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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北, 열린사회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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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1 21:03:37 수정 : 2019-02-21 21: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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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갈등 겪는 유럽을 비웃듯/‘닫힌사회 리더’ 中 영향력 확대/ 내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서/ 北 진정성 판단할 수 있을 것 열린 사회에서 우리는 개인주의와 이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사고하고 비판하며 역사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열린 사회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모든 국민은 정책 당국자는 될 수 없어도 정책 비판자가 돼 자유로운 토론에 참여한다. 언로(言路)가 열려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카를 포퍼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집단주의 및 계급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닫힌 사회는 정치적 변화에 대해 부정적이며, 국민의 비판과 토론이 허용되지 않고 국가가 시민생활을 광범위하게 규제한다. 얼마 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열린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적으로 규정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시 주석은 당시 기조연설에서 반세계화 및 보호무역주의 세력을 비판하면서 세계화의 리더로 부상했다. 하지만 소로스는 중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자국민 감시체제 구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제 중국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을 내세워 타국에 대한 디지털 지배를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오늘날의 세계는 열린 사회 대 닫힌 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이 일국을 열린 사회로 이끌기도 하고, 닫힌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한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기술 혁명이 세계대전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했다. 첨단 기술이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그 기술에 내재해 있는 위험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3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3차 기술혁명을 겪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역사의 종언을 얘기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지난해 10월 영국 언론 ‘뉴 스테이츠맨’ 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회주의가 회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유일한 체제 경쟁자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모델이 정치적 안정을 지속적으로 가져올지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만 시험될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닫힌 사회의 질주가 열린 사회를 닫힌 사회로 유혹하는 시대적 흐름에 우리는 놓여 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국민투표로 통과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세계는 유럽이 닫힌 사회로 회귀할까봐 그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열린 유럽사회가 난민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비웃듯 닫힌 사회의 리더인 중국은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닫힌 사회로의 이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열린 사회 구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인지, 닫힌 사회로의 진정한 이행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미국을 닫힌 사회로 내몰고 있고, 미·중 통상전쟁은 중국을 열린 사회로 이끌기 위한 닫힌 사회에 대한 경고로 보이기도 한다.

한반도 북쪽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닫힌 사회가 존재한다. 닫힌 사회의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자신감과 위기로부터 나온 것이다. 핵무기 개발이 대외 정권 안보에 대한 확신을 주었고, 경제제재에 따른 위기의 심화가 대내 정권 안보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그의 등장을 신사고에 따른 열린 사회로의 이행으로 예단하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제재에 따른 위기상황 탈피를 위한 열린 사회로의 위장된 제스처로 폄훼하기도 한다.

그의 진정성을 판단할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진실의 시간이 오기 전에 낙관 일변도의 사고도, 비관 일변도의 사고도 위험하다. 여기서 우리가 지켜야 할 국가의 근간은 열린 사회의 이데올로기인 자유민주주의이다. 다음주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을 열린 사회로 이끄는 입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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