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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격까지…'김경수 2심' 전부터 '재판장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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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8 15:21:06 수정 : 2019-02-18 17: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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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 맡은 차문호 부장판사 / 사건 배당 전부터 인터넷에 신상 떠돌아 / 김 지사 지지자들 "제정신 박힌 판사 아니다" “일선 판사보다 담당 재판장을 먼저 알고 비난하는 현실이 씁쓸하네요.” (수도권 법원 판사 A)

‘사법농단’ 의혹 사태를 계기로 판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댓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의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배당되기도 전에 재판장인 차문호(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며 ‘마녀사냥’ 대상이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의 지지자들은 항소심 재판 배당이 이뤄지기 2주일 전부터 서울고법 형사2부가 담당 재판을 맡을 것임으로 점찍고 재판장인 차문호(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을 벌이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사건`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 지사 지지자들은 서울고법 내 선거 전담 재판부를 분석하고 차 부장판사는 해당 재판부를 맡은 지 1년밖에 안됐다는 점까지 분석하며 그가 2심 재판장을 맡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이들은 차 부장판사를 향해 “김 지사에게 엄한 짓 하면 죽는다”, “제정신이 박힌 판사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차 부장판사가 2007~2008년 양승태 대법관 전속재판연구관 3명 중 한 사람으로 2년간 근무했다는 점을 비난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의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사촌동생인 차성안 판사를 설득한 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 B는 “차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기소는 물론 대법원 자체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승태 키즈’로 낙인을 찍고 배당 전부터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1심에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성창호(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도 선고 직후 지지자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 부장판사를 겨냥해 ‘시민의 이름으로, 김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글은 성 부장판사를 겨냥해 심각한 사법 쿠데타를 벌였고 시민들 손으로 끌어내리기 전에 법복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글은 20일가량이 지난 이날 현재 26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일 올라온 차 부장판사의 교체를 청원한다는 글도 나흘 만에 동의자 수 1만명을 넘었다.

판사들에 대한 인식공격은 ‘사법농단’ 의혹 사태가 불거지고 ‘국정농단’ 사태 등 민감함 재판이 이어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 신변보호를 요청한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관은 총 3명으로 2011∼2017년 7년 동안 요청한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관 숫자(2명)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판사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척·기피 등 정당한 사법시스템을 거쳐야 한다”며 “판사에 대해 과도한 인신공격은 재판 공정성을 내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로 재판을 유도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 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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