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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서 벗어났다"… 김지은이 써 내려간 '미투의 정치학'

입력 : 2019-02-15 03:00:00 수정 : 2019-02-14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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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는 새 책 ‘미투의 정치학’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충남도청에서의 지난 8개월, 나는 드디어 성폭력에서 벗어났다”며 “내 눈 앞에, 더 이상 그의 범죄는 없다. 폐쇄된 조직 안에서 느꼈던 무기력과 공포로부터도 벗어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책 저자들이 쓴 머리말 인용 글을 통해 “다만, 부여잡고 지키려했던 한 줌의 정상적인 삶도 함께 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을 마치고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피해자들이 머물 수 있는 긴급 지원 쉼터가 있긴 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입소할 수 없었다”면서 “방송국에 동행한 쉼터 선생님께서 다음날 입소 전까지 자신의 집에서 머물 수 있게 해주신다고 하셨다”고 말해 미투 방송 폭로 이후의 막막한 심경을 전했다.

이 책에는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문제를 연구해온 모임 '도란스'의 권김현영,루인, 정희진, 한채윤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사건 등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에 대한 여러 시각이 담겨있다.

애초 김씨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을 통해 날조된 여론을 바로잡고자 원고지 150장 넘는 글을 이 책에 실을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변경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른 법적 분쟁이 생겨 남은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책은 크게 4개 장으로 구성됐다. 안희정 사건 재판을 방청하면서 여론이 어떻게달라지는지 분석하고, 미투 운동을 중심에 두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젠더 개념을 설명한다. 또한 고전 소설 ‘춘향전’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를 다루고, 페미니즘과 퀴어를 나눠 진영화하려는 흐름을 비판한다.

저자들을 대표해 머리말을 쓴 여성학자 정희진 씨는 “미투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결과”라며 “미투는 한국의 남성 문화가 내부에서 다른 남성들조차 버틸 수 없을 만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미투 운동의 핵심은 ‘위력’이며 그 위력의 작동 방식과 맥락은 젠더의식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며 “안희정 사건은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성차별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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