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책위는 1심 재판부의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이 모두 성실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드루킹’ 김동원씨 진술의 신빙성 인정 등 논리적 허점을 지적할 것이라고도 한다. 민주당은 1심 판결 후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반발하다가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판결문 비판으로 전략을 수정한 이유일 것이다. 1심 재판에 불만이 있으면 2심 법정에서 법리와 증거를 다투는 것이 순리다. 그러라고 3심제가 있는 것이다. 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가뜩이나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여당마저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게 재판에 간섭하려는 사법농단 아닌가.
여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현직 판사의 탄핵소추 범위를 5∼6명 수준으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이 나오는 대로 탄핵소추 대상 판사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관 탄핵은 대상자의 헌법·법률 위반 사실이 충분히 소명될 때 가능하다. 검찰은 판사들의 혐의에 ‘직권 남용’을 적용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선 과연 유죄가 성립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관 탄핵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외압인 만큼 극도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소된 데 대해 어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적인 징계 청구와 재판업무 배제 범위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인적 청산을 본격화하겠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여당의 판사 탄핵 추진과 시점이 맞물리면서 현 정권과 ‘코드 맞추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니 ‘사법부가 행정부의 시녀를 자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대법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정치권 등 외풍으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는 일이다. 대법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사법부의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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