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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금식하며 몰입… 여성 독립운동가들 기억해주길”

입력 : 2019-02-21 21:24:17 수정 : 2019-02-21 21: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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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주연 맡은 배우 고아성
“대한 독립 만세!” 1920년 3월1일 서울 서대문감옥(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만세 삼창이 울려 퍼졌다. 그 중심에 유관순 열사가 있었다. 3·1운동 1주년을 맞아 옥중 시위를 주도한 것. 여옥사 8호실의 다른 수인들도 동참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유 열사는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그해 9월28일 옥사했다. 당시 나이는 불과 18세.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는 유 열사에 국한된 영화는 아니다. 그와 함께 옥고를 치렀던 여성 독립운동가들도 조명한다. 올해 3·1운동 100주년과 맞물려 이 영화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재평가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열사(고아성 역)가 1920년 3·1운동 1주년을 맞아 양팔을 번쩍 든 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 유 열사는 그날 실제로 옥중 시위를 주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아성 “여성 독립운동가들 기억해 주길”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아성(27)은 “짧고 굵게 찍은 영화”라며 “유 열사의 감정을 따라가지만 다른 독립운동가들 이야기를 담은 게 강점”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유 열사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유 열사가 느꼈을 감정을 떠올렸다.

“경성의 3·1운동을 보고 고향에 내려가 이끈 만세 운동이 참혹한 탄압으로 끝났잖아요. 한 사람이 감당하지 못할 좌절이었을 겁니다. 다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감옥에서 다시 시위를 이끈 건 책임감과 죄책감이 오가는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두세 번째 읽을 때 유 열사의 이름 석 자를 한번 지워봤습니다. 그런 감정이 비로소 파악됐죠.”

지난해 11월 촬영 당시의 기억과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서대문감옥, 여옥사 8호실이라는 공간의 제약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8호실 세트는 세 평(약 9.9㎡)도 안 되는 실제 장소처럼 제작됐다. 고아성은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을 때 창의성이 더 발휘된다는데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실제로 면회 장면에서 창의성을 발휘했다.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열사 역할을 맡은 배우 고아성.
“(감옥) 밖에서 온 사람보다 안에 있는 사람이 말을 훨씬 많이 한다고 해요. 외롭기도 하고 정보가 없어서 얘기가 술술 나오는 거죠.”

3·1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장면도 압권이다. 다부진 모습이 유 열사를 연상하게 한다.

“대사를 집에서 소리 내 외운 적 있는데 어머니가 ‘그걸 영화에서 하느냐’고 물으셨어요. 부모님 세대는 독립선언서를 다 외웠다고 해요. 촬영 당일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가 났습니다. 배우들이 다 같이 울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위해 5일간 금식도 했다. 얼굴이 부을까봐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고아성은 유 열사의 서훈 등급 상향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삼일절까지 벌이는 이 운동에 1만3000여명이 뜻을 모았다.

“많은 분이 동참해 주면 좋겠습니다. 또 유 열사뿐 아니라 다른 수인들,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에 남은 유관순 열사의 생전 모습.
문화재청 제공
◆“유 열사 서훈 등급 상향을”…현행법상 ‘불가’

21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유 열사가 받은 건국훈장 독립장은 5등급 중 3등급이다. 1962년 박정희 정부가 수여했다. 포상의 이유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서훈 변경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상훈법에 이와 관련한 조항이 없다. 다만 국회에 상훈법 개정안 3건과 유 열사의 서훈 변경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계류돼 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현행법상 서훈 등급을 조정할 수 없다”면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 열사 서훈 등급을) 재심사할 예정”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유 열사의 서훈 등급 문제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저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건국훈장 1등급(대한민국장)과 2등급(대통령장)인 독립운동가는 각각 30명, 92명인데 이 중 여성은 한 명씩이다. 1등급은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의 아내 쑹메이링, 2등급은 영화 ‘암살’로 알려진 남자현 열사다. 3등급은 821명 중 유 열사를 포함해 10명이다.

류정우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유 열사가 한 건 ‘비폭력 저항’”이라며 “유 열사가 폭력을 썼다면 독립 만세 운동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은 폭력에 대한 관점이 달라져 유 열사를 (갑옷을 입고 싸운) 잔다르크와 비교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고 격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류 회장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안 될 이유가 없다”면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진행해 그 역사를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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