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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거부하는 금속노조의 ‘이상한 결론’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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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1 18:35:11 수정 : 2019-02-21 22: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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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도입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정치적 개입을 할 수 있을까?’

전국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 지부가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이란 280쪽짜리 보고서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보고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 부품 수 감소, 인력 감축 압력 등 산업 전반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런 변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자고 제언한다. 필요한 문제 제기이다.

그런데 결론이 이상하다. ‘이런 큰 변화가 온다. 전면적으로 개입하고, 단호히 거부하자’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대·기아차에서 빠르면 내년 전기차 전용공장(라인)이 도입될 것으로 봤다. 전기차에서는 3만개 내연기관차 부품 중 37%(1만1000개)가 불필요하고, 파워트레인은 전기차 비중만큼 오롯이 삭제된다. 연구진은 현대·기아차(총 10만3422명)에서 2025년 2335∼2927명, 2030년 4056∼5044명이 감축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에선 2025년까지 1만918명, 2030년까지는 3만4525명이 정년퇴직한다. 고용 충격을 자연감소분이 받아줄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현대·기아차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규정한 뒤 “산업 관점에서 보면 일자리 축소여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이 왜 특정 기업의 특수 상황인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혹여 그렇다면 충격이 불가피할 부품업계 실태를 논거로 삼았어야 한다. 또 총체적으로 재구성 중인 ‘산업’ 개념을 왜 이토록 협소하게 쓴 것인가. 자율주행, 커넥티드, 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될 미래차 산업에서 창출될 일자리는 금속노조가 지킬 영역 밖이어서인가. 차는 이제 ‘단순 운송수단’이 아닌 ‘거주의 확장’ 개념으로 혁신한다. 매해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목격하는 미래차 기술은 필수적으로 전기차(수소전기차 포함) 기반을 요구한다. 보다 큰 공간과 많은 전력 소비를 전제로 하는데, 여기엔 내연기관이 낄 자리가 없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이런 변화를 앞두고 “전용라인 계획에 대한 정보를 기업에 요구하고 도입에 전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식의 제언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3년 투쟁’을 선언했다. 일자리를 직접 위협할 전기차 전환에서는 얼마나 반발이 극심할까. 독일 금속노조는 전기차 부가가치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투자가 독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LG·삼성·SK 배터리 제조 3사가 수조원을 해외에 투자하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배터리 3사가 왜 해외에 투자하는지에는 입을 다문다. 경직된 노동과 생산성 하락 등에 눈을 감고는 제대로 된 진단이 이뤄질 수 없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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