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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판검사 '범죄의 재구성'… 주범 잡았다

입력 : 2019-02-18 19:07:51 수정 : 2019-02-19 08: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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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내세운 9억 사기사건 / 주범 놓고 공범들 진술 엇갈려 / 석달간 계좌 추적 매달려 검거 /“증거로 해결… 한편의 범죄영화”
지난해 7월 9억원대 주식담보대출 사기 사건을 배당받아 공판 검사로 나선 서울중앙지검 송봉준(39·사법연수원 36기) 검사는 재판이 진행될수록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윤모씨는 주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갖게 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권모씨가 “윤씨가 틀림없는 주범”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할수록 ‘진짜 주범은 따로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확신은 수사로 이어졌고, 결국 주범은 덜미를 잡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정은 이랬다. 지인한테 ‘좋은 사업 한번 같이해 보자’는 제안을 받은 주범 김모씨는 피해자에게 “이자 걱정 없이 대출해 주겠다”고 속이고 6억원 상당 주식을 담보로 챙겼다. 주범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윤씨를 속칭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다. 주식을 넘겨받은 주범은 이를 사채시장에서 활동하는 지인들과 공모해 9억700만원에 매도했다. 일당은 3억원의 시세 차익을 약 4000만∼1억여원씩 나눠 가졌다.

자신의 주식이 팔린 것을 뒤늦게 안 피해자의 고소로 덜미를 잡힌 일당은 주범의 존재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다만 혼자 죄를 뒤집어쓸 것을 두려워한 윤씨만이 “주범은 따로 있다”고 주장할 뿐이었다. 이때만 해도 주범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공범들 간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송 검사는 약 3개월간 관련자 25명을 조사하고 계좌 추적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기간 송 검사가 자정 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며 “송 검사의 의지가 강하고 사건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주범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주범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 먼저 재판에 넘겨진 일당 중에는 주범이 운영하는 회사의 임원이자 행동대장 격으로 범행을 앞장서 수행하며 월급을 1000만원씩 받아간 ‘충성도’ 높은 인물도 있었다. 자연히 주범의 정체가 쉽게 드러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송 검사는 “객관적 증거 중엔 계좌 명세와 수표가 있었는데, 특히 수표가 여러 장 있어 주범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됐다”며 “공범들 진술이 모두 엇갈려 마치 ‘범죄의 재구성’ 같았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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