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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부부 자기생식권 존중 vs 가난한 여성 불법 돈벌이수단 전락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2-21 05:00:00 수정 : 2019-02-21 09: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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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갖고 싶은데 못 갖는 부부의 심경 그 누가 알까요?"

"돈 없는 여성을 인신매매하고, 어린 딸을 공부시키기 보다는 대리모로 삼으려는 짐승만도 못한 이들이 나올 게 뻔합니다."

대리모(代理母)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대리모란 남편의 정자를 제3자인 여성에게 인공수정해 자식을 낳게 할 때의 제3자인 여성을 뜻합니다. 태어난 아기는 불임 부부의 양자가 되는데요.

이 방법은 법률적으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대리모가 아기를 부모에게 주지 않거나 장애아가 태어나는 경우 등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韓 대리모 불허…난임부부들 "우리 심경 누가 알까?"

대리모 출산이 아이를 갖기 어려운 부부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이를 허용하는 국가가 있지만, 한국과 같이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도 부지기수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20대 초반에 직장암 선고 등으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제 아이를 너무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갖지 못해 고생하는 부부가 적지 않습니다.

공식적인 통계로 집계된 난임자 수는 2006년 14만8892명에서 2017년 기준 20만8703명으로 연평균 3.1%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 난임률 수준은 13.2%(2015)로 △미국 6.7% △영국 8.6% △독일 8.0% 등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실정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임 환자도 2008년 16만2000명에서 2012년 19만1000명으로 연평균 4.2% 증가했는데요.

불임은 임신을 할 수 없는 정확한 이유가 있어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이고, 난임은 생물학적으로는 임신이 가능하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임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대리모 계약, 불임부부 사이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기도

베트남 정부는 2015년 대리모를 합법화했습니다. 개정 법률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질병 때문에 자궁을 적출한 여성, 반복된 유산으로 임신을 못 하는 여성에 한 해 출산 경험이 있는 친척을 대리모로 쓸 수 있도록 했는데요.

대리모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신의 혈통을 물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가족법학회에 실린 '대리모계약에 관한 연구' 논문은 "우리나라의 경우 혈통을 중시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상 입양을 자제한다는 점, 정자제공자와 성적 접촉 없이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리모계약은 불임부부나 대리모 사이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5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학술대회에서 "대리모 제도를 찬성하는 쪽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들어 불임부부의 자기 생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과학기술상으로 이미 대리모가 가능한데 이를 배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난임 부부에게 대리모를 알선해주겠다고 속이고 1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는데요.

A씨 부부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난자 매매와 대리모를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알선을 의뢰한 피해자 6명으로부터 1억74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우리가 매입한 아파트에 대리모들이 살고 있다"며 대리모를 알선받을 경우 4000만∼6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속였는데요.

그러나 A씨 부부는 아이를 낳아줄 수 있는 대리모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이들로부터 의뢰를 받더라도 알선을 해 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또 피해자들에게 착상이 됐다거나 대리모가 임신했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며 받은 돈을 모두 생활비나 양육비로 쓴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의 간절한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일부 피해자에게는 출산까지 이뤄졌다고 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리모 한 번에 3000만원 번다?" 가난한 女에게 대리모 역할 몰릴 우려

현재 대리모는 다양한 윤리적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를 출산한 대리모 인권을 침해할 수 있고, 대리모 제도가 합법화하면 출산을 타인에게 의뢰하는 풍조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인데요.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생명나눔 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85.3%)는 대리모 출산 자체에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77.3%는 대리모 임신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친자 확인 등의 논란'(35.2%), '생명 상업화'(30.0%), '사회풍속 저해'(23.9%)를 꼽았는데요.

