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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구 차단봉 왜 늦게 여냐”… 경비원 무차별 폭언·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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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0 13:56:39 수정 : 2019-02-21 11: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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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아파트 입주자 ‘갑질’ / 입주자대표 총무이사 아들 40대 / 경비원 해명·상관 사죄에도 막말 / “미리 열어놓으라” 특별대우 강요 / 피해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 / 사건발생 2주 지났지만 사과 없어 / 모친 “아들 성인인 만큼 개인적 일”
강남 초고가 아파트단지에서 입구 차단봉을 늦게 열었다는 이유로 입주자대표 총무이사 아들이 경비원을 마구 때리고 욕하는 ‘갑질’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갑질 당사자와 모친은 각각 서로 다른 강남의 분양대행사 대표를 맡고 있다.

20일 사건 목격자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I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A(43)씨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오전 7시50분쯤 입주자 권모(43)씨로부터 얼굴 등에 폭행을 당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 권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가 차단봉이 늦게 열렸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경비실에 들어간 뒤 A씨 멱살을 잡았다. 주먹으로 A씨 인중 부위를 두 차례 강타하고 무릎으로 낭심을 가격하는 등 권씨의 폭행과 폭언은 약 10분간 계속됐다.

해당 아파트는 최고 46층의 강남 랜드마크 단지로 알려지면서 정·재계, 연예계 유명인사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단지 내 펜트하우스가 105억원대에 거래되면서 전국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사건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권씨는 욕설은 물론 모욕감을 주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A씨에게 “××× 박고 문이나 열라”거나 “처자식 보는 앞에서 욕을 해주겠다”고 소리 치기도 했다. A씨가 “급하게 적을 것이 있어 조금 늦게 열었다. 죄송하다”고 해명한 데 이어 A씨 상급자까지 와서 거듭 사죄했음에도 권씨는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는 자동화시스템에 따라 차량 번호판을 인식한 뒤 정문 입구 차단봉이 열리도록 돼 있었지만, 권씨는 “내가 지나가면 미리 알아보고 차단봉을 열어놓으라”며 특별대우를 강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당시 입술이 찢어지고 치아가 흔들릴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또 정신과 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권씨는 사건 이후 2주가 지난 이날까지 A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

사건 목격자는 “권씨 모친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아파트 관리용역 계약을 담당하는 총무이사이고 분양대행사 대표라는 점을 등에 업고 갑질을 이어왔다”며 “권씨 외에도 다른 경비원 4명이 발로 차이고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고 칫솔로 찔리는 등 폭행을 당해왔다”고 털어놨다.

권씨 모친인 D 분양대행사 구모 대표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모로서 자식이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켰다니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아들이 성인인 만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택관리공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경비원과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사례는 3702건에 달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뇌사에 빠진 70대 경비원이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안한 고용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비원은 대부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직접 고용되는 대신 용억업체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된다. 경비원들은 입주민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 곧 계약이 해지될까 봐 두려워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비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부모의 재력을 그대로 물려받는 등 사회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자신을 영원한 ‘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며 “자신의 지위에 대한 성찰 없이 사회적 힘만 강하다보니 갑질 사건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경비원도 사회의 일원으로 묵묵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처우 개선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녹취록 전문

A씨: 대리님. 잠깐 올라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이 그 오토바이를 조금 늦게 열어드렸는데 뭐 적다가 오셔가지고 지금 멱살을 잡으시고 그러시니까. 제 멱살을. 대표님 아드님 같으세요. 죄송합니다. 최대한 안 열어드리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권씨: 아니 당신이 내가 여기 안에 오토바이가 몇 대 있는지 모르는 상황도 아니고

A씨: 사장님 치진 마십시오. 제가 안 열어드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권씨: 아 진짜 이 XX 진짜. 야 어?

A씨: 치진 마시고.

권씨: 치진 마시고. 인간적으로 대할 때 똑바로 하라고.

A씨: 사장님 치지 마십시오. 치지 마시...

(쾅쾅 소리)

권씨: 진짜 죽으려고 이게 안놔?

A씨: 치진 마십시오.

권씨: 야 놔. 놔. 놓으라고.

