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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찬밥’ 평창동계올림픽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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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8 23:20:55 수정 : 2019-02-18 23: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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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난관 돌파한 조직위 / 아무도 정부 훈·포장 못 받아 / 8년간 일했던 통역은 실직자 /“통합 세상” 거짓말 아닌가 지난 주말 강릉 동계올림픽 경기장에는 그 흔한 1주년 축하 현수막조차 걸려 있지 않았다. 매표창구가 있던 곳은 마른 잡초가 날아다녔다.

2년여 전 평창동계올림픽은 컴컴한 긴 터널 속을 지나고 있었다. 토요일 밤마다 일렁이는 촛불 속에 대통령 탄핵 요구가 빗발쳤다. 최순실·장시호는 복병이었다. 예행연습차 열리는 월드컵대회는 무산 직전이었다. 미국과 북한 수뇌들은 서로 핵버튼 성능을 자랑해댔다. 미 대통령 말로는 전쟁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한용걸 논설위원
이희범 올림픽조직위원장이 취임 뒤 보니 적자가 4000억원이 넘었다. 주요 시설물을 건설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했는데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보증해주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정부채무 법정한도에 묶였던 것이다. 탄핵 국면에 들어선 뒤에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됐다. 기업들도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는 최석영 전 제네바대사를 “마지막으로 고향(강릉) 발전에 기여하라”며 무임금 특보로 지명했다. 2016년 12월 일본에서 도쿄올림픽 준비회의를 하고 있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크리스토프 두비 부위원장과 라나 하다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5인방을 찾아가 담판하라고 지시했다. 추가 지원금 독촉 임무였다. 최 특보가 방법을 물었다. 이 위원장은 “Look at me(나 좀 봐줘)라고 해”라고 했다. 그리곤 마일리지도 없는 항공서비스 티켓을 내밀었다.

국내 정치적 혼란은 극심했다. 최 특보는 시나리오 4개를 구상했다. 어떤 시나리오든 결론은 ‘대통령 탄핵→재정 부족→올림픽 무산’이었다. 그는 추가 금융지원을 꺼리는 IOC 부위원장단에 “IOC 의도가 경기중단이냐”고 따졌다. IOC가 대회 무산 책임을 지라고 배수진을 쳤다.

최 특보는 IOC 집행회의 참석차 로잔으로 날아가던 이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하라고 주문했다. 예측불가능한 정치상황을 설명하라고 했다. 회의를 주재하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옆방으로 불러 얼마가 더 필요하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거액을 요구했다. 바흐 위원장이 “한번이자 마지막”이라고 못박았다. IOC에서 추가로 지원금(1500만 달러)을 받아낸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를 발판 삼아 국회와 정부, 기업체를 설득했다.

평창올림픽 점검대회인 알파인 월드컵대회는 실패 선언 직전이었다. 2015년 2월 정선 스키월드컵 준비 상황을 점검한 지안 프랑코 카스퍼 국제스키연맹(FIS) 회장은 “대회 개최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여형구 국토교통부 차관이 긴급 투입됐다. 인천공항 건설의 앞과 끝을 맡았던 대형 프로젝트 경험자였다. 겨우 월드컵을 치러 냈다.

그에게 개·폐회식을 발주하는 결재서류가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제일기획도 후보였다. 제일기획 사장이 부위원장으로 위촉돼 있어 ‘부당 내부거래’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발주처를 조달청으로 돌리도록 지시했다. 공정성·객관성 유지가 필요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가 발주했더라면 훗날 꼼짝없이 여론재판의 먹잇감이 됐을 일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이례적으로 흑자를 냈다. 노로바이러스 집단감염 사태가 발발했지만 군 장병들을 긴급 투입해 방제에 성공했다. 공사 발주와 관련한 뇌물수수 스캔들은 한 건도 없었다. 남북과 북·미 관계의 물꼬를 튼 계기도 평창올림픽이 만들었다.

올림픽을 치른 지 1년이 지나가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유치할 때 경제부총리와 강원지사까지 나서서 재정적으로 공동 책임을 지겠다고 서명했지만 뒷마무리는 아쉬움이 많다. 어느 누구도 올림픽을 잘 치러 냈다는 명분으로 정부 훈장이나 감사패를 받지 못했다. 최순실 여파로 검찰에 끌려가 조사받은 게 ‘훈장’이다. 지난해 말 자원봉사자들과 직원들을 불러서 격려한 곳은 민간기업이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밥 한끼 내지 않았다. ‘김태우 100명 블랙리스트’에 누군가 들어있기 때문이라면 가혹한 처사이다. 조직위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실업자가 됐다. 유치 때부터 8년간 통역으로 일했던 요원이 구청직원 뽑는 데 찾아다니며 면접시험을 보고 있다. 정부가 추천하지 않아 IOC 위원조차 없다. 국가적인 일에 기여했던 인사들이 보상은커녕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고도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이라면 누가 믿겠나.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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