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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놀린 세 치 혀에… 여야 지지율 ‘롤러코스터’

입력 : 2019-02-23 15:00:00 수정 : 2019-02-23 15: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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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망언·막말 ‘주의보’ / 이해찬 “한국남성, 베트남여성 선호” / 손혜원, 신재민에 인격 모독성 발언 / 잇단 막말에 여당 지지율 곤두박질 / 2018년 말∼지난달 초 30%대 머물러 / 與 실책 힘입어 30% 넘보던 한국당 / 이종명 등 “5·18 북한군 개입한 폭동” / 망언 한방으로 당을 나락에 빠트려 / 2018년에 ‘이부망천’으로 표 까먹기도
어른의 혀는 보통 길이 10㎝, 무게 57g 남짓하다. 그러나 혀가 지닌 힘은 길이나 무게와 무관할 만큼 엄청나다. 특히 정치인들의 혀는 더욱 그렇다. 대중의 엄청난 관심과 표를 모으기도 하지만 혀를 잘못 놀렸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소속 당에 큰 우환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이 대표적 사례다. ‘박근혜 탄핵의 늪’에 빠져 오랫동안 허우적거리다 이제야 봄날을 맞이하나 싶던 한국당은 5·18 망언 사태로 어렵게 끌어모으던 지지율을 상당히 토해내야 했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혀를 잘못 놀려 생기는 ‘망언’, ‘막말’, ‘실언’ 파문은 여야를 막론하고 소속 당에 끼치는 충격파가 엄청나다. 자기 당의 지지율 추락과 상대 당 지지율의 상승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가슴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5·18망언사태 전까지는 여권이 잇단 입 단속 실패로 전전긍긍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업자 증가 등 경제 상황 악화,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일한 김태우 검찰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등으로 여권 지지세가 눈에 띄게 빠졌다. 여기에 청와대 참모들의 뜬금없는 발언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손혜원 의원(현재 무소속)의 말실수까지 겹치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버럭’ 이미지가 강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 여성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고 했다가 여성비하 논란에, 28일엔 “정치권에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 그런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고 해 인권 감수성 부족과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말발’이 센 손 의원은 지난달 초 “가장 급한 것은 돈!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라며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폄훼하고 인격 모독성 발언을 서슴지 않다가 역풍을 초래했다. 하필이면 신 전 사무관이 심리적 압박감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던 때 막말을 했다가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당 지지율 하락에 일조한 셈이다. 
청와대 역시 한몫 거들었다. 김 수사관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지난해 12월 15일 윤영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김 수사관을 ‘미꾸라지’로 표현하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사흘 뒤에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애초 문재인정부의 DNA(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수석과 김 대변인의 발언은 김 수사관의 폭로가 ‘사실무근’이며 청와대는 결백하단 점을 강조한 것이었지만 ‘오만한 청와대’라는 인상을 풍겼던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악재들이 겹친 탓인지 여권 지지율도 약세 흐름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지지율 차트 기준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셋째 주 38.0%에서 넷째 주 36.8%, 올해 1월 첫째 주 38.3%, 둘째 주 40.1%, 셋째 주 39.8%로 30%대가 잦았다. 
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5·18은 북한군 개입한 폭동” 망언에 한국당 ‘폭망’, 기 못 피던 민주당은 화색

반면 여권의 실책에 힘입어 지지율이 오르고 마침내 20%를 넘기며 순항하던 ‘한국당 호’는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만나 휘청거렸다.

지난 8일 김진태 의원이 극우 인사 지만원씨를 초청해 주최한 ‘5·18 공청회’에서 이종명·김순례 의원이 각각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종북 좌파들이 판을 쳐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었다”는 망언을 퍼부은 것이다. 여기에 2·27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김진태 의원도 “5·18문제에서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고 거드는 등 한국당을 그야말로 ‘폭망(완전히 망한)’ 지경으로 몰고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이후 소방수로 나선 나경원 원내대표마저 유감표명을 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언급,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그 결과 2월 첫째 주 28.9%로 탄핵정국 이후 최고치를 찍었던 한국당 지지율은 둘째 주 25.2%로 3.7%포인트나 급락했다. 특히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 48.5%에서 13.6%포인트나 떨어진 34.9%를 기록했고, 60대 이상에서도 8.4%포인트나 빠진 36.7%에 그쳤다. 한국당 내부에서 장탄식이 나왔던 이유다.

반면 민주당은 40.3%로 5주 만에 40%선을 회복하면서 김 의원 등 ‘망언 3인방을 제명하라’고 신나게 확성기를 틀었다.
◆한국당 정태옥 ‘이부망천’, 민주당 추미애 ‘머리 자르기’ 등 잇단 설화에 여야 곤욕

한국당은 지난해에도 소속 의원의 실언에 큰 곤란을 겪은 바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에 살고, 망하면 인천에 산다)” 발언에 간신히 붙잡아 둔 표마저 우수수 날려 버렸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를 맛봤다.

앞서 그해 2월에도 이은재 의원이 국회 질의 도중 흥분해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에게 “깽판 놓지 말라. 중간에서 겐세이 놓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3·1절을 코앞에 두고 부적절한 일본어를 사용해 비판을 자초했다. 당 지지율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도 뒤지지 않았다. 2017년 7월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박지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별채용 의혹 제보 조작을)몰랐다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비난했다가 ‘야당 대표 머리를 자르겠다는 뜻 아닌가’라는 국민의당의 반발을 샀다. 문 대통령은 개혁과제 추진에 야당의 협조가 절실했던 터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로 달려와 사과까지 해야 했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7월 첫째 주 53.4%에서 셋째 주 50.4%로 주저앉았다.

민주당은 야당(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5년 5월에도 유승희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의 표명으로 회의가 엉망이 되자 분위기 수습 차원에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라며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가 ‘봉숭아 학당’이란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 당시 지지율이 1주일 만에 3.8%포인트나 빠졌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 2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지만원씨의 구속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5·18 왜곡·비방 땐 최대 7년"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이 22일 발의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망언 처벌법)’은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부정을 처벌하는 ‘반나치법’을 거울삼아 역사 왜곡과 부정을 엄벌해 다시는 같은 망언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자유한국당 꼼수 징계 논란에 관련 단체의 규탄, 전문가들 논의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를 비롯해 553개 단체로 이뤄진 ‘5·18 시국회의’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화운동은 시대의 근본정신이자 헌법 정신의 근간”이라면서 세 의원 제명과 의원직 박탈, 처벌법 제정,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를 비롯해 553개 단체로 이뤄진 ‘5·18 시국회의’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화운동은 시대의 근본 정신이자 헌법 정신의 근간”이라면서 세 의원 제명과 의원직 박탈, 처벌법 제정,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총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역사 부정처벌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6.6%가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서 민주당 주최로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참가자들은 역사 왜곡 행위 처벌의 정당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부정은 독일의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처럼 별도 처벌 규정을 마련해 형법적인 규제가 타당하다”며 ‘5·18 유공자법’의 벌칙 규정 신설을 제안했다. 5·18 부정도 법적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언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할 것인지 시정명령 후 미이행 시 처벌·행정조치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 부정을 처벌한다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부정도 처벌하자는 주장이 대두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그는 “교육과 자율규제 등 비형사적 규제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 3당과의 공동 법안 추진으로 5·18 왜곡·날조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박태훈·김동환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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