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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초동대응 통했나…진정 국면 접어든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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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1 21:00:02 수정 : 2019-02-21 21: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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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검역본부, 세계 첫 개발 간이진단키트 / 15분 만에 ‘혈청형’까지 알아내 주효 / 방역노하우·시스템·초동대응 등 성과 / 지난달 31일 이후 추가 발생 없어 ‘소강’ / 살처분 등 사후대응보단 사전예방 중요 / 모든 혈청형 구제역 막을 백신 개발 시급
지난달 말 발생한 구제역이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이후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최대 2주인 구제역 잠복기와 마지막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시기인 21일쯤을 구제역 조기 차단의 분수령으로 봤다. 2014년 이후 매년 발생한 구제역에 대처하면서 쌓은 방역 노하우와 시스템, 과감한 초동대응이 이뤄낸 결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잔존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중국과 몽골, 러시아 등 주변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른 전염병이 유행하여 언제든지 국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국내외 가축 감염병 현황과 대응방안 등을 알아봤다.
농협중앙회는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지난달 28일부터 경기 충청 등 구제역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구제역 조기종식을 위한 비상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과감한 초동대응으로 구제역 조기 차단

구제역은 감염 경로가 다양하고 전파 속도가 빠른 악성 가축 감염병이다. 초동 대응에 실패하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본다. 2010년 11월 말 경북 안동 돼지농가에서 발병한 구제역이 대표적이다. 이듬해 4월 말까지 11개 시도, 75개 시군으로 확산해 소와 돼지 등 348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보상금과 방역비 등으로 투입된 예산만 약 2조7400억원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1월28일과 29일 경기 안성과 31일 충북 충주에서 발생했지만 유동 인구·차량이 많은 설 연휴가 지나서도 추가 발생은 없었다. 2회에 걸친 이동중지명령과 발생·인접 농가 및 예방적 살처분(소 2040마리), 백신접종(1383만마리)과 소독 등 차단방역 강화, 가축시장 폐쇄 조치와 같은 신속하고 과감한 초동방역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구제역 방역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통한다. 의심신고 시 신속한 진단과 발병 원인, 전파 양상 분석이 성패를 좌우한다. 구제역 조기 차단에는 검역본부 역할이 컸다. 동·축산물 검역·방역·연구 기관인 검역본부가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간이진단키트로 15분 만에 감염 여부는 물론 혈청형까지 알아냈다. 확진이 나오기 전 긴급 소독과 살처분 등 선제적 방역조치가 이뤄졌다.

구제역 발생 일주일 만에 전국의 모든 소·돼지에 백신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백신을 확보한 것도 ‘선방’의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2010년 이후 검역본부 구제역진단과와 해외전염병과, 구제역백신연구센터,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역정책국 등 관련 전문 조직이 집중적으로 생겨났다”며 “우려했던 구제역이 조기에 차단된 것은 이런 노력과 투자, 노하우 등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혈청형 구제역 감별 간이진단키트
◆중국 등서 ASF 유행… 차단·예방이 최선

모든 국가적 재난이 그렇듯이, 사후대응보다는 사전예방이 상책이다. 살처분의 경우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비용 문제와 침출수 유출 가능성, 인도주의적 논란 등을 야기한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가축 감염병이 대부분 폭발적으로 늘어난 농축산물 교역과 사람들 왕래로 해외에서 유입된 경우라서 사후대응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백신 접종은 구제역을 없애는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효과적인 예방책이기도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구제역 백신주 선정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국가적 경제 피해는 1조7320억원에 이르렀지만 백신 접종 후엔 915억원에 그쳤다.

그렇다고 백신이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니다. 구제역만 하더라도 소의 항체 형성률은 97.4%였지만 구제역이 발생했다.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가축 면역력이 약한 탓도 있겠지만 유전자 계통상 매칭(적합성)되지 않았을 수 있다. 모든 혈청형의 구제역을 커버하는 범용 국산 백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고병원성 AI는 아직까지 상용화된 백신이 없다. 유사시 백신으로 사용할 항원뱅크용 백신주 5000만마리분을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구제역과 AI보다 방역당국을 긴장시키는 감염병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다.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데다 치료제는커녕 백신도 없다. 지난해 8월 이후 중국과 몽골, 러시아 등지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 검역본부는 “중국과 교류가 많은 우리로서는 항시 유입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발생국에서 고기는 물론 햄과 만두, 육포 등 고기가 포함된 음식물을 절대 반입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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