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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휩쓴 태극기부대… 황교안엔 ‘방패막이’ [뉴스분석]

입력 : 2019-02-20 19:12:43 수정 : 2019-02-20 23: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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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현장·온라인 검색량 장악 / 선두주자 견제·검증 관심 약화 / 당지지율 악영향… 지도부 곤혹
“김진태보다 저 사람들이 더 꼴 보기 싫다 아닙니까. 예의가 아니지요, 예의가.”

지난 1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박모(54·여)씨는 혀를 끌끌 찼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연설이 막 끝난 직후였다. 박씨는 “오 전 시장 연설할 때 김진태를 외치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말할 때 욕하던데 대구 사람 아닙니다. 어디 딴 데서 와서 물을 흐리냐”고 타박했다.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김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호남 합동연설회장에 이어 이날도 600명이 넘는 ‘김 의원 지지자들’이 현장을 찾아 세를 과시했다. ‘태극기부대’라고 불리는 김 의원 지지자들은 연설회장 뒤쪽 2200석 계단 자리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해 다른 후보자 지지자들을 압도했다. 이들은 김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김 비대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욕설과 비난을 쏟아내 김 위원장이 잠시 연설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문재인 탄핵’에는 함성을, ‘박근혜 극복’에는 야유를 각각 보냈다.
한국당 전대를 휩쓰는 태극기부대의 위력은 온라인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일 네이버 데이터랩·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 전 시장·김 의원 중 19일 기준으로 김 의원의 검색량이 가장 많았다.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황 전 총리 검색량이 가장 많았지만, 5·18 민주화운동 폄훼와 김 의원의 당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 태극기부대에 대한 비판 기사 등이 미디어에 빈번히 노출되면서 지난 11일 이후론 김 의원의 검색량이 황 전 총리를 뛰어넘었다.

전대 뉴스가 태극기부대로 도배되자, 한국당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은 곤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무성 의원은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야당 의원은 “태극기부대가 이렇게 설쳐대는 모습을 보고 누가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을 찍겠느냐”라고 우려했다. 태극기부대가 부각되면서 전대 중인데도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컨벤션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조차 나온다.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황 전 총리 측은 전대 관심이 김 의원과 태극기부대에 쏠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려했던 견제와 검증이 상대적으로 줄어서다. 즉 태극기부대가 황 전 총리에게 쏠리는 여론의 관심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 주말부터 외부 공식일정을 최소화하고 TV토론회과 합동연설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황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는다”며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측 지지자가 얼마나 집결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김 의원 쪽은 훈련된 태극기부대지만 우리는 진짜 지역에서 온 당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는 대구를 지역구로 둔 정종섭(동구갑), 김상훈(서구), 곽상도(중구남구), 추경호(달성군) 의원과 경북의 김정재 의원 지역구(경북 포항북구)에서 온 당원들은 무대 앞에서 황 전 국무총리 응원 포스터를 흔들며 “황교안”을 연호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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