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스전의 소각 탑에서 불꽃이 활활 타고 있다. 소각 탑은 불필요한 가스를 연소시켜 배출하는 시설이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5000만 세제곱피트(1100t), 초경질유는 1000배럴 규모다. 천연가스는 34만가구, 초경질유는 승용차 2만대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플랫폼에서는 동해-1과 동해-2 가스전에서 채굴한 가스와 원유를 해저배관을 통해 받아 수분을 빼는 등 1차 처리를 한다. 그런 다음 다시 61㎞의 해저배관을 통해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육상 생산시설로 보낸다. 원유와 가스는 2차 처리 과정을 거친 뒤 울산 일대 가정과 기업체로 보내진다. 동해 가스전 운영사무소 생산운영팀 김성혜 부장은 “동해-1, 동해-2 가스전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약 10억달러인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은 21억2200만달러로 투자비의 2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동해 가스전 개발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는 해외유전 개발로 이어졌고, 해외 메이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또 국내에서 처음 제작된 해상플랫폼은 현대중공업이 만든 것으로 이후 해양플랜트 산업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플랫폼은 물속 152m 깊이에 뿌리를 박고 물 위 50m 높이로 서 있다. 무게는 1만4000t으로 초속 50m의 바람과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 파고 17.5m에서 거뜬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3층 규모로 가스 및 원유 처리시설과 발전시설, 근무자 주거시설, 보급선의 생필품 등을 옮기는 크레인, 헬기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가스로 3500㎾의 발전기를 돌려 밥을 짓고 난방을 한다. 상주 근무자는 23명. 46명이 2주 간격으로 돌아가며 근무한다.
플랫폼의 바닥은 격자 모양으로 뚫려 있어 바다가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바다 위에 몸이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오래 내려다보면 멀미가 날 것 같았다. 파도가 높거나 바닷바람이 세면 흔들려 처음 온 사람은 몸이 오싹해진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파도가 잔잔했지만, 탁자 위에 놓은 물컵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지난해 10월 태풍 콩레이가 인근으로 지나갈 때 플랫폼이 조금 흔들렸다”며 “하지만 가동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해 가스전 해상플랫폼 꼭대기에 설치된 레이저 이용 원격 풍력자원 측정장비 모습. |
한국석유공사와 울산시는 이 플랫폼을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스전 주변은 바람 자원이 풍부하면서 연안과 적정한 거리로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재산피해를 주지 않아 풍력발전단지 최적지로 꼽힌다.
석유공사와 울산시는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맺고, 동해 가스전 해상플랫폼 주변 바다 일원 40㎢에 200㎿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 해상플랫폼을 해상변전소로, 해저배관을 전력 케이블 보호관 등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울산시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비용을, 석유공사는 퇴역시설 철거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04년 기준 플랫폼 철거비용은 4000억원이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해 석유공사는 지난해 11월 플랫폼에 레이저로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측정하는 풍력자원 측정장비를 설치했다. 이 측정장비를 통해 1년간 조사한 풍황자료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허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김 부장은 “풍속이 보통 초속 6m 이상이면 풍력발전의 좋은 입지조건인데, 지난해 10월 이후 측정자료를 보면 월평균 초속 7m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동해 가스전 주변에 2030년까지 원전 1기와 맞먹는 1GW 발전용량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 조성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SK E&S 등 국내 기업과 미국, 독일, 덴마크 풍력발전 전문회사 등 4개 합작사가 지난달 24일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4개사가 계획한 발전용량을 모두 합하면 6.1~6.6GW 규모다. 부유식 해상풍력 1㎿당 투입비용을 60억원으로 계산하면 총 36조원가량이 투입되는 셈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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