가난한 여성에게 대리모 역할이 몰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10년 사회복지연구에 실린 '대리모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 체험 연구'에 따르면, 한국사회 2030대 기혼여성을 포함한 젊은 여성들이 빈곤의 해결책으로 대리모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불법이다 보니 국내에서 대리모와 대리부를 알선해 주는 불법 사이트가 한때 기승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대리모 중개 사이트 센시블 서로거시에 따르면 미국인 대리모 출산에는 14만6500달러(한화 1억6000만원), 영국 8만5000달러(한화 9500만원), 우크라이나는 4만9000달러 (한화 5500만원) 등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해외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저개발국 국가 여성들이 선진국 부부의 아기를 임신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됩니다.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에서 외국인 상대 아룬버 '아기공장'이 적발돼 대리모 11명이 체포됐습니다. 이들은 출산하면 최고 1만 달러(약 1133만원)를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용된 봉제 공장 근로자들이었습니다.

◆"결혼은 싫지만 아빠되고 싶다" 대리모 통해 친자녀 얻으려는 독신男 증가세

주에 따라 금지 또는 허용하는 국가로는 미국과 호주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친자녀를 얻으려는 독신 남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시카고 트리뷴은 최근 "현대 남성들의 '부모 되기 노력'을 소개하며 독신 남성들의 대리모 출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카고 교외도시 빌라파크에 사는 빌 게스트(40)는 2016년 가을, 대리모를 통해 딸 프레야(19개월)를 얻었는데요.

그는 "인생의 면면을 경험하고 싶었고, 내 아기를 갖고 싶었다"며 "처음엔 입양을 고려했으나 입양 가능한 대상이 6~7세뿐이어서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혼자 아빠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은데요. 우선 조건이 맞고 책임감 있는 대리모와 난자 기증자를 찾아야 하고,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을 성사시킨 후 긴 과정을 거쳐 출산을 맞게 됩니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대리모 알선 업체 '패밀리 소스 컨설턴츠'는 "지난해 25명의 독신 남성과 대리모를 연결시켰다"며 5년 전에 비해 약 2.5배 늘어난 규모라고 밝혔는데요.

FSC 공동설립자 자라 그리스월드는 "미혼 남성들이 대리모 출산을 원하는 이유는 미혼 여성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이유와 같다"며 "생물학적 자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남성들의 부성애도 여성들의 모성애 못지 않다"면서 "남성도 아기를 통해 행복감과 감사를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유명 연예인 부부인 카니예 웨스트(41)와 킴 카다시안 웨스트(38) 부부가 대리모를 이용해 5월 넷째 아이를 품에 안는다.
전문가들은 대리모 제도의 입법화는 의료계와 법학계, 윤리계가 사회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며 대리모 제도 이용은 법원에 의한 철저한 검증, 출산대리모 아이의 친자법적 지위를 정하는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시민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대리모 문제를 쉬쉬하기 보다는 사회적 해법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며 "대리모 문제가 이렇듯 음성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이제는 내 핏줄만 고집할 것이 아닌, 입양에 적극 눈을 돌리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法 "인공수정해 얻은 자녀의 친모는 '대리모'"

난임 부부가 대리모 힘을 빌려 아이를 낳았다면 민법상 친어머니는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가 아닌, 배를 빌려준 대리모가 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는 B씨가 서울 종로구청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처분에 관한 불복 신청 항고심에서 종로구청 손을 들어줬는데요.

난임을 겪던 B씨 부부는 자신들의 수정란을 대리모 C씨 자궁에 착상하는 식으로 아이를 갖기로 했습니다. 임신한 C씨는 미국으로 가 아이를 낳았고, 미국 병원은 C씨를 어머니로 한 출생증명서를 발급했는데요.

B씨 부부는 이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출생 신고하려 했지만, 종로구청은 B씨 부부 신청서와 출생증명서상 어머니가 다르다는 이유로 출생신고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B씨 부부가 가정법원에 불복 신청을 냈는데요.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친생자 관계는 유전자가 아닌 '출산 과정'을 통해 성립되는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모자관계는 수정, 40주의 임신, 출산의 고통,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 부분이 포함돼 있어 정서적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 법률상 보호받아야 한다"며 "수정란 제공자를 부모로 보면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전자가 누구 것이냐'와 관계없이 모자 관계는 출산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한 판결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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