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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 차단 논란' 정부 답변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이슈+]

입력 : 2019-02-24 21:02:03 수정 : 2019-02-24 21: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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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25만명 돌파하자 방통위원장 직접 해명 "소통 부족" 사과/인터넷 검열 우려, 근본적 해결책 부재, 법적 기준 모호 등 해결해야 할 문제 '그대로'
"최근 대한민국이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오세아니아를 닮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빅브라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한다. 첫째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으며, 둘째 차단 정책에 대한 우회 방법 또한 계속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청와대 게시판 1차 청원자)

 




온라인 상에 정부의 'https(보안접속프로토콜)'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이 25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1일 공개한 영상을 통해 청원에 답했음에도 여전히 논란은 뜨겁다. 지난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에는 300명 이상(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는 "https 차단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부탁드린다"는 2차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 방통위원장이 답했다

이 위원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 능력이 부족했다. 여러가지로 송구하다"고 먼저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온라인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무려 47조원이며, 지난해 4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문을 연 뒤 연말까지 2379명이 도움을 청했다. 피해자 중에는 남성도 271명 포함돼 있었다. 센터가 삭제 및 차단을 지원한 규모는 2만8879건에 달했다"고 불법 온라인 사이트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밝혔다.

이어 "기술 변화에 따라 'https'가 확산되면서 'http' 시절 방식으로는 불법 촬영물이 있는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이 어려워졌다"며 국회와 언론을 비롯한 국민들이 최근 몇 년간 대책마련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에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차단 기술이 도입됐으며, 서버 네임이 불법 사이트와 일치하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차단 대상'은 불법 도박사이트 776곳, 불법 촬영물이 있는 음란사이트 96곳 등이다. 이는 독립기구인 방심위가 심의한 결과에 따라 선정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검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헌법의 기본권은 절대적"이라며 "정부는 헌법의 기본권을 준수하고, 이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위원장은 "누구든 국민의 통신 내역을 들여다볼 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 영장 없는 감청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검열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혹시나 가능성에 대한 우려조차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 책임을 통감한다. 투명한 정부, 신뢰받는 정부가 되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공감을 구하지 못한 채 정책을 집행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며 "불법성이 명백한 콘텐츠는 국내외 어디서든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조치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표현의 자유는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인 동시에 누군가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사안에는 규제도 필요하다. 불법 사이트 차단과 피해자 보호라는 공익과 이에 대한 수단으로서 인터넷 규제 수준의 적정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쟁점 '셋'

정부는 지난 11일 온라인 불법 유해 사이트 접속 차단을 위해 'SNI 필드 차단' 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https는 http와 달리 인터넷 주소를 '암호화'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 접속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서버 이름은 암호화 되기 직전 노출된다는 점을 이용해 보안 접속 이전 주소를 엿본 뒤 불법 사이트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url 주소만을 보고 불법사이트의 접속을 막았는데 이후 https 방식으로 간단히 뚫렸다. 'DNS(도메인 네임 서버)'를 차단하는 방식도 해외 DNS를 통해 우회 가능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https 차단이라는 더 강한 조치를 통해 895개의 해외 불법 웹사이트 접근을 막았다고 밝혔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온라인상에는 즉각 논쟁이 일었다.

첫 번째로 SNI 차단이 곧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나아가 정부가 정권 유지 목적으로 국민을 감시하거나 감청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https는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목적으로 생겨난 것인데 이를 무력화한다는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 

한국이 중국의 인터넷 검열 과정을 그대로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던 기록이 남아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걱정의 시선도 존재한다.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정부의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김경호 기자.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SNI 필드 차단이 그 내용을 들여다보는 '패킷 감청'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방통위 역시 "SNI 필드 차단은 암호를 임의로 복호화(암호문을 평문으로 바꾸는 과정)해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가 되지 않은 부분을 찾아 차단하는 것이므로 검열·사찰과는 무관하다. 웹사이트 주소도 차단 리스트와 비교만 할 뿐 개인정보는 전혀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어차피 인터넷 검열을 피하기 위한 우회 방법은 계속 생겨나는 것인데, 결국 시간 낭비,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다. https 차단은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경유함으로써 충분히 우회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인터넷 상에는 다양한 https 차단 우회 방법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한 현재 TLS 1.2 표준에서 SNI 필드값은 암호화하지 않지만 이를 암호화하는 'Encrypted SNI'가 포함된 TLS 1.3 표준이 일반화 되면 현재 차단기법은 실효성을 잃게 된다.

세 번째로 정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차단할 만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 방통위가 밝힌 96건의 음란 사이트의 경우, 어디까지가 '합법 성인물의 기준'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방심위의 심의를 거쳐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정부가 인정하는 합법적 성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영상물의 소지·유통은 아동청소년법 위반으로 처벌 받지만 해외의 합법적 사이트에 대한 '실시간 접속'은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조치에 이러한 실시간 사이트들이 포함되면서 방심위의 차단조치와 구분해 불법성 여부 판단은 사법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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