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15일 취리히의 자택에서 평온 속에 눈을 감았다고 간츠 측이 전했다. 사인은 대장암으로 알려졌다.
간츠는 ‘다운폴’에서 아첨꾼과 충성파만 곁에 남은 벙커에서 최후를 맞는 히틀러를 연기했다. 이 영화 출연을 위해 히틀러의 말투와 습관까지 연구했다는 그는 독재자의 자살 전 열흘 간의 행적과 내면을 절묘하게 연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히틀러를 너무 인간적으로 묘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히틀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이미 안다”며 “우리는 그를 규탄하는 또 한 편의 영화가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영화 속에서 그가 탁자를 쾅 내리치며 절규하는 장면은 수많은 패러디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한국 네티즌에도 친숙하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배우가 히틀러를 연기한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고인은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1987)에서는 인간의 운명을 고뇌하는 천사역을 맡았다. 생전 그는 비행기에서 자신을 알아본 승객이 “저기 봐, 너의 수호천사가 여기 있으니 걱정 마렴”이라며 자녀를 달랬다는 일화를 전하며 이 역할이 대중에게 얼마나 큰 인상을 남겼는지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2001년 21시간 대작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역할을 소화하는 등 연극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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