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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희의문화재풍경] 기후변화와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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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5 21:01:41 수정 : 2019-03-18 16: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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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면 마음이 무겁다. 2008년의 이달 10일, 방화로 인해 숭례문은 불에 타 잿더미(사진)로 변해 버렸다. 수십 대의 소방차와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었지만, ‘국보 1호’를 화마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상실감, 문화재가 증오범죄의 표적이 되었다는 놀라움. 그때의 충격은 쉽게 표현할 수 없다.

그날 이후 문화재 안전방재에 대한 논의는 깊어졌고,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2011년 ‘문화재 방재의 날’(2월 10일)로 지정했고, 화재대응과 안전훈련을 하며 문화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것이 숭례문 화재가 남긴 유산이다.

 

숭례문의 아픈 기억이 워낙 또렷해 문화재에 대한 위협이라면 화재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위험은 여러 가지다. 일례로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잘못된 추정복원, 기후변화, 개발로부터의 위험, 문화재를 파괴하는 반달리즘 등을 세계유산의 대표적인 위험 요소로 규정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각 나라에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재난방지가 가장 어렵고, 위험 요인이 광범위한 건 기후변화일 것이다. 지구적인 현상인 기후변화 속에서 문화재만 안전할 수는 없다. 이미 조선왕릉 주변 숲의 수종이 자연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목조 건축물에서는 예전에는 발생하지 않던 충해가 발견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문화재 보존에도 영향을 끼친다. 건축물이나 석탑 보수 시 기후변화로 변화된 부재 수명을 고려해야 하고, 강우량 변동에 대비한 새로운 배수시스템을 만들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등 고려할 것이 많아졌다. 이전과 같은 대응으로는 문화재를 지키기가 힘들게 된 것이다.

 

숭례문 화재로 직접적인 사고 발생에 대한 대응력을 키웠다면, 앞으로의 재난방지는 무엇보다도 선제적 방재가 중요한 키워드다. 다양한 형태로,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변화와 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문화재 방재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는 2월, 한정된 정책 역량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임경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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