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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했다"는 日, "사죄 없었다"는 할머니들… 진실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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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6 08:19:51 수정 : 2019-02-15 14: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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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진정성' /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에 큰 고통' / "고이즈미·하시모토 前총리, 위안부 할머니들에 사과·반성의 편지 보내" / 정의기억연대, "사죄 받은 피해자 없는데 사죄했다니…" 규탄 성명 발표 / 日王 사과 요구한 文국회의장, "수십번 사과했다곤 하지만 진정성 없어" 얼마 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전한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일본 정부가 ‘과거 성실한 사죄를 했다’는 취지의 반론을 폈다. 그러자 국내 시민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 “일본 정부는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정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일본은 무슨 근거로 “사과를 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걸까.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시민장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 "사과, 사과, 또 사과… 여러 차례 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사과를 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근거로 드는 가장 대표적인 문건이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한 담화문이다. 당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며 “나는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이 역사로 인한 내외의 모든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칩니다”라고 덧붙였다. 담화문 속 ‘희생자’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주(駐)부산 일본 총영사로 재직 중인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尚史) 총영사는 한국에 오래 근무해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일본 외교관이다. 그는 2016년 7월 국내에서 출간한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중앙북스)에서 일본 역대 총리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낸 사실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일본 무라야마 도미이치, 고이즈미 준이치로,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일본국 총리로서 … 진심으로 사과와 반성을 표합니다’라는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 위안부 문제는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도 썼다. 또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협조해 마련한 ‘아시아 여성기금’으로 할머니들에 대해 여러 사업을 벌였다.”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중에서)

미치가미 총영사는 “이상 모두 공개된 사실이고 일본 정부가 누차 강조해 온 바”라며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한국인에게는 ‘불편한 진실’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서울에서 ‘총리의 편지’나 ‘무라야마 담화문’을 복사해 가방에 넣고 다니며 몇 차례 (한국 기자들에게) 전달했다”면서 “사실을 알게 된 기자는 ‘일본의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확실한 사과의 말을 했다니!’ 하고 놀란다”고 소개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재식 때인 1995년 일본의 침략 전쟁과 범죄에 대해 사죄했다.
◆한국 "수십 번 사과했다지만… 진정성 있나"

일단 무라야마 담화 자체는 상당수 한국인이 그 내용을 알고 있긴 하다. 다만 일본 식민지 지배의 피해자로 한국인을 특정하는 대신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들’이라고 다소 두루뭉술한 표현을 써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

더욱이 아베 신조 현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지 여부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심지어 부정하는 듯한 태도까지 취하면서 올해 24주년을 맞은 무라야마 담화는 빛이 바랜 측면이 없지 않다.

고이즈미·하시모토 전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는 대목은 당사자들이 전혀 인정하지 않는 지점이다. 일본 정부가 NYT에 “위안부에 대한 성실한 사죄와 회한의 뜻을 전달해왔다”고 반론한 직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반박 성명을 통해 “사죄받은 피해자는 없는데 성실히 사죄했다며 고인(김복동 할머니)을 공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책임을 인정조차 안 하면서 보상이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모순된 인식을 일본 정부 스스로 폭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한국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우리는 사과를 했다’는 일방적 입장만 내세우고, 한국인들은 ‘그게 무슨 사과냐. 그런 사과는 받은 적도, 받을 수도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는 형국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문희상(사진) 국회의장은 일본 측 사과의 ‘진정성’을 요구했다. 그는 미국 방문 기간 중 한국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일본 측이 수십번 사과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봤을 때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한) 그런 적은 없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현 일왕이나 아베 현 총리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문 의장은 이어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면 할머니들의 한과 응어리가 풀릴 것이라는 말을 전에도 여러 번 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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