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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미·중 항모 경쟁, 최후 승자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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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3 10:35:13 수정 : 2019-02-13 1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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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바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 때문이다. 양측은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 핵잠수함, 구축함 등 첨단 장비를 선보이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군비경쟁의 선봉에는 항공모함이 있다. 거대한 외형을 자랑하는 항공모함은 막대한 건조비와 운영유지비가 소요되는 무기로, 보유 자체만으로도 해당 국가의 국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미국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가 훈련 해역으로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경제력과 군사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은 11척의 핵추진항공모함을 앞세워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에서 자국의 해군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해군력에 맞서 중국도 항공모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건조가 중단됐던 항모 랴오닝호를 들여와 취역시킨 후 항모 운용 경험을 축적하면서 핵추진항공모함을 실전배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내고 있다.

◆美中, 자국 첨단 기술 항모에 집약

미국 해군이 10척을 운용중인 니미츠급은 척당 건조비만 5조원이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모함이다. 70~80여대의 F/A-18 전투기, E-2D 조기경보통제기, MH-60 해상작전헬기 등을 탑재한 것만으로도 중소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니미츠급 항모 1번함이 등장한 지 40여년이 흐르면서 새로운 항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건조된 것이 제럴드 포드 항모다.

지난해 7월 취역한 제럴드 포드 항모는 배수량이 10만1600t에 달한다. 기본적으로는 니미츠급 항모의 선체를 활용해 제작되어 일본 요코스카에 주둔중인 니미츠급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와 큰 차이가 없다. 언뜻 보면 제럴드 포드 항모도 니미츠급과 비교할 때,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해군의 신형 핵추진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가 해상에서 함재기 이륙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제럴드 포드 항모의 전투력은 니미츠급을 능가한다. 미 해군과 방산업계가 축적한 첨단 기술을 대거 투입한 덕분이다.

항모의 전투력은 함재기를 얼마나 많이 띄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니미츠급 항모는 하루에 240회 정도 함재기를 띄우고 내릴 수 있다. 반면 전자기식 사출장치(EMALS)와 신형 강제착륙장치(AAG)를 갖춘 제럴드 포드 항모는 이보다 많은 270회를 목표로 한다.

항모에서 함재기를 이륙시킬 때 사용하는 장비는 캐터펄트다. 증기를 이용해 항공기를 사출, 짧은 거리의 비행갑판에서도 이륙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무게와 부피가 크고 운용요원이 많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다. 전자기식 사출장치는 증기 대신 전자기력으로 함재기를 띄운다. 구조가 단순하고 정비가 편리한데다 부피와 무게가 크게 줄어들어 운영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미국 해군 항공대 소속 F/A-18 전투기가 항공모함 갑판에 착륙하고 있다. 전투기 하단에 설치된 막대기 모양의 고리를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어 착륙거리를 줄여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한다. 미 해군 제공
제럴드 포드 항모는 기존의 유압식에서 틸피한 신형 강제착함장치를 사용해 F/A-18 전투기는 물론 미 해군의 차세대 전투기 F-35C 스텔스 전투기와 X-47 무인기도 착륙시킬 수 있다. 해상과 내륙지역의 목표물 공격 수단을 넓힐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SPY-3/4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를 탑재, 대공감시능력도 대폭 강화했다.

중국의 항모 건조는 미국과 달리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다만 육군 위주의 군사력을 유지하던 중국이 해군국의 상징인 항모 보유를 검토하게 된 것은 1996년 대만해협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1996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리덩후이가 후보로 나서자 중국은 대만해협 일대에서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에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미 7함대 소속 항모 2척을 파견, 무력충돌 위기가 고조됐으나 미 항모에 맞설 힘이 없었던 중국은 무력시위 카드를 접고 만다. 

중국 해군 항공대 J-15 전투기가 항모 랴오닝호 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중국 항모는 증기사출기 대신 점프대를 설치, 함재기를 이륙시키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후 중국은 러시아가 건조했다가 방치한 5만5000t급 항모 바리야그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와 2012년 랴오닝호로 재취역시켰다. 항모 운용을 위해 중국은 해군 간부들을 비밀리에 브라질로 보내 항모 운용 관련 훈련을 받게 했다. 우크라이나에 방치됐던 러시아제 함재기 Su-33의 시제품을 복제, J-15 전투기를 만들었다. 2017년에는 랴오닝호를 개량한 6만5000t급 국산 항모 산둥호를 건조했다. 중국이 건조중인 세 번째 항모는 8만t급으로 전자기식 사출장치를 갖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4척의 항모를 보유할 예정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중국이 훨씬 많아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항모 보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운용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제럴드 포드 항모는 한꺼번에 적용된 최신 기술을 통합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함재기를 띄우고 내릴 때 사용하는 전자기식 사출장치와 신형 강제착함장치다. 전자기식 사출장치가 강력한 힘으로 전투기를 밀어올리지 못하면 전투기는 바다로 추락한다. 이같은 사고를 100% 방지할 수는 없지만, 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낮추기 위해 미 해군은 제럴드 포드의 전자기식 사출장치 고장 주기를 4166회로 설정했으나 실험결과 740회에 달했다. 착함장치도 기술적 오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했다.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도 상호 간섭 현상 등 통합 과정에서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추진체계와 엘리베이터에서도 결함이 드러나 개선작업을 실시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결함이 발견되면서 건조비용은 11조8000억여원(105억달러)에서 약 15조2000억원(135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미 해군은 척당 건조비용을 14조6000억원(130억달러) 내에서 억제하기 위해 3,4번함을 동시 발주하는 등 비용절감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술적 난제가 또다시 불거질 경우 비용을 둘러싼 논란도 재연될 전망이다.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함재기를 싣고 항해에 나서고 있다. 위키피디아
항모 건조와 보유 경험이 없는 중국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미국보다 훨씬 많다. 가장 기초적인 함재기 이륙과 착륙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랴오닝호와 산둥호는 캐터펄트 대신 점프대를 설치해 이륙 문제를 해결했지만, 착륙은 또다른 문제다.

속도가 빠른 함재기를 좁은 갑판 위에 확실하게 착륙시키려면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라고 불리는 튼튼한 강선(鋼線)을 여러 겹 갑판에 설치해야 한다. 갑판을 향해 하강한 함재기는 동체 밑의 고리를 이 와이어에 걸면서 속도를 급속히 줄여 갑판 위에 정지한다. 이 기술을 확보하려면 끊임없는 착함 훈련이 진행되어야 한다. 지난해 4월 20일 랴오닝호가 대만 동쪽 해상을 항해하던 도중 함재기 여러 대가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도 착함 기술 축적을 위한 훈련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개발중인 전자기식 사출장치는 미국마저 결함이 발견된 상황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도 운영 노하우의 문제가 남아있다. 항모가 해상에서 작전을 펼칠 때는 항모와 함께 잠수함, 구축함, 순양함 등이 참가한다. 수중과 수면, 하늘에서 가해지는 위협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려면 정보를 융합해서 전투지휘를 할 수 있는 협동교전능력(CEC)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지스구축함에서 이같은 능력을 발휘하지만, 중국은 독자적으로 협동교전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숱한 시행착오를 동반한다.

그렇다고 중국의 기술 수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공산당의 결심에 따라 예산과 인력을 무제한으로 투입할 수 있다. 미국이 항모 로널드 레이건 외에 일본이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고자 개조할 예정인 이즈모급 헬기항모 2척을 동원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항모 전단 운용을 서둘러야 하는 처지다. 중국의 해군 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진행된다면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국 항모 전단을 견제할 수준의 항모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의 해양 주도권 다툼이 심화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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