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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감우시강(甘雨時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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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4 21:32:04 수정 : 2019-02-14 21: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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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닷새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보리가 없어지고, 열흘간 비가 안 오면 벼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십여 일이 되어도 비가 오지 않습니다. 비록 하늘에 비를 주시길 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할 수 없는데, 하물며 빌지도 아니하고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夫五日不雨 則無麥. 十日不雨 則無禾 厥今浹旬不雨. 雖禱雨於天 亦未可必. 況今未嘗禱焉 而望雨澤之降 難矣哉).”

조선 태종 16년(1415년) 가뭄이 심했다. 그해 6월 세자우부빈객 변계량이 하늘에 제사 드리는 게 유학의 예는 아니나 상황이 절박하니 원단(圓壇)에 빌기를 주청하는 내용이다. 태종이 그에게 제문을 짓게 하고 영의정 유정현을 보내 제사 드리게 했다. 어느 왕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투철했던 세종은 기우제를 많이 지냈다. 재위 32년 동안 무려 199건이다.

기우제엔 등급이 있다. 먼저 기우제를 위해 왕이 친히 향과 축문을 전하되, 그 실행은 대신이 집전해 종묘·사직과 도성 주변의 명산들에서 지낸다.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동궁으로 하여금 기우제를 지내게 한다. 동궁이 나섰는데도 하늘이 응답을 주지 않으면 최후 카드로 임금이 나섰다. 극심한 가뭄이든 홍수든 나라님의 부덕으로 여긴 것이다.

날씨는 농·어업은 물론 군사 등 인간 생활과 직결된다.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제갈공명 같은 재사(才士)들의 가장 중요한 재능 중 하나가 바로 일기예보였던 게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비결이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음은 그만큼 날씨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간 삶에 적절한 풍우가 있어야 한다. 바람은 닷새에 한 번 불고 비는 열흘에 한 번씩 내려야 한다는 ‘오풍십우(五風十雨)’가 바람직하다. ‘회남자’에는 “옛날 신농씨가 천하를 다스릴 때엔 단비가 때에 맞게 내려 오곡이 풍성하게 성장했다. 봄에는 싹을 틔우고 여름엔 성장하며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겨울엔 저장했다(昔者神農之治天下也 甘雨時降 五穀蕃植 春生夏長 秋收冬藏).”고 소개하고 있다. 봄 농사를 위해서도 흡족한 눈이나 비가 와야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甘雨時降 : ‘단비가 때에 맞게 내린다’는 뜻.

甘 달 감, 雨 비 우, 時 때 시, 降 내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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