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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내가 돈없어 결혼 못한다" vs 女 "남자가 돈없어 결혼 안한다"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2-15 05:00:00 수정 : 2019-09-01 17: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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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남성보다는 미혼 여성이 배우자를 고를 때 경제력, 즉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남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진다는 전통적 의식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 일자리 불안 등 여성의 열악한 경제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혼女 92.7%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 중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보고서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자료를 활용해 미혼남녀의 결혼 태도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20∼44세 미혼남녀(남성 1140명, 여성 1324명)를 대상으로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매우 중요하다'+'중요하다' 응답률)에 대해 물어본 결과, 남녀 간에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요.

미혼남성은 성격(95.9%), 건강(95.1%),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91.1%), 일에 대한 이해·협조(90.8%), 공통의 취미 유무(76.9%) 순으로 나왔습니다.

반면 미혼여성은 성격(98.3%), 가사·육아 태도(97.9%), 건강(97.7%), 일에 대한 이해·협조(95.6%), 소득·재산 등 경제력(92.7%) 순으로 집계됐는데요.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남성(53.0%)보다 여성(92.7%)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밖에도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에서 남녀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난 문항으로 직종 및 직위 등 직업(남성 49.9%, 여성 87.1%), 학력(남성 31.0%, 여성 55.0%), 가정환경(남성 75.1%, 여성 89.8%) 등이었습니다.

이들 항목은 경제력과 관련성이 높은 것들이란 점에서 미혼여성이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연구팀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결혼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의 열악한 경제 상황, 여성의 부정적 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 일자리 불안 등 복합적인 영향…어쩔 수 없는 현실?

결혼 필요성에 대해 미혼남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14.1%, '하는 편이 좋다' 36.4%,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39.2%, '하지 않는 게 낫다' 6.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미혼여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6.0%, '하는 편이 좋다' 22.8%,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54.9%, '하지 않는 게 낫다' 14.3% 등의 분포를 보였는데요.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응답률이 남성은 50.5%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성은 28.8% 수준에 그쳤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에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유보적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요.

비혼(非婚)화 경향을 여성만의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물론 최근 남성 비혼주의자도 적지 않지만, 여성과 비교했을 땐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 비혼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임신의 기쁨? 직장여성들 "경력단절될까봐 걱정부터 앞선다"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한국에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곤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직장문화에서 출산 및 육아휴직은 그리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요.

직장 여성들은 임신한 순간부터 복직 이후를 걱정한다고 하소연합니다.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결혼생활 자체도 여성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설, 추석 등 명절인데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며느리, 즉 여성이 명절에 주로 각종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도 자신의 부모형제가 있음에도 명절연휴 제대로 만날 수 없거나, 설령 만나도 늦게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당연한 듯 여기고 지낸다는 것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여성 비혼족이 늘어나는 게 개인주의 현상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물론 일정 부분 그런 측면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며 여성들이 인내해야 하는 현실의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비혼 권하는 사회…남성들 "돈 없어 결혼 못한다" 농담 아닌 현실

남성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강아지 몇 마리를 더 들여놓을지언정 '여자 사람'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김씨는 "이제 결혼적령기를 맞은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고 그런 결혼식 자리마다 '넌 언제 결혼할 것이냐'는 친구들의 인사 아닌 인사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난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막상 결혼한 주변 친구들을 보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결혼비용이 2억원을 돌파한지 오래됐는데요.

한 통계자료를 보면 남성의 결혼비용은 1억4000만~1억5000만원, 여성은 4000만~5000만원입니다. 남성이 여성의 2~3배를 부담하고 있는 현실인데요.

30대 초중반 나이에 남성이 1억5000만원을 모으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부모 도움 없으면 '돈 없어 결혼 못한다'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사실인 시대인데요.

여성들은 남녀평등을 부르짖지만 여전히 결혼시장에선 남성이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합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결혼한 뒤 함께 살 집인데 왜 남자가 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면접에서도 여성 지원자에 밀려 탈락한다. 결국 이 나라에서 남성으로 태어난 게 죄인 것 같다"고 푸념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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