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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키즈’ 낙인 “제정신 박힌 판사 아냐”… 도 넘은 인신공격

입력 : 2019-02-18 18:33:31 수정 : 2019-02-19 07: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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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지자들, 2심 재판부 ‘마녀사냥’ 논란 / 항소심 배당도 전에 신상털이 / 차문호 부장판사 재판장 지목 /“애먼 짓 하면 죽는다” 협박까지 / 전문가 “사법부 독립 침해행위”
“일선 판사보다 먼저 담당 재판장이 누군지 알고 비난하는 현실이 씁쓸하네요.”(수도권 법원 판사 A)

‘사법농단’ 의혹 사태를 계기로 판사 개인을 겨냥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댓글 순위 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의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배당되기도 전에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3기)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며 ‘마녀사냥’ 대상이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의 지지자들은 항소심 재판 배당이 이뤄지기 2주일 전부터 서울고법 형사2부가 담당 재판을 맡을 것으로 점찍고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에 나섰다.
김 지사 지지자들은 서울고법 내 선거 전담 재판부 분석을 통해 차 부장판사가 해당 재판부를 맡은 지 1년밖에 안 됐고 그가 2심 재판장을 맡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이들은 차 부장판사를 향해 “김 지사에게 애먼 짓 하면 죽는다”고 협박하거나 “제정신이 박힌 판사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차 부장판사가 2007~2008년 양승태 대법관 전속재판연구관 3명 중 한 사람으로 2년간 근무했다는 점을 비난근거로 삼았다. 차 부장판사가 양승태 사법부의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사촌동생인 차성안 판사를 설득한 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도 문제 삼았다. 재경지법의 한 B판사는 “차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기소는 물론 대법원 자체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승태 키즈’로 낙인을 찍고 배당 전부터 인신공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1심에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도 선고 직후 지지자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 부장판사를 겨냥해 ‘시민의 이름으로, 김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글은 성 부장판사를 겨냥해 심각한 사법 쿠데타를 벌였고 시민들 손으로 끌어내리기 전에 법복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글은 20일가량이 지난 이날 현재 26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일 지지자들 예상대로 항소심 재판장이 차 부장판사로 결정됐고, 이날 올라온 그의 교체를 청원한다는 글도 나흘 만에 동의자 수 1만명을 넘었다.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린 '김경수 도지사 도정복귀 촉구대회'에서 참석자가 '도정복귀'가 적힌 종이를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판사들에 대한 인신공격은 ‘사법 농단’ 의혹 사태 및 김경수 지사의 1심 판결 이후 더욱 심화할 조짐을 보인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에만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관 3명이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2011∼2017년 7년 동안 신변보호를 요청한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관은 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판사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에 대해 과도한 인신공격은 재판 공정성을 내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로 재판을 유도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논평을 통해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 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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