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산유국 만들어준 ‘동해 가스전’ 해상풍력발전단지 꿈꾼다

입력 : 2019-02-13 21:01:04 수정 : 2019-02-13 16:31: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매장량 고갈로 연내 생산 중단 / 하루 가스 1100t·초경질유 1000배럴 생산 / 누적 매출액 21억 달러… 투자비 2배 넘어 / 플랫폼, 물속 152m 깊이·물위 50m 높이 / 바람 풍부·연안 지리 적정… 풍력발전 최적 / 석유公·울산시, 40㎢에 부유식 단지 추진
동경 130도, 북위 35도 25분.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58㎞ 떨어진 동해상에 점처럼 떠 있는 인공섬. 대한민국을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동해 가스전’이다. 1256㎡(연면적 1983㎡) 규모의 인공섬은 김해공항에서 헬기로 40여분이면 닿을 수 있다. 지난달 24일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찾은 동해 가스전은 플랫폼 소각 탑의 붉은 불길로 여전히 우리나라가 산유국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2004년부터 한 차례도 꺼지지 않은 이 불꽃은 곧 사그라든다. ‘동해-1’과 ‘동해-2’의 해저생산시설이 매장량 고갈로 올해 안에 생산을 멈추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홍보팀 이은규 부장은 “유동적이지만 2021년 6월 해상플랫폼의 퇴역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동해 가스전의 소각 탑에서 불꽃이 활활 타고 있다. 소각 탑은 불필요한 가스를 연소시켜 배출하는 시설이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하루 34만가구 사용 가능한 가스 생산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5000만 세제곱피트(1100t), 초경질유는 1000배럴 규모다. 천연가스는 34만가구, 초경질유는 승용차 2만대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플랫폼에서는 동해-1과 동해-2 가스전에서 채굴한 가스와 원유를 해저배관을 통해 받아 수분을 빼는 등 1차 처리를 한다. 그런 다음 다시 61㎞의 해저배관을 통해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육상 생산시설로 보낸다. 원유와 가스는 2차 처리 과정을 거친 뒤 울산 일대 가정과 기업체로 보내진다. 동해 가스전 운영사무소 생산운영팀 김성혜 부장은 “동해-1, 동해-2 가스전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약 10억달러인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은 21억2200만달러로 투자비의 2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동해 가스전 개발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는 해외유전 개발로 이어졌고, 해외 메이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또 국내에서 처음 제작된 해상플랫폼은 현대중공업이 만든 것으로 이후 해양플랜트 산업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플랫폼은 물속 152m 깊이에 뿌리를 박고 물 위 50m 높이로 서 있다. 무게는 1만4000t으로 초속 50m의 바람과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 파고 17.5m에서 거뜬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3층 규모로 가스 및 원유 처리시설과 발전시설, 근무자 주거시설, 보급선의 생필품 등을 옮기는 크레인, 헬기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가스로 3500㎾의 발전기를 돌려 밥을 짓고 난방을 한다. 상주 근무자는 23명. 46명이 2주 간격으로 돌아가며 근무한다.

플랫폼의 바닥은 격자 모양으로 뚫려 있어 바다가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바다 위에 몸이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오래 내려다보면 멀미가 날 것 같았다. 파도가 높거나 바닷바람이 세면 흔들려 처음 온 사람은 몸이 오싹해진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파도가 잔잔했지만, 탁자 위에 놓은 물컵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지난해 10월 태풍 콩레이가 인근으로 지나갈 때 플랫폼이 조금 흔들렸다”며 “하지만 가동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해 가스전 해상플랫폼 꼭대기에 설치된 레이저 이용 원격 풍력자원 측정장비 모습.
◆친환경에너지 ‘해상풍력발전단지’로 활용

한국석유공사와 울산시는 이 플랫폼을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스전 주변은 바람 자원이 풍부하면서 연안과 적정한 거리로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재산피해를 주지 않아 풍력발전단지 최적지로 꼽힌다.

석유공사와 울산시는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맺고, 동해 가스전 해상플랫폼 주변 바다 일원 40㎢에 200㎿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 해상플랫폼을 해상변전소로, 해저배관을 전력 케이블 보호관 등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울산시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비용을, 석유공사는 퇴역시설 철거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04년 기준 플랫폼 철거비용은 4000억원이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해 석유공사는 지난해 11월 플랫폼에 레이저로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측정하는 풍력자원 측정장비를 설치했다. 이 측정장비를 통해 1년간 조사한 풍황자료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허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김 부장은 “풍속이 보통 초속 6m 이상이면 풍력발전의 좋은 입지조건인데, 지난해 10월 이후 측정자료를 보면 월평균 초속 7m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해상플랫폼의 설계수명 기한은 20년이지만, 이를 연장해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구조물의 기초가 해저 암반지대까지 내려가 지반 안전성이 100년 이상이고, 구조물의 부식방지제 상태가 아직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측은 “잠수정으로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설계수명을 연장해 사용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동해 가스전 주변에 2030년까지 원전 1기와 맞먹는 1GW 발전용량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 조성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SK E&S 등 국내 기업과 미국, 독일, 덴마크 풍력발전 전문회사 등 4개 합작사가 지난달 24일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4개사가 계획한 발전용량을 모두 합하면 6.1~6.6GW 규모다. 부유식 해상풍력 1㎿당 투입비용을 60억원으로 계산하면 총 36조원가량이 투입되는 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지역은 울산화력발전소와 고리 1호기에서 2~3GW의 계통연계가 가능한 데다 향후 폐로 원전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해상에서 육상으로의 계통연계에 여유가 있다”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큼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