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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불임 늘어나는데 대리모 출산 안 되나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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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8 06:00:00 수정 : 2019-02-21 16: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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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대리모 출산, “윤리적 문제 해결해야” vs “출산의 또 다른 형태”
“외국에서는 대리모 정책 등 불임여성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어떠한 정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불임 여성도 부모가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직장암으로 자궁 적출수술을 받아 생명을 품을 수 없는 몸이 됐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둘 사이의 아이를 원하지만 대안이 없다”고 호소했다.

최근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부부가 많아지는 현상과 맞물려 난임이나 불임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대리모와 관련, 해외에서는 비상업적 목적 하에 허용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혈통을 중시하는 국내에서 대리모가 난임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윤리적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만혼으로 불임·난임 부부 갈수록 늘어

학술적으로 대리모는 ‘불임 부부나 자식을 기르기 원하는 독신자를 위해 그 사람 대신 아이를 낳아주는 여자’를 칭한다. 일반적으로 대리모는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킨 뒤 대리모의 체내에 착상해 출산시킨다.

국내에서는 이런 대리모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 ‘생명나눔 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3%가 대리모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의 77.3%는 대리모를 통한 임신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는 ‘친자 확인 등의 논란’(35.2%), ‘생명 상업화’(30.0%), ‘사회풍속 저해’(23.9%) 등을 꼽았다.

대리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일각에서는 대리모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난임과 불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난임자 수는 2006년 14만8892명에서 2017년 20만8703명으로 해마다 3.1%씩 증가했다. 우리나라 난임률은 2015년 기준 13.2%로 미국(6.7%), 영국(8.6%), 독일(8.0%)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임신을 할 수 없는 불임자도 2008년 16만2000명에서 2012년 19만1000명으로 연평균 4.2% 증가했다.

◆미국의 유명 연예인이 대리모 출산···독일, 프랑스는 금지

대리모에 대한 인식은 국가마다 차이를 보인다. 다만 대리모를 상업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인식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연예인 부부인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웨스트는 지난해 1월 대리모를 통해 셋째 아이를 얻었다. 앞서 두 번의 임신으로 태반유착증을 앓은 카다시안은 셋째 아이를 가지기 위해 대리모를 택했다. 이들 부부는 오는 5월에도 대리모를 통한 넷째 아이를 얻게 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 대리모를 허용하고 있다. 호주 역시 주에 따라 대리모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비상업적 목적에 한해 대리모를 허용한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임신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대리모를 인정하되, 출산경험이 있는 친척을 통해서만 대리모 출산이 가능하다.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웨스트는 지난해 1월 대리모를 통해 셋째 아이를 얻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대리모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대리모가 낳은 자녀의 ‘법적 생모’는 대리모 판결

국내에서도 대리모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에는 대리모를 통해 얻은 자녀의 법적 생모는 실제 아이를 낳은 대리모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2006년 결혼한 A씨 부부는 자연 임신이 어렵자, 2016년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딸을 출산했다. A씨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와 구청에 가서 아이의 친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서울가정법원에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를 친생자로 신고하지 못하게 한 원심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母)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라며 “구청이 A씨의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리모 역할 주로 가난한 여성, “윤리적 문제 해결해야” vs “출산의 또 다른 형태”

대리모 역할을 주로 가난한 여성이 맡게 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0년 사회복지연구에 실린 ‘대리모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 체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20∼30대 여성들이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모를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는 대리모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아기공장’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는 대리모들을 합숙시키며 아이를 낳도록 한 아기공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곳에서 대리모 11명과 관리인 4명 등을 체포했다. 대리모들은 임신 기간 하루 10달러(약 1만1000원)를 식비 명목으로 받고, 출산 후 최대 1만달러(1133만원)를 벌 수 있다는 말에 취업한 사람들이었다. 당시 대리모 11명 중 10명은 임신한 상태였다.

국내에서는 대리모가 금지돼 있지만, 암암리에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부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저서 ‘위대한 미래’에서 2050년쯤 되면 대리모가 유망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사례비로 최소 5만유로 정도 받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5년 열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학술대회에서 “대리모 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쪽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들어 불임부부의 자기생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대리출산의 양성화를 통해 생식수단의 다양화와 발전을 유도하고 다양한 형태의 출산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기술상으로 이미 대리모가 가능한데 이를 배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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