력이 소요돼 전체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인 수입이 낱낱이 공개돼 세무당국에서 손쉽게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주택 임대인이 받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대인 뿐만 아니라 나이가 젊고 소득이 많지 않은 임차인의 경우 증여세가 추징될 가능성이 있고, 중개인도 전월세 거래에 따른 수입이 고스란히 노출됨에 따라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전월세 신고에 따른 임대인 불편도 고려해야 할 대목인데요. 정부는 아직 신고 의무 주체는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신고 의무는 임대인에게 부여되고 공인중개사가 낀 경우 중개인에게 신고 의무가 부여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 늘어난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부는 일단 최근 전국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떨어지는 등 임대차 시장이 비교적 안정돼 있어 제도 도입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셋값 하락으로 인해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전월세 가격 안정된 지금이 도입 적기라는 의견도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물론 당장 전월세 신고제 도입으로 집값이나 전셋값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최근 일련의 다주택자 규제와 더불어 시차를 두고 민간 임대주택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간 부문 전월세 임대 물량 감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한 대목인데요.

전문가들은 전월세 신고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시장 충격과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 정부는 전국단위 전면적 시행보다는 서울 또는 투기과열지구 등 일부 지역에 한정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전월세 실거래 신고가 도입되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는데요.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전월세 임대료 인상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등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를 바탕으로 향후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면 전월세 상한제까지 도입하는 큰 그림을 갖고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투명해진 임대소득에 세금 부담…전세는 물론 매매시장까지 위축시킬 수도

전월세 신고제가 빠르면 올해 상반기 도입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요.

투명해진 임대소득에 세 부담이 가해질 경우 전세시장뿐만 아니라 매매시장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월세 신고제 때문에 임대소득이 노출될 바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뒤 혜택을 받자는 생각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건수가 늘 수 있는데요. 임대사업자 등록시 길게는 8년간 매매가 묶여 매매시장이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전월세 신고제로 임대인 소득이 노출돼 과세가 진행되면 어떤 항목을 소득으로 잡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는 게 순수익으로 잡히는 경우도 있어 이같은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앞으로 고가 전월세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임대사업자 세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투자의 적정성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고가 전세에 대한 자금 출처 증빙이 불편해질 수 있어 고가 전세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다주택자 불만 의식? 정부 공식적으로는 부인…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시간문제'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위한 입법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아직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지난달 21일 공식자료를 통해 해명했는데요.

다만 당국도 기본적으로 전월세 신고제의 기본적인 취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과세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세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다주택자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며 "정부도 이 점을 예의주시하며 도입 시점을 가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오후 열린 대통령 직속 소득성장특별위원회 제5차 정책토론회에서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 센터장은 '주거안정 정책인프라 구축방안' 제하의 주제 발표에서 주거비 경감 및 주거복지 확대 방안으로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제기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생계비 절감을 위해서는 주거비 부담을 낮춰야하고, 이를위해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리인데요.

앞서 지난달 19일 열린 한국주택학회 세미나에서도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가 임대차계약의 투명성 제고와 과세 형평성 제고차원에서 전월세 거래 신고제 도입을 주장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당국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원입법을 통해 주택매매 신고제처럼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져, 입법까지는 이제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변 센터장은 이날 발표에서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임대차 거래는 모두 673만건으로 추산되지만, 이중 22.8%인 153만호만 확정일자나 공부상 임대파악이 가능하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전월세 거래 신고를 매매신고처럼 의무화시키면 공평과세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주택임대시장의 투명한 통계를 통해 효과적인 임대정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주거비 부담이 완화되면 실질적인 소득이 늘고 내수소비 촉진과 경제전반에 선순환이 될 것"이라며 "임대차시장은 임대료와 임대유형에 대한 실태파악도 안돼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이 앞장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전월세 신고제 도입 필요성을 간접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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