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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민의명저큐레이션] ‘우주의 부엌’에서 지적 성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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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8 23:07:33 수정 : 2019-03-19 14: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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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만들어내는 별을 부엌에 비유 / ‘코스모스’ 우주질서 정리한 최고 입문서

“원자라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별은 우주의 부엌인 셈이다.”(칼 세이건 ‘코스모스’ 354쪽)

 

바야흐로 우주시대가 열리고 있다. 허블망원경보다 7배나 집광력이 좋은 제임스웹 망원경이 완성을 앞두면서 대중의 기대도 높다. 이 망원경으로는 훨씬 더 먼 우주를 관찰할 수 있으며,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을 보게 되면 빅뱅의 비밀도 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명저 ‘코스모스’는 우주에 관심을 둔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출간된 지 40년이 돼가지만 전혀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 최고의 우주 입문서다.

 

별은 어떻게 원자를 만들어낼까. 태양의 내부엔 어마어마한 양의 수소가 있다. 1000만 도에 달하는 고열은 이 수소를 빠르게 충돌시켜 헬륨이라는 원자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태양처럼 뜨거운 별도 고작 헬륨 정도밖에는 생산할 수 없다. 다른 원자를 융합해내기엔 온도가 한참 모자란다. 수소가 빅뱅 이후 ‘이미 주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태양은 한 가지 음식밖에 내놓지 못하는 초라한 부엌인 셈이다. 태양보다 큰 별도 많지만 여기서도 고작 몇 개 정도의 원자를 더 만들어낼 뿐이다. 어떤 별도 금이라는 무겁고 복잡한 원자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시도한 연금술사들은 어쨌든 대단한 이들이다.

 

그런데 지구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원자가 있는 것일까. 천문학자들은 태양계가 형성되기 직전 근처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명이 다한 초신성은 폭발하면서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낸 것과 맞먹는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시킨다. 이때 짐작도 할 수 없는 고열이 발생하고 수십 종의 원자가 한꺼번에 만들어진다. 별은 우주의 부엌이되 너무 장엄한 부엌인 셈이다.

 

폭발 후의 초신성의 잔해인 이 원자들은 우주를 떠다니다가 다시 뭉쳐져 별이 되거나 행성이 된다. 별은 부피가 클수록 수명이 짧다. 너무 활발한 핵융합이 일어나 에너지 소진이 빠르기 때문이다. 초신성의 수명이 고작 수천만 년인 이유다. 태양은 다행히 크기가 한참 작다. 그래서 에너지를 함부로 쓸 수 있는 구조가 못 되며 그래서 수명이 길다. 우주먼지였던 지구는 이런 태양 옆에 우연히 뭉쳐졌다. 지구 안엔 초신성의 잔해가 잠들어 있다. 금과 우라늄 같은 무거운 물질은 오직 초신성의 죽음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초신성의 담금질이 금에게 변하지 않는 영원성을 부여했다.

 

끝도 없고 시초도 모르는 우주를 인간은 하나의 질서 잡힌 체계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카오스는 혼돈을 의미하며, 코스모스는 질서를 의미한다. ‘코스모스’는 이런 우주의 질서를 질서정연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방대한 지식, 논리적인 추론, 적절한 예시, 문학적인 비유,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지적 항해가 하나의 구조로 꽉 짜여 그 자체로 코스모스라 할 만하다. 13부작 TV 다큐멘터리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고 추후 집필에도 혼신의 힘을 쏟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주와 인간에 대한 균형 잡힌 지성을 갖춘 그였기에 이런 명작이 가능했으리라.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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