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달러 대박 마차도… 류현진의 경계대상 됐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음에도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 대어들의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자 구단들이 담합해 큰 돈을 쓰지 않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선수 노조가 파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과격한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우려를 불식 시키겠다는 듯 드디어 지갑을 연 구단이 나왔다. ESPN과 MLB닷컴 등 미국 언론들은 20일 일제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지난해 류현진(32)과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FA 내야수 매니 마차도(27)와 10년 총액 3억달러(약 338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신체검사가 끝나지 않았기에 샌디에이고 구단의 공식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차도는 2007년 11월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뉴욕 양키스와 10년 2억7500만달러에 사인했던 종전 기록을 넘어 미국 프로스포츠 FA 사상 역대 최고액을 받는 선수가 됐다. 1975년 MLB에 FA제도가 도입이후 44년 만에 3억달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장칼로 스탠턴(양키스)이 2014년 11월 마이애미 말린스와 13년 3억2500만 달러에 계약한 적이 있지만, 이는 FA가 아닌 연장계약이었다. 마차도는 5시즌 후 옵트 아웃(계약 파기 후 다시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빅리그 FA가 도입된 후 1억달러 시대가 열린 것은 23년이 지난 1998년 투수 케빈 브라운이 다저스와 7년 1억500만달러의 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그후 2년 만에 로드리게스가 2000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2억5200만달러에 사인해 2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다시 19년이 흘러서야 3억달러 돌파가 이뤄졌다. 이제 조만간 FA 4억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마차도보다 더 높은 몸값을 기대하고 있는 FA 대어 브라이스 하퍼(27)가 아직도 미계약 상태다. 이제 기준점이 될 마차도의 계약상황이 나왔기에 하퍼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좀더 구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원소속팀인 워싱턴 내셔널스를 비롯해 마차도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 하퍼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하퍼의 새 직장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소문도 들린다. 하지만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은 “샌디에이고도 하퍼 영입전에서 발을 빼지 않았다”고 자신의 트위터로 밝히는 등 영입 물밑전이 치열해 보인다. 조만간 마차도를 넘어 MLB FA 최고액 기록이 다시 깨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마차도의 이적은 20승에 도전하는 류현진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당장 샌디에이고가 다저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라 맞대결을 통해 지구우승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됐기 때문이다. 마차도의 계약 소식이 전해질 때 류현진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첫 라이브 피칭에 나서며 24일 시작하는 시범경기 등판이 가능한 몸상태가 됐음을 과시하며 그 어느때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올 시즌 부상 없이 잘 치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특히 마차도에 대해 “이제 다른 팀 선수니까, 잘 잡아야죠”라며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송용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