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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 열흘 만에 사면?… "판결문 잉크도 안 말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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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8 11:28:24 수정 : 2019-02-18 14: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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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특사 대상' 명시한 밀양 송전탑 반대시위 관계자 10명 유죄 판결 / '형 확정'이란 자격요건 갖춰…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 전 휴지 되나?" / 법조계, "담당 판검검사들 힘 빠질 것"… '법치주의 무시' 논란 가속화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오는 3·1절 대대적인 특별사면 단행을 예고한 가운데 그간 특사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돼 온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 방해사건 피고인들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특사 대상이 될 자격 요건(형의 확정)을 완벽히 갖추게 된 셈이나 유죄 확정 후 불과 열흘 만에 사면이 이뤄진다면 말 그대로 ‘판결문이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휴짓조각이 되는’ 셈이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2012∼2013년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시위 관계자 10명이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3·1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자격을 얻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사현장 진입 시도하는 의경에 '인분'까지 뿌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80)씨 등 밀양시 주민 10명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씨 등은 이명박(MB)정부 시절인 2012년 7월 송전탑 건설에 투입된 콘크리트 운반 버킷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에 자신의 몸을 묶거나 공사용 헬기 밑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등 수법으로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5월에는 송전탑 건설을 방해하려 공사현장 진입로를 막고 있다가 의경들이 강제로 진입을 시도하자 손자 또는 아들 같은 의경들한테 인분까지 뿌린 혐의도 있다.

1·2심은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송전탑 건설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할 법치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라며 “합당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씨 등의 행위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등이 인정되기 어려워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시위 관계자 일부가 특사 대상임을 밝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면 뻔한데 재판? 판사 입장에서는 힘 빠질 것"

청와대는 지난 12일 “3·1절 특사 대상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최근 전국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집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집회 △밀양 송전탑 반대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등으로 처벌받은 사람들 파악을 지시했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밀양 송전탑 (집회) 등과 관련해 형이 확정된 분들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 송전탑 반대시위 관계자 일부가 특사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유죄가 최종 확정된 밀양 주민 10명도 ‘형의 확정’이란 요건을 충족한 만큼 특사 대상에 올랐다. 이 경우 유죄 확정 10여일 만에 법원 판결문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밀양 송전탑 반대시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시위 등 관계자들에 대한 청와대의 사면 방침은 재판 진행 도중에, 그러니까 형이 확정되기 훨씬 전부터 이미 공식화했다. 현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재직 중인 최완주(61) 원로법관은 서울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판 도중에 사면 얘기가 나오는 게 적절하느냐”는 의원 질의에 “아직 재판 진행 중인데 만약 제가 그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라면 힘이 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답해 현 정부의 법치주의 경시 풍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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