A씨: 치지 마시라고요.

권씨: 놓으라고 이 X 놓으라고 놓으라고. XX 열지. 아니 그러니까 여기서 근무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런 일 하기 싫으면 젊어서. 나이 들고 해.

A씨: 저희 책임자 올라오시니까 잠깐만 기다리시죠.

권씨: 왜 네가 했는 일을 네 책임자한테 떠넘기냐고

A씨: 아니 사장님 제가.. 알겠습니다

권씨: 아니 말이 틀린 말이 아니잖아. 네가 한 일을 왜 네 책임자한테 떠넘기냐고

A씨: 떠넘기는 게 아니고요. 저도 잠깐 뭘 적다가 잠깐 놓쳤습니다.

권씨: 야 웃긴 소리 하지마 XX.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고. 거기 창문은 왜 여냐고.

A씨: 제가 그때 열어 드리려고 연거 아닙니까.

권씨: 창문은 그냥 누르면 되잖아.

A씨: 욕하지 마시고요.

권씨: 너 여기 올라오면 가만 안둘테니까.

A씨: 지금 여기 멱살잡히고요. 여기 맞고 여기 맞았습니다.

권씨: 창문을 열고 뭐 어쩌라고 3대 맞은 거 참 자랑이요. 자랑이요. 나 여기서 넘어지면 어떡하려고 내가 여기서 오토바이 세우고 내가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A씨: 사장님 제가 안 열어드린 게 아니라 뭐 잠깐 적다가 놓쳐서 곧바로 열어드리지 않았습니까?

권씨: 야 내가 여기서 오토바이 빵빵거리고. 이 XX 자기 한 짓을 생각 안하고.

A씨: 제가 처음부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장님.

권씨: 야 네가 한 다음에 죄송하다고 하면 뭐하냐고. 몇 번을 여기 있는 놈들 중에 사상 더러운 놈들 몇 놈 있어.

A씨: 제가 사장님 얼굴도 뵀고 몇 번 뵀는데 일부러 안 열어드리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사장님.

A씨 상급자: 저 아시죠? 제가 여기 대리인데 죄송합니다.

권씨: 아 이 XX 웃긴 X이네 야 네가 3대 맞았으면 어쩌려고. 네가 한 짓이 있으니까 한 거 아니야 이 XX야 그러니까. 나도 여기 젊었을 때 나도 그냥 여기 세우고 들어와. 이 XX 웃긴 놈이네.

A씨: 죄송합니다.

권씨: 가만가만 있다 보니까 저 3대 맞았습니다. 뭐 어쩌라고 이 XX야.

A씨 상급자: 죄송하다고 하잖아요 죄송해요 저 얼굴 봐서 저 아시죠?

권씨: 야 이 XX야 네가 젊은 놈이 이런 소리 듣기 싫으면 그냥 이런 일을 하지 마 XX야. 야 이 XX야 네가 이런 일을 하러 들어왔으면 꿇고 해야 될 거 아냐 XXXX야. XX 같은 게 그런 각오도 없는 게 무슨 일을 하냐고 이 XX야 이런 XXXX야.

A씨 상급자: 왜 욕을 하세요.

A씨: 사장님 제가 사장님한테 이렇게 맞을 정도로 잘못한 겁니까?

권씨: 야 네가 일을 하면 나도 XX 일을 하러 가면 XX같은 소리 다 듣고 일해. 무슨 XX 야 네가 그게 XXXX가 없는 거지.

A씨: 제가 맞을 정도로 잘못한 겁니까. 사장님?

권씨: 야 네가 들어와 가지고 행동 건들지 마세요 뭐 이거 하지 마세요.

A씨: 아니 그렇다고 때리는 건 맞습니까?

권씨: 야 이 XX야 니가 XX 무슨 뭐 하는 짓이냐고 때릴 정도? 말대꾸 하지마 이 XX야.

A씨: 사장님 저도 마흔다섯 먹었고요 처자식이 있습니다.

권씨: 야 이 XX야 처자식 있는 게 자랑이야 XX 야 처자식 있으면 네 행동 똑바로 해 이 XX야.

A씨: 잡고 하지 마시고요 삿대질 하지 마시고요.

권씨: 이 XX XXXX 처자식 있는 놈이 똑바로 행동해야 될 거 아냐 이 XX야. XXXX 아 진짜 웃기는 놈이네.

A씨 상급자: 사장님 저 아시잖아요

권씨: 야 얘기해봐봐 뭐 이 XX야 네가 오토바이 지나가면 아침에 지금 아침에 나갈 때 아후 저 XXXX들 기어들어올 때 또 XX하겠네.

A씨: 제가 정확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제가 얼굴도 뵀구요. 몇 번 열어드렸어요. 오늘 아침에 교대하자마자 급하게 적을 게 있어서.

권씨: 그래 이 XX야 원래 너 말고 너보다 더 XXXX 여기 앉아 있어. 또 들어올 때 어쩌나 XX. 내가 내 집에 들어오면서 X 욕지거리를 다 하면서 들어와야 되냐? 내가 여기도 옛날에 다 했어 XX X같은 XX가 XX 맞아 죽으려고.

A씨 상급자: 제가 죄송해요 제가 사과드릴게요.

권씨: 야 이 정도로 해 XX. 너 이 XX 나이 마흔다섯.

A씨 상급자: 에이 설날부터 그러지 마시고요

권씨: 야 이렇게 해 이러고도 너 나이 더 X먹으면 됐어 이 XX

A씨 상급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드릴게요(손 싹싹 비는 소리)

권씨: 앞으로 XX야 내 차가 너 지나가면 너는 XXX X박고 문 열어 너 보고 내가 여기 들어올 일이 뭐가 있어 XXX야.

A씨: 사장님 제가 뵀고요.

권씨: XXX 안 XX XXX이 진짜 죽으려고.

A씨: 아 진짜 사장님 제가 몇 번 열어드렸습니다.

권씨: 야 너가 하는 일이 여기서 문 여는 일 아냐 이 XXXX야.

A씨: 오늘 제가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늦게 열어드렸습니다.

권씨: 그래 이 XX야 그냥 여기서 지나가다 보이면 열어. 내가 여기 들어와서 너 X같이 여기 욕 얻어먹을 일이 뭐 있어 XX야? 어? 욕을 XX게 얻어 X먹어야지 XXX야 어? 니가 그럼 여기 XXX X박고 생각할 거 아냐? 어? X같은 게 XX 야! 니 XX 뭐 새끼하고 처가 있어? 생각해봐봐 XXXX야? 어?

A씨 상급자: 죄송해요 죄송해요

권씨: 새끼하고 처하고 가가지고 생각해봐봐 이 XXXX야 욕을 왜 얻어 X먹고 왔냐고 XXX 아싸리 여기서 열어주고 정초부터 욕 얻어 X먹지 말고 웬만하면 안 들어오려고 했어 XXXX.

A씨: 설날인데 그만 하십시오

권씨: 야 한 명 더 불러와 봐봐 그 XXXX 불러와 봐봐 가서 불러와 너가 가서 불러와 XXX야 불러와.

A씨 상급자: 그 친구는 퇴근해서 갔어요. 절 봐서라도.

권씨: 너 그 XXX 여기 앉은 놈 알지?

A씨: 네 다른 조.

권씨: 알지? 너 XX 나 보이면 열라고 얘기해 알았어?

A씨 상급자: 네 제가 얘기할게요

권씨: 안 열면 XXX 내 너한테 와서 여기서 근무하는 동안 여기서 네 XX 니 처자식 들을 정도로 욕을 해줄 테니까.

A씨 상급자: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발 제발.

권씨: 이 XXX가 이 XX같은 게.

A씨: 죄송합니다.

권씨: 왜 정초부터 여기서 욕 얻어먹고 근무하냐고 왜 죄송합니다 하냐고 XX야 야 너 돈 얼마 받아 X 먹길래 여기서 그거 하고 앉았냐고 이 XX야 어?

A씨 상급자: 사장님 화푸세요.

권씨: 그냥 다 딴 데 가서 해먹어 어? XXXX야 어? XXXX야 너 지금 왜 여기서 밥 벌어먹고 사냐고.

A씨: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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