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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칼럼] 자치경찰제, 공든 탑 될까? 모래성 될까?

부작용 우려에도 추진 강행/올해 5개 시도 시범 실시 나서/권한·역할 모호… 신뢰도 낮아/국민적 공감대 먼저 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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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7 23:07:31      수정 : 2019-03-31 20:54:24

참여정부 당시부터 도입 논의가 활발했던 자치경찰제가 가시화하고 있다. 자치경찰제를 올해 5개 시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다는 당·정·청의 합의로 인해 자치경찰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지난해 11월 나온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로드맵을 반영한 것으로서 자치경찰의 조직, 인력, 권한범위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몇 가지 본질적인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자치경찰제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 헌법학

그동안 자치경찰제에 대한 찬반이 지속됐던 이유는 분명하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기초에서부터 다지기 위해서 자치경찰제가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자칫 실패할 경우에는 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으며, 이는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자치경찰의 권한과 역할이 뚜렷하지 않다. 여당에서는 “국가경찰은 정보, 보안, 외사와 전국적 통일 처리를 요하는 사무를 담당하고,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민생치안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디. 하지만 권한이 중복되는 영역, 사각지대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어, 자치경찰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아직 도입되지도 않은 제도에 대해 신뢰를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국민의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찰보다 지방경찰 내지 자치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낮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끝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대해지는 경찰권의 분산을 위해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지만, 자치경찰의 권력분산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도 문제이다.

 

결국 자치경찰제 자체에 대한 반대는 크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우려가 불식되지 못하는 이유는 성급한 도입으로 인한 실패 우려와 더불어, 정부·여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으로 무리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권의 비대화 문제가 제기되자 그 대안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이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생활안전 등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의 분리를 통해 경찰권이 약화하고, 통제가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과연 어떤 근거에 기초한 것일까.

 

단순히 국가경찰의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경찰권이 약화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검찰이 수사권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며, 자치경찰의 분리로 국가경찰에 대한 통제가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오히려 자치경찰과 지역의 토호세력의 유착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지 못하며, 시도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시도 경찰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활동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찰로부터의 독립이 약화할 가능성도, 지역의 토호세력의 영향력이 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처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자치경찰제 도입은 필요하다. 다만, 이제라도 보완이 필요한 점을 계속 점검하면서 자치경찰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자치경찰제가 모래성이 아닌 공든 탑이 되기를 원한다